[물리야 축구하자!]
골대 12m 밖 프리킥 "포물선은 내 운명"
[물리야 축구하자!] 직선 프리킥의 한계
물리적인 직선 슛 하면 9m15와 수비벽 때문에 크로스바 위로 벗어나
월드컵 축구장 곳곳에 '915'라는 숫자가 숨어 있다. 센터 서클 반지름이 9m15이다. 이 '915'는 공격권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한다. 전·후반이 시작될 때와 득점 이후 경기가 재개될 때 공격팀 선수 2명을 빼고 아무도 반지름 9m15의 센터 서클 안에 들어갈 수 없다.
'915' 코드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프리킥 상황이다. 공을 차는 키커와 수비벽 사이의 반드시 지켜야 할 거리가 바로 9m15이다. 〈그래픽 참조〉 이 '915'에는 흥미로운 비밀이 숨어 있다. 한편 페널티 박스 위쪽으로 튀어나온 원형 라인은 페널티킥을 차는 지점(페널티 마크)에서 반지름 9m15의 원을 그린 것이다. 이는 축구 심판에게 줄자 없이도 9m15의 길이를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직선 프리킥은 골이 될 수 없다?
선수들이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는 프리킥을 차는 이유도 결국 '915' 때문이라고 한다. 공을 차는 지점과 수비벽 사이의 거리 9m15를 정확히 지킬 경우 직선으로 공을 차서는 물리학적으로 절대 골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휘어 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먼저 키커가 이론적으로 직선 프리킥을 찬다고 가정해 보자. 9m15의 벽을 쌓은 수비수의 키가 평균 1m80 정도라고 하면 최적의 슈팅 각도는 11도 이상이어야 한다. 11도보다 낮으면 수비수의 키에 걸린다. 물론 수비수가 점프하면 공의 각도는 더 높아져야 한다.
9m15와 수비수의 키 등을 전제로 할 경우 직선 프리킥이 수비수를 넘어 골인되려면 골대에서 12m 이내 지점에서 공을 차야 한다. 12m 안쪽에서 프리킥을 차면 각도상 수비벽을 넘어 골인될 공간이 생기지만 12m보다 멀어지면 각도상 프리킥은 반드시 골대(2m44)를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12m는 물리적으로 '직선 프리킥의 한계 거리'인 셈이다.
문제는 골대에서 12m 이내의 위치는 페널티 박스(골대까지 거리 16m45) 안쪽이라는 점이다. 즉 12m 이내 위치에서 반칙이 있을 경우 규정상 페널티킥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거리에서 직선 프리킥을 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직선 프리킥은 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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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킥을 차는 지점에서 수비벽까지의 거리는 9m15이다. 이 거리는 프리킥이 직선으로 날아갈 경우 골이 안 되도록 교묘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축구 스타들은 마구(魔球)처럼 휘는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고 있다. 사진은 한국 대표팀이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상대의 프리킥을 막는 모습.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915'는 수비수도 보호한다
그렇다면 왜 9m도 10m도 아닌 9m15일까. 이는 축구가 탄생한 영국의 도량형과 관련이 있다. 영국에선 성인의 평균 보폭과 비슷한 크기인 야드(yard·1야드=91.5㎝)를 거리 단위로 사용한다. 따라서 축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수비수가 키커로부터 10 걸음(10야드=9m15) 떨어져서 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룰이 정착되면서 '915'의 규칙이 생겨났을 것으로 보인다.
10 걸음 물러나 프리킥을 차야 하는 규정은 결과적으로 수비수를 보호하는 효과도 담고 있다.
아주 강한 프리킥은 시속 100㎞를 넘기도 한다. 이 공이 9m15 떨어진 수비벽을 지날 때에는 그 속도가 10% 정도 줄어든다. 공에 걸린 회전력이 9m15를 날아가는 동안 약해지는 것까지 따진다면 공의 위력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수비수가 프리킥을 너무 가까이에서 맞고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방지되는 것이다.
축구장에 숨은 '915' 코드는 지혜의 숫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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