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알고 있는가? 블랙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레드 컬러만 입으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화사해보이며 더 이뻐보인다면 레드 컬러는 자신의 컬러인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드레이프지를 얼굴 밑에 대 보면서 컬러 진단을 하는 방법이 있다.
컬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컬러 코디네이터는? 이는 색채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의해 생겨난 전문 직종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의 활동 범위가 단순히 의상이나 인테리어 정도에 머물 것 같겠지만 모르는 말씀이다. 화장품과 미용, 자동차, 팬시 용품, 그래픽, 음식, 심리 치료, 생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컬러리스트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색채가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다음의 이색 실험을 한번 살펴보자.
두 명의 시험자가 각각 다르게 꾸며진 방 안으로 들어가 1시간이 지난 후 나오기로 했다.
한 방은 빨강이나 다홍, 짙은 핑크 등 붉은 계열로 꾸며졌고, 다른 방은 옅은 청색 계열로 꾸며져 있다. 두 방에는 모두 시계가 없으며 시험자들도 모두 시계를 착용하지 않았다.
40분 정도가 지나자, 붉은 방에서 시험자가 나왔다. 그런데 파란 방의 시험자는 70~8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붉은 방에서의 체감 시간은 실제보다 빨랐으나, 푸른 방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사람의 시간 감각에도 색채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들이 빨리 먹고 나가기를 원하는 패스트 푸드점은 붉은 색을 사용하고, 회의실은 푸른 계열로 꾸미기 마련이다.
색은 체감 온도를 변화시켜 냉난방 효과를 내기도 한다. 파랑, 보라, 녹색, 청록 등의 한색계열은 차가움을 느끼게 하는 색이다. 반면, 빨강, 주황, 분홍, 노랑 등의 난색 계열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똑같은 온도로 냉난방이 되어 있는 방이라 해도 어떤 색을 썼느냐에 따라 체감 온도는 2~3도 차이가 난다. 혹시 빨간색 선풍기를 본 적이 있는가? 똑같은 바람이라 해도 빨간색 선풍기라면 미지근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선풍기는 흰색, 회색, 검정색등의 무채색이나 푸른 계열이 많은 것이다.
그런데 색은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하여 체감 온도 뿐 아니라, 실제 온도에도 차이를 줄 수 있다. 하양, 노랑, 옅은 하늘색 등의 색채는 빛을 반사하여 열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여름에 흰색 옷을 입게 되면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실제로도 더 시원하다. 냉장고의 대부분이 흰색이나 파스텔 계열인 것도 같은 이치이다. 냉장고 표면이 시원해지므로 에너지 절약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공사장의 헬멧이 노란 색인 것은 주의를 주기 위함도 있지만, 더운 공사장에서 열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도 겸하고 있다.
반대로 검정색, 진감색등 어두운 색 계열은 빛을 흡수해서 열을 갖는 색이다. 한 때 검은 양산이 자외선을 흡수하여 히트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열 또한 흡수하기 때문에 얇은 천을 사용한다면 사용자에게 전달되어 더워질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겨울에는 유난히 어두운 계열의 코트들이 많은 것이다.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색 감각’이다. 패션,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등에서도 색에 대한 안목과 파악이 없다면 진가를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각 색채의 특징을 잘 알고 이용하여, 누구보다 엣지 있고 매력 넘치는 여성으로 거듭나 보자.
빨간색은 정열과 주목, 건강함, 당당함을 암시한다. 따라서 협상을 할 때나,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을 때는 붉은 색이 효과적이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당신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은 평소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돋보이고 싶은 파티에서는 붉은 드레스나 메니큐어로 이목을 사로잡아 보자. 좀 더 열정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붉은색 보석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선진 20개국 정상회의(G20) 유치를 확정 지은 후,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 회견장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언론은 이를 두고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어, 국민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된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보다 잘 어울리는 컬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붉은 색은 권위, 독단, 경고, 공격의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노란 색은 희망과 즐거움, 기쁨, 새로움을 나타낸다. 프랑스 북부의 도시 덩케르크의 카니발은 노란 색 축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란색 옷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기 때문이다. 축제와 노란색은 즐거움이란 의미에서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다.
또한 노란색은 언뜻 보면 누구와도 화합할 것 같은 친근함을 주지만, 그러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색상이다. 그래서 교통 안전 표지판이나 어린이용 차량, 스쿨 존 표시등은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노란색은 붉은 색과는 다른 의미에서 강하다. 붉은 색이 독재자처럼 조금은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카리스마라면, 노란색은 모든 국민의 마음에 스며들어 보듬어 주고 통합해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느낌을 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많은 사람들이 이룬 노란 물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반적인 영결식이 흰색이나 검정색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생전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운 컬러가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며, 그러한 전략이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란 색은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색이며 개혁과 혁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노란색은 또한 귀엽고 어린 이미지를 준다.
초록색은 치유, 휴식, 평화와 안정을 상징하는 색이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색이기 때문에 두통을 줄여주고, 신경 안정 효과가 있어 심리치료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칠판(black board)은 검정이 아니라 암녹색인 것이다.
유난히 피곤하여, 활력을 얻고 싶다면 밝은 초록색의 원피스나 가디건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므로, 트러블 없는 하루를 원할 때는 초록색을 가드라인으로 내세워 보자.
공격적으로 다가오던 경쟁자들도 당신의 상큼한 스카프나 목걸이를 보는 순간, 기세를 누그러뜨리게 될 것이다. 리더의 자리에서 많은 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진녹색의 광택 있는 실크 블라우스를 추천한다. 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조화롭게 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너무 어둡고 채도가 떨어지면 우중충하고 암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죽어가는 식물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녹색을 선택할 때는 채도와 명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초록색은 강한 신념, 고집, 확고함을 나타낸다.
분홍색은 행복, 여성성, 사랑, 달콤함을 나타낸다. 자궁의 내부가 화사한 분홍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태아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며 자라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분홍은 여성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색이며, 실제로 여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외모를 곱게 해준다. 특히 라벤더와 라일락 색이 호르몬 분비에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사랑에 빠졌을 때의 달콤하고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므로 첫 데이트에 이보다 좋은 색상은 없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분홍색 뺨과 입술을 볼 때 가장 사랑스러움을 느끼며, 보호 본능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분홍색 립스틱은 키스를 부르는 립스틱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남성들도 분홍색 넥타이나 와이셔츠를 즐겨 착용한다.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사교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분홍색은 자궁의 색깔이기 때문에 남성들도 매우 좋아하는 색이라고 한다. 분홍색은 여성만의 색이라는 인식으로 오랜 시간 참아 와야 했던 그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는 바이다.
그러나 분홍색은 지나친 여성스러움과 보호본능으로 여린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 그 화려함 때문에 이기적이고 겉치장에만 관심 있는 여성이라는 느낌도 줄 수 있다.
파란색은 가장 많은 이미지를 담고 있는 색이다. 우선 냉철한 판단력과 지성, 성실함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채도가 낮은 파란 블라우스나 감색 양복은 상사나 의뢰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파란색은 차갑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이럴 때는 터키석 색상의 밝은 파랑이나 하늘색으로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연출하는 것이 좋다.
파란색은 또한 평정을 상징하여 혈압을 내리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깊은 바닷 속에서는 그 푸른 색채 때문에 오래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푸른색의 잠옷이나 침구류는 불면증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 많은 은행 로고 및 삼성 역시 파란색 이미지를 채택한 것도 이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흰색은 가장 이중적인 색이기도 하다. 순결, 정화, 청결, 빛을 상징하는 흰색은 채도가 없으므로 무난한 듯 보이지만, 반대로 가장 권위적이고 냉정한 색이기도 하다. 의사들의 하얀 가운은 무균을 떠올리게 하고, 생명을 다루는 신성함을 느끼게 하지만, 반대로 냉정하고 무서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흰색은 또한 숭고한 느낌을 주는 만큼 쉽게 다가갈 수 없게 만든다. 첫 데이트를 할 때 많은 여성들이 흰 옷으로 순결함과 화사함을 뽐내려고 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 경우, 남녀가 서로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데이트의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분홍색 계열의 난색을 어필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흰색 옷은 세 번째 날에 입어야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는 도도한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고 당기기의 정수는 이러한 색채 활용에도 달려 있으니 적용해 볼 만하다.
반면, 흰색은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색이다. 쌓인 눈에는 꼭 발자국을 찍고 싶거나, 흰 페인트를 칠한 벽에 낙서하고 싶은 것과 같은 심리이다. 누구나 동경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이상향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흰색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칠 때 활용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흰색이 충분히 어울릴 만큼 나 자신도 아우라를 뿜고 있어야, 사람들이 감히 얄미운 생각을 못하고 압도되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활력이 없을 때는 흰색 옷이 주는 기세에 눌려, 오히려 자신의 우중충한 면이 더욱 부각된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 깨끗함의 상징이다.
이렇게 컬러를 활용해 자신의 피부 톤이나 인상을 밝고, 젊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로 만들어보자.
이서영 (아나운서) 미니홈피 www.cyworld.com/leemisunann 이메일 mailto:이메leemisunann@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