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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식에서 웰빙음식이 된 반전의 도토리묵

호젓한오솔길 2013. 6. 28. 08:29

 

구황식에서 웰빙음식이 된 반전의 도토리묵

 

 

한식이야기. 도토리묵


	도토리
도토리
도토리는 일찍이 석기시대부터 우리민족의 먹거리였다. 강동구 암사동, 하남시 미사동 등 수많은 유적지에서 야생 도토리가 나오는 것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옛 기록을 살펴보면 도토리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고려사>에는 충선왕이 흉년이 들자 백성을 생각해 다른 반찬의 수를 줄이고 도토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구황작물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숙종은 을해년에 심한 흉년이 들자 도토리 20말을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기 위해 보내면서 ‘흉년에 도토리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쓰인 <산림경제>, <목민심서> 등에도 도토리는 한결같이 구황식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에도 도토리는 굶주린 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소중한 음식이었다.

가난한 시절 먹을 것이 없어 대체식품으로 섭취하던 도토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물질 풍요의 시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 도토리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인즉슨 열량이 낮기 때문이다. 영양과잉현상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는 도토리는 웰빙식품인 것이다.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낸 반전이다.


	도토리 요리
도토리 요리

도토리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이 도토리묵이다. 만드는 방법은 도토리를 바싹 말려 절구에 찧고 껍질을 까불어 털어낸 후 물에 담가 떫은 맛이 없어질 때까지 3~4일간 물을 갈아주며 우려낸다. 그 다음 곱게 갈아 고운 체에 밭쳐 앙금을 가라앉히면 도토리 녹말이 완성된다. 도토리녹말을 물에 풀어 하루 밤 정도 두었다가 솥에 붓고 저어가며 끓인다. 색깔이 투명해지면 소금과 식용유를 적당량 넣고 고루 저으면서 다시 한번 끓여 뜸을 들인 다음 적당한 그릇에 쏟아 식히면 묵이 된다.

이렇게 만든 도토리묵은 쑥갓과 오이를 썰어 넣어 무쳐먹어도 되고, 가늘고 길게 잘라 비빔밥에 넣어도 좋다. 다른 재료 없이 양념간장을 살짝 곁들여 먹어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쌉싸래하고 수더분한 도토리묵의 맛은 시골 할머니 댁에서 맛보던 추억의 맛이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