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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가린 채 기침을 하라고요?

호젓한오솔길 2012. 1. 13. 08:56

 

9월12일 아침, 환경보건 전문가 전상일 박사는 시내버스 앞에 매달린 현수막의 글을 읽다 말고 기함했다. 현수막 밑에 "기침·재채기는 손으로 가리고!"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는 당장 서울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서울시가 신종플루 예방에 앞장서는 게 아니라, 신종플루 전파를 주도한다"라고 역설했다.

↑ ⓒ전문수 기침·재채기는 절대 손으로 직접 가리고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화장지나 손수건을 대고 하고, 그것마저 없으면 옷깃에 대고 한다.

↑ ⓒ전문수

 

 

혹시, 아직도 "그 말이 뭐 어때서"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손을 갖다 대어 가리면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버스에서 기침이 솟구칠 때 손바닥으로 막았다고 치자. 그런데 차에서 내리거나 이동할 때 의자 손잡이나 천장의 손잡이를 안 잡고 다닐 수 있는가. 100% 불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균이 묻은 손으로 손잡이나 봉을 만지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침·재채기는 절대 손으로 직접 가리고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화장지나 손수건을 대고 하고, 그것마저 없으면 옷깃에 대고 한다. 위험을 피할 방법은 간단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신종플루 예방 '일반 국민용 행동 요령' 2항에 나와 있듯이,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휴지·손수건으로 가리거나, 옷으로 가리고' 하면 된다. 미국의 학교나 병원에서 권하는 신종플루·독감 예방법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휴지·손수건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 '옷소매를 잡고 하거나'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허공을 향해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서울시도 뒤늦게 잘못을 눈치 챈 듯하다. 9월18일부터 '손으로'를 '반드시'로 바꾸거나, 아예 '손으로'를 지운 현수막이 더러 눈에 띄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터진 재채기 꼴. 누구는 '손으로'와 '반드시'라는 말이 중첩되어, 오히려 '반드시 손으로'라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오윤현 기자 / noma@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