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글로벌 테이블 매너, 알고보면 참 쉬워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결혼식장 등의 원형 테이블에서 주위를 힐끔힐끔 둘러보거나 행동이 약간 부자유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
자기 빵과 물을 못 찾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왼쪽과 오른쪽 어느 것이 자기 빵이고 물인지 헛갈리는 것. 원형 테이블이기 때문에
한 명만 잘못 선택해도 나머지 사람들은 줄줄이 틀리게 된다. 음식재료 유통 전문기업이면서 서울에 여러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아워홈’의 추은정 과장은 “테이블 매너는 서로 편안한 식사를 즐기기 위한 배려이며 약속”이라며 “글로벌 교류가 많아진
만큼 테이블 매너를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워홈’의 도움을 받아 아리송한 테이블 매너를 쉽게 알아 봤다.》
○ 왼쪽 빵과 오른 쪽 물이 내 것 ‘좌빵우물’
가장 헛갈리는 것이 빵과 물의 위치. 이럴 때는 앞에 놓인 가장 큰 접시를 기준으로 왼쪽 빵과 오른쪽 물이 자기 것이다. 이른바 ‘좌빵우물’. 와인도 물과 같이 오른쪽에 놓인 것이 자기 것. 이상현 ‘아워홈’ 푸드서비스 마케팅팀장은 “유럽에서는 대부분 왼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예의”라며 “포크를 왼손에 나이프를 오른손에 쥐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왼손에 빵을 들고 오른손으로 버터를 발라야하는 이유도 있다. 빵 바구니에 빵이 담겨 나오는 경우에는 빵을 왼쪽 접시에 덜고 바구니를 왼쪽 방향으로 전달해 주면 된다.
○ 식사 시작은 ‘8시 20분’, 끝은 ‘4시 20분’
“식사 시작은 8시 20분, 끝낼 때는 4시 20분”이라는 말을 기억해 두는 것도 쉽게 테이블 매너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시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사 도중에 잠시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을 때는 시계의 ‘8시 20분’ 모양으로 놓으면 ‘식사 중’이라는 의미이며, ‘4시 20분’ 모양으로 놓으면 식사를 마쳤다는 의미다. 이때 나이프의 날은 포크를 향해야 한다. 이 같은 매너는 중세 시대 이탈리아의 한 귀족이 식사 도중 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마음에서 종교적 상징인 십자가를 표현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 냅킨은 가슴이 아닌 무릎에
첫 요리가 나오기 직전 펴서 반으로 접은 뒤 접힌 쪽이 안쪽으로 놓이도록 무릎 위에 올려둔다. 보통 냅킨을 ‘툴툴’ 털어서 활짝 편 뒤 무릎에 올리거나 가슴에 대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매너에 어긋난다. 자리를 비울 땐 의자 위에 올려둔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은 식사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입을 닦을 때는 겉이 보이지 않는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닦으면 된다. 냅킨은 로마시대에서 유래됐다. 당시 평민들은 앉아서 식사를 했던 반면 귀족들은 침대처럼 생긴 소파 위에서 옆으로 누워서 식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누워서 식사를 하다 보니 음식이 떨어지고 소파도 더러워지기 일쑤여서 사용한 것이 냅킨이다. 프랑스에서는 식사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불만으로 사용한 냅킨을 테이블이 아닌 의자 위에 올려놓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생선은 뼈를 발라 먹어야
생선은 뒤집지 않아야 한다. 살만 발라내어 접시 앞쪽으로 옮겨서 먹고 뼈를 발라낸 뒤 다시 아랫부분을 먹는다. 입안에 가시가 있을 때는 뱉거나 손가락으로 집지 않고 포크로 받은 후 접시에 놓는 것이 매너.
○ 빵에 칼을 대지 마세요
서양에서 포도주와 빵은 예수의 피와 몸을 상징한다. 이러한 믿음 때문인지 빵은 손으로 뜯으며, 절대 칼을 대지 않는 것이 테이블 매너 가운데 하나다. 또한 빵은 입맛을 정돈하기 위해 먹는 것이므로 미리 수프 등을 찍어 많이 먹게 되면 메인 음식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에 적게 먹어야 한다.
○ 스테이크는 ‘블루’로 해 주세요?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는 다양하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레어, 미디엄, 웰던 등 3종류를 알고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블루(blue), 레어, 미디엄 레어, 미디엄, 미디엄 웰던, 웰던 등 6 종류 가운데 하나를 주문한다. 블루는 레어보다 덜 익힌 상태로 육류를 좋아하는 서양인들의 식습관을 반영한 것이다.
○ 수프를 먹을 때 미국은 바깥쪽으로, 영국은 안쪽으로
수프를 먹을 때 가슴 앞쪽에서 바깥쪽으로 떠먹는 것은 미국식이며,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먹는 것은 유럽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굳이 이 방식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먹는 추세다. 수프를 다 먹었을 때는 접시에 스푼을 그대로 올려놓으면 된다. 추은정 과장은 “앞으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제 식사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테이블 매너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매너 교육을 통해 젊은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더욱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