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치게 밝고 고저 조절안돼
맞은편 차량 방해 심각한 수준
"언덕을 넘는 순간 환해지면서 앞을 못 보겠더라고요."
개인택시 운전사 김영호(54)씨는 얼마 전 야간 운전을 하다 상대 차량의 불법 전조등 탓에 사고를 낼 뻔했다. 지나치게 밝은 불법 전조등에 순간적으로 시야를 확보 못해 앞서 가던 차량이 급정거하는 것을 평소보다 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전조등을 장착한 차량이 늘어나면서 야간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전조등이란 일반적인 할로겐램프나 순정 고압방전(HID, High Intensity Discharge) 램프에 비해 광도 안전기준을 크게 초과한 램프를 말한다. HID램프의 경우 할로겐램프에 비해 전력소비가 낮고 밝아 일부 차량의 순정부품으로 장착되지만 조도를 지나치게 높이고 조사각을 올린 불법 HID램프는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야간 운전 시 매우 위험하다. 순정 HID램프는 라이트 고저차를 상대 차량에 맞춰 자동 조절하는 장치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사제 HID램프는 조절장치 가격이 비싸 이를 빼고 장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법 HID램프의 위험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규격 전조등 2종과 불법 전조등 6종의 광도와 시력회복시간 등을 실험한 결과 규격 전조등의 광도는 271칸델라로 안전기준을 충족시킨 반면 불법 HID 전조등의 광도는 7553칸델라로 안전기준을 무려 17.2배 초과했다. 황색 고전력 코팅 전조등과 청색 고전력 코팅 전조등 등 다른 불법 전조등의 광도 역시 안전기준을 4.5~12.1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 국도를 가정한 암실에서 실시한 시력 회복시간 측정 실험 결과 불법 전조등은 3초로 규격 전조등(2.2초)보다 40%가량 시력 회복시간이 길었다.
전문가들은 불법 전조등이 상대 차량뿐 아니라 운전자 자신에게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빗길 운전의 경우 노면의 빗물이 전조등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 시인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