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한 식감이 안주로도 그만~ 6070 감성 한그릇
[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
도가니탕 입문을 꿈꾼다면 <대성집>
도가니탕과 도어즈를 동시에 알게 되다
20 여 년 전 사회생활 초년생 시절 영업 업무로 독립문 인근의 인테리어 회사를 자주 방문했다. 확실한 거래처도 아니었지만 인테리어 회사 대표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자주 와도 그다지 싫어하는 내색이 없었다. 그 대표는 디자인 감각이 뛰어났고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그의 방에 설치된 스테레오 시설은 짱짱했다. 당연히 LP판이 많았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판은 ‘도어즈(The Doors)’. 도어즈의 Light my fire, The end, Break on through 등 사이키델릭한 록을 같이 감상하면서 영업 일은 뒷전이었다. 그 당시 이 회사를 왜 자주 방문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안 난다.
식사시간이 되면 그 인테리어 회사 대표는 인근 식당에서 도가니탕을 사주었다. 도가니탕을 그 때 처음 먹어보았다. 그 식당이 <대성집>이다. 가끔 얻어먹는 도가니탕은 별미였다. 인테리어 회사 대표 덕분에 도어즈와 도가니탕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도어즈와 도가니’.
- 도가니탕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가니와 소주를 연신 먹어대다
얼마 전 날씨가 무더운 저녁 약속을 교북동 <대성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에 맞춰서 정시에 도착했다. <대성집> 인근 골목은 마치 1960~70년대를 연상케 한다. 남루하지만 정감이 살아 있다. 그렇지만 이 골목도 조만간 재개발에 들어간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복고풍을 더 좋아하게 된다. 세월을 붙잡으려는 헛된 망상일 것이다. <대성집>은 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다.
전에 왕십리에 해장국집이 있었다. 정말로 1960년대 분위기의 해장국집이었다. 그 해장국집 인근이 철거되고 강남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그 해장국집이 다시 강북으로 이전을 한다고 한다. 강북적인 감성이 강한 식당이라서 강남과 안 어울리는지 아니면 업주의 의지인지 잘 모르지만 그 해장국집은 강남과는 정말 안 어울렸다.
<대성집> 간판도 노포의 분위기 그대로다. 가게 안의 들어가는 입구도 노포스럽다. 다라이(대야)에 도가니가 잔뜩 쌓여있다. 약간 붉은색을 띠는 것을 보면 도가니를 지나치게 많이 삶은 것 같지가 않다. <대성집> 주인 아주머니는 원래 이 식당 종업원이었는데 워낙 일을 열심히 해서 원조 주인이 물려주었다고 한다. 성격도 여유가 있고 관상학적으로 재물이 붙는 좋은 관상이다. 경기도 안산의 초대박식당 모 닭발집 주인장 관상과 비슷하다. 중요한 점은 지금도 열심히 일을 한다는 점이다. <대성집> 전 주인장이 사람은 정확하게 본 것 같다.
메뉴판을 보니 도가니가 9000원, 수육이 2만원이다. 유명 식당치고는 절대 비싸지가 않다. <대성집>은 이래서 마음에 든다. 유명식당의 횡포가 없다. 건전한 수익성을 추구한다. 유명한 모 콩국수집은 맛은 월등하지만 비싼 가격과 불친절로도 유명하다. <대성집> 같은 식당은 손님과 더불어 가는 착한 음식점이다. 고객은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젊은 층도 많이 온다, 인터넷의 힘이다. 건물이 오래 되어서 가게 안이 무척 덥다.
복고식당 <대성집>, 이 분위기 그대로 이어졌으면
도가니 수육이 나왔다. 양이 섭섭지 않다. 입맛이 절로 당긴다. 콜라겐 덩어리 도가니. 필자는 어렸을 때도 스지를 아주 잘 먹었다. 스지 특유의 치감과 고소한 맛이 육고기를 먹을 때와 또 다른 별미였다. 이 도가니 수육에 소주를 곁들이니 술이 슬슬 넘어간다. 다행이도 만나기로 한 사람이 도가니를 잘 안 먹어서 거의 본인 차지였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육류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다. 필자로서는 천만다행이다. 독식이다. 본인은 구이보다 이런 수육을 더 좋아한다. 소시적에도 국고기를 아주 좋아했다.
도가니의 쫀득한 식감이 소주 안주로는 그만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신 소주와 도가니를 곁들인다. 도가니탕도 같이 나왔다. 수육도 좋지만 가끔 국물도 떠먹으면서 도가니를 먹어야 한다. 그 옛날 인테리어 회사 대표가 사주었던 도가니 맛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성집>에서 도어즈의 Light my fire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아마 언밸런스일 것이다.
월남전이 한창일 때도 이 <대성집>은 도가니탕을 팔았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젊은 미군들이 가장 좋아했던 밴드가 도어즈였다. 다음에는 스마트 폰에 도어즈 음악을 저장해 도가니탕을 먹으면서 들어볼 생각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상대방이 콜라겐은 음식으로 섭취하면 효능이 없다고 썰렁한 이야기를 하지만 뭐 그게 대수인가. 맛있으면 그만이지. 밥도 조금만 말아서 먹어보았다. 행복하고 소박한 만찬(晩餐)이다. <대성집>의 유일한 단점은 밥이 조금 적다는 것인데 탄수화물을 덜 섭취하려는 배려로 이해하자.
<대성집>에 여러 번 왔지만 한 번도 못 먹어보았던 해장국(5000원)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없는 음식이다. 선지와 우거지가 잔뜩 들어간 해장국도 옛스러운 맛이었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구수하다. 유명 식당 5000원짜리 해장국은 장삿속이 배제된 가격이다. 나이든 종업원들도 더운 날씨에도 수더분하기만 하다. 직원은 주인장을 닮아간다. <대성집>의 미덕은 복고의 맛과 분위기다. 그러나 이전을 한다고 하니 그 전에 자주 와야겠다.
<대성집> 서울시 종로구 교북동 87 (02)735-4259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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