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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사이 야생화 천국

호젓한오솔길 2013. 10. 26. 08:17

 

 

억새밭 사이 야생화 천국

  • 전광주·야사모 회원(닉네임 우구리)

 

산청·합천 황매산 야생화 여행


	경남 황매산에 있는 억새밭에서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야사모’회원들이 쑥부쟁이 등 가을꽃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경남 황매산에 있는 억새밭에서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야사모’회원들이 쑥부쟁이 등 가을꽃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말간 청남색 하늘에 구름이 간간이 게으른 듯 지나갔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야사모(www.wildplant.kr)'의 올 하반기 정기모임이 열린 19~20일 경남 산청군 황매산(黃梅山·1108m)은 억새와 구절초 등 가을꽃들로 질펀했다.

황매산 자락에 자리한 영화주제공원 옆 주차장에 모인 회원들은 자생식물 보호 주의사항을 듣고 산행에 나섰다. 이어진 임도(林道)는 등산로이자 꽃길이었다.

황매산은 봄에는 철쭉이 유명하지만, 가을에는 억새와 함께 여러 종류의 들국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사방으로 고속도로가 지나 교통이 편리한 데다 경치가 좋아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다음에 다시 찾는다고 한다. 탐방단원들은 임도를 중심으로 황매산 정상과 배틀봉 사이 황매평전, 황매산제단을 오가며 야생화를 찾았다. 임도 양편엔 하얀 구절초, 노란 산국, 연보라색 쑥부쟁이 등이 산등성이를 흠뻑 덮은 듯 피어 있었다. 야생화 꽃밭 뒤로 멀리 높은 구름 뒤에 숨은 지리산 천왕봉이 보였다.

능선에서 합천군 가회면 쪽 가는 길에서 용담과 쓴풀이 발견됐다. 억새밭에서 귀티 나는 용담을 발견하자 서로들 '얼짱거리'(가장 예쁜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찾아 날렵하게 몸을 던졌다. "요것 봐, 워메 이쁜거…." 이런 탄성에 용담이 거만해진 듯했다. 집에서는 청소기 한 번 잡지 않는 사람들이 꽃잎에 묻은 지푸라기 같은 것을 떼어내느라 난리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던가. 이 소동이 끝날 때쯤 다른 쪽에서 '겹쓴풀'을 발견했다는 소리에 회원들은 또다시 내달린다. 평소에 보기 힘든 귀한 꽃이기 때문이다.

황매평전 주차장 부근에선 물매화도 보았다. 누군가 "여기에 물매화 모델 예쁜 거 있습니다"라고 하니 주변 회원들이 순식간에 모여 몸을 엎드렸다. 야생화를 찍기 위해서는 우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낮추어야 보인다.' 별것 아닌 듯한 조용한 진리를 야생화가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가을에 땅에 엎드리면 엄마 냄새처럼 약간 비리고 달콤한 듯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능선에 드넓은 억새밭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풍경은 이 억새를 보기 위한 예고편이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아늑한 솜이불 같은 억새밭 사이로 사람들이 보였다 사라지곤 했다. 억새는 서걱이며 서로 정을 나누는 듯하다.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능선에 서서 지나가는 바람과 얘기를 나눠 보라고 하고 싶다.

황매산은 정상에서 보면 경치가 활짝 핀 매화꽃잎을 닮았다고 해서 '황매'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황매산에는 칡과 땅가시, 뱀 등 세 가지가 없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이곳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를 보살피러 온 어머니가 산기슭을 걷다가 칡넝쿨에 넘어지고, 땅가시에 긁혀 상처가 나고, 뱀에 놀란 사실을 안 무학대사가 산신령에게 백일기도를 드린 후 세 가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능선을 샅샅이 살펴본 '꽃 사냥꾼'들이 하산을 시작했다. 지나는 곳마다 도시락을 먹던 등산객들이 웃는 얼굴로 김밥 한 줄 내어주며 '좀 들고 가시라' 권한다. 저 산밑 세상도 이렇게 정다웠으면 좋겠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둥그렇게 손을 잡고 다 같이 큰 소리로 "사람이 꽃이다"를 외쳤다. 언제 또 이 그리움과 바람이 나를 여기로 데려와 줄까.


	산청 합천 지도

 

여행수첩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단성 나들목에서 나온다. 이어 신등면·가회면 방향으로 가면 황매산 가는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생초나들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천 가는 버스를 탄다. 합천읍에서 가회·덕만행 버스를 타고 가다 덕만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등산을 할 수 있다.

황매산은 크게 산청군과 합천군에서 오르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덕만 주차장~모산재 코스, 회양리~북동릉~정상 코스, 장박리~떡갈재~정상~모산재 코스 등이 대중적인 코스다.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를 출발해 황매산 정상에 오른 다음, 모산재를 지나 합천군 가회면 영암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관통 코스는 산행거리 14㎞ 남짓, 6시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