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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황배이골, 삿갓봉 가을 나들이

호젓한오솔길 2018. 11. 9. 00:42

 

내연산 황배이골, 삿갓봉 가을 나들이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 일   자 : 2018.11.04 (일요일)

* 동행자 : 토끼와 거북이

* 산행코스 : 청하면 유계리- 황배이골(황암골)- 법성사- 삿갓봉(716m)- 외솔배기- 활골- 유계저수지

* 산행거리 : 약 10.0 Km

* 산행시간 : 4시간 40분 소요 


어느덧 계절은 가을의 끝자락이라고 하는 11월로 접어들어, 단풍이 포항 근처에까지 내려와서 절정을 이루고 있는 11월 첫째 주에는 계획된 장거리 산행이 없고 하여, 일요일에 집사람과 가까운 내연산 단풍 산행이나 다녀오려고 약속을 하여 놓고는 근교 산행이라고 아침에 꾸물거리다가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


시내를 벗어나 흥해읍을 지나면서 바라보니, 먼 산이 뿌옇게 보이는 것이 기분 나뿐 미세 먼지가 잔뜩 끼인 찜찜한 날씨가 오늘은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오전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주차장이 만차가 되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한데, 전국에서 몰려드는 자동차들이 계속 줄을 지어 밀려 들어온다.


내연산을 수 없이 다녀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온 것은 처음 본 터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산행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자동차들로 뒤엉킨 주차장을 어렵게 빠져 나와 청하면 유계리에 있는 황배이골로 향한다. 청하면 유계저수지 안에 법성사 입구에 도착하니, 자동차 세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이 곳은 골짜기가 한산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전 11시 40분경에 유계저수지 안에 주차를 하고, 비포장 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 가는 가을 빛이 내려앉은 황배이골은 여러 번 와본 마눌은 길을 잘 안다는 듯이 부지런히 앞서 간다.

황배이골은 계곡 초입인 황암마을 어귀에 바위가 누런 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황암골, 황바우골로도 불리지만 이 지역 주민조차도 황배이골이란 이름을 생소해하는 이곳은 조선 시대에는 이동신공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라고도 한다.


옛날에 광산이 있었던 골짜기 입구를 지나니, 얼마 전 태풍 콩레이의 수해를 잎은 곳을 복구한 듯 입구에 주차장과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고, 개울 옆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무르익은 가을이 햇살에 눈이 부신다. 화사한 단풍이 있는 곳에서는 걸음을 멈추어가며, 맑은 얼굴에 홍조를 띤 그녀들의 초상화를 담아가며, 화사한 등산로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는 발걸음 가볍다.


노란 바탕에 핏빛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눈부신 단풍과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초라해진 구절초 무리 사진에 담고 있는데, 내려오는 네 명의 나이든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니, 지금 이 골짜기 안에는 5명만 남아있다고 하며, 이렇게 조용하고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느냐면서 지나간다.


앙상한 가지에 붙은 목마른 단풍들이 오색 빛을 토해 내는 골짜기 청석 위를 흐르는 옥수의 가냘픈 가을 노래 소리 들려온다. 층층이 아름다운 바위에 낙엽 쌓여가는 곳 기암괴석들 사이로 개울이 흐르는 골짜기에 건설공사장에서 쓰이는 가설자재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 놓아 볼품이 없어진 이 일대가 황배이골에선 최고의 볼거리로 인진왜란 당시 왜병들이 울며 이 골짜기 안으로 달아났다고 하여, 왜명동(倭鳴洞)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단다.


아름다운 골짜기를 법성사로 가기 위해 건설 공사장처럼 아시바를 설치해 놓은 길, 이것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싶다. 가랑이 벌린 바위 사이로 가냘프게 흐르는 폭포와 어우러진 단풍 길 지나 황배이골에서 가장 큰 폭포에도 가을 가뭄이 들었는지 물이 별로 흐르지 않는다. 


바위 아래 사람이 기어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입구가 작은 동굴은 그 옛날 애잔한 전설이라도 한 자락 간직한 듯 보여지고, 공사장 아시바로 어설픈 철교를 만들어 놓은 이 곳은 저기 아래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길이 있었는데, 쓸데 없이 어렵게 주위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길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아시바 통로가 설치된 이 바위 위에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좋은 곳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풍광을 즐기고 있는 

이곳 유계리가 고향이고 마눌의 친구인 지인을 만났는데, 지금은 포항에 살고 있는 네 자매가 고향 마을로 가을 소풍을 나왔다고 하여, 멀찌감치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바위에 떨어지는 낙엽이 하나하나 쌓여 깊어가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겨오는 아름다운 골짜기에 저무는 가을이 아쉬운 듯 마지막 단풍들이 핏빛을 토해낸다.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아쉬움 남아 돌아보며, 유서 깊은 골짜기 산길을 따라 법성사 쪽으로 이어지는 길, 마지막 자태를 활활 사르는 단풍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고, 명경 지수에 얼굴을 비추며 물가를 맴도는 단풍은 애써 수줍음을 감추느라 떨리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한다.


가을은 또 그렇게 골짜기를 붉게 물들이다가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저물어 가고, 가냘픈 오색 단풍은 지나는 산객의 애간장을 다 녹이는 데, 개울가에 불이 난 듯 활활 타오르는 저 붉은 단풍에 속절없이 녹아 내린 검은 바위들의 여린 영혼이 옥수 되어 흐른다.


구시렁거린 걸음은 오색 등이 주렁주렁 달린 법성사 아래 도착하여, 아무리 조심스럽게 걸어도 오수를 즐기는 부처님 앞에 삐그덕 거리는 소음을 흘리게 하는 불경스러운 아시바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감나무에는 땡감이 주렁주렁 달려 가을 햇살에 부지런히 홍시로 익어가고, 노란 감국과 메리골드 곱게 피어 있는 돌계단 길을 따라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라 하기에는 조금 왜소하게 느껴지는 법성사 대웅전 앞에 도착한다.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화사한 단풍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풍광이 마치 말로만 듣던 영롱한 극락세계가 눈 앞에 장엄하게 펼쳐지는 듯한 대웅전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니, 아래 쪽 요사채에도 대웅전 경내에도 인기척이 없는 것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모두가 사바세계로 출타 중인 듯한 법성사 경내가 호젓하게 느껴진다.


다시 가을빛 무르익은 아시바 계단 길 밟아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에서 돌아본 대웅전과 다사로운 햇살에 곱게만 익어가는 법성사의 만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미련이 남은 만추의 법성사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이어지는 아시바 계단 길 옆으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서 돌아보니, 화사한 극락세계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지난 번엔 차가 다니던 급경사 오르막 길에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길, 잠시 올라가니, 주차장 옆에 설치된 모노레일에 사찰의 생필품을 운반하는 엔진에 적재함이 달린 작은 레일카가 세워져 있다. 스님이 출타 중이라 비어 있는 법성사 주차장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차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마눌에게는 힘에 부치는 듯 다와 가나 다와 가나 하면서 따라 오는 걸음이 자꾸만 느려진다.


참나무 숲 속에 빼곡하게 들어찬 생강나무들이 모두 노랗게 물이 들어 참나무 단풍과 어우러져 마치 황금빛 세상을 이루는 길의 농익은 노란 생강나무 잎은 그냥 눈이 부신다. 뒤처지는 마눌의 걸음을 느긋하게 기다려가며, 노란 단풍 길 걸어 유계저수지에서부터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서고, 이어지는 걸음은 등산로를 따라 삿갓봉으로 향한다.


싸리나무와 생강나무가 곱게 물든 능선 길, 조망이 트인 곳에서 바라본 우척봉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마다 가을빛 곱게 무르익어 내연산 단풍의 절정을 알려준다. 멋진 정자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갈까 하고 올라 왔는데, 점심을 먹고 일어 나는 네 명의 산꾼들이 있어 인사만 나누니, 금방 방을 빼주겠다고 하였지만 그냥 통과한다.


삿갓봉 삼거리에서 마눌은 쉬면서 기다리라 하고 혼자 가까운 삿갓봉으로 서둘러 올라가니, 정상석 그늘에 두 사람이 앉아서 쉬고 있으면서 정상석 사진을 찍어도 고개만 숙이고 가만히 있기에 그냥 찍어버린다. 주위에 수목이 자라 조망이 없어진 넓은 헬기장이 있는 삿갓봉을 한 번 둘러 보고, 서둘러 마눌이 기다리는 삼거리로 돌아 내려와서 외솔베기 쪽으로 향한다.


수목원 둘레길(생태관찰로)에 내려선 걸음은 한적한 둘레길을 따라 외로운 노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외솔베기 고개에 내려서니, 여름철 주위에 수목이 우거져 있을 때는 초라한 모습으로 답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외솔베기 노송은 주위를 가리던 초목들이 단풍 들어 오그라드니, 홀로 독야청청 회춘을 한 듯 비단옷을 입은 모습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외솔베기는 옛날 가래골(현재는 삼거리 골짜기에 집터 흔적만 있음) 주민이 청하장을 보러 다니는 길목 산길언덕 정자나무 쉼터이다. 밤에 술과 고기를 먹고 지나면 범짐승이 흙을 퍼붓고 선한 사람이 밤길에 나무 밑을 지나면 두려움을 포근하게 감싸며 여인들이 외솔베기 나무에 공을 들이면 효험이 있다 하고 나무에 해를 주면 사람이 목숨까지 잃었다는 유래가 있는 외솔베기는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역사 동안 등산객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가끔 둘레길 걷는 사람들이 한두 명 지나가는 조용한 외솔베기 정자에 앉아 늦은 점심 겸 간식을 먹은 후 옛날 외솔베기 아래 살던 가래골 사람들이 청하장으로 넘나들며 숱한 애환이 서려있는 유서 깊은 산길을 따라 유계리 쪽으로 향하는 걸음은 아름다운 단풍이 남아 있는 곳에서 돌아보며, 이제는 오르막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더니 힘이 나는 모습이다.


능선에는 이미 지고 없던 단풍이 골짜기 아래쪽으로 내려설 수록 점점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길, 노란 생강나무 단풍 속으로 들어서면서 돌아보니 따라 오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자태가 아름다운 단풍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들의 예쁜 초상화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소나무가 참 이상하게 생겼다면서 걸음을 멈춘 곳 잎을 부채처럼 활짝 펼친 가녀린 노송은 겨울에 눈이 오면 납작 엎드려가며, 무거운 하중을 견디느라 허리가 휘어지는 고통을 참아가는 삶이 고달퍼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골짜기는 가을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아름다운 풍경인데, 얄미운 소나무 가지들이 앞을 가리고, 올려다본 창공에는 참나무 단풍들이 마지막 자태를 뽐내며 가을 햇살에 마냥 즐겁다.


양쪽에서 개울물이 합류하는 활골 골짜기에 내려서니, 이 곳에도 송이가 나는지 금줄이 처져 있고, 노란 감국과 맑은 개울물에 카메라 겨누면서 돌아본 능선에도 단풍 빛이 고운데, 활골 골짜기에도 단풍이 한껏 무르익은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 피서지로 참 좋을 것 같은 청석이 깔리 골짜기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개울가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가에 샘터에 파이프가 설치된 곳은 아래쪽 사찰에서 상수도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사찰 옆으로 내려오니 개 짖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게 들리는지 골짜기가 울리는 듯하고, 사찰 모습은 몇 년 전에 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 인데, 대웅전 주위에 증축과 단장이 좀더 된 듯하다. 볼썽사납게 짖어대는 진돗개 두 마리 최저 임금이 올랐다고 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 그냥 처다 보면서, 정신 없이 짖어대다가 돌아서니, 금방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깔끔하게 멈춘다.


개울 옆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 길가 전봇대에 붙은 팻말에 안쪽에 있는 사찰이 청령산 '보덕사'임을 알린다. 바위와 단풍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짜기 풍경에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얼마 전 태풍 콩레이로 수해를 입었던 도로를 복구한 듯한 개울 길을 따라 내려와 단풍이 무르익는 개울을 건넌다.


아름다운 개울 단풍에 눈을 흘키며, 비포장 길을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유계저수지 상류 도로에 도착한다. 무서리가 내린 듯 길가에 잎이 모두 떨어진 감나무에는 주렁주렁 달린 빨간 땡감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노래하고, 지나가는 산객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침을 삼킨다. 저수지 물가를 두르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돌아 오는 길은 어느덧 산 그림자 물속으로 잠겨 들고, 저수지 안쪽 물위에 떠 있는 듯한 논도가리에는 황금빛 벼가 추수를 기다린다. 


오전 11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황배이골을 따라 올라가서 활골로 내려오는 약 10Km 거리에 4시간 40분이나 소요된 느긋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 20분경에 자동차에 돌아오는 미니 산행 길을 마치고, 유계저수지 골짜기를 빠져나오니 내연산 수목원에서 내려오는 도로에 자동차들이 줄일 잇는다.


지금 이 시간에 포항으로 돌아 오는 길은 7번 국도가 많이 막힐 것 같아 유계리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신광면으로 둘러서 흥해읍으로 나오니, 예상대로 도로가 밀리지 않고 순조롭게 집까지 도착을 한다. 오늘 단풍 산행으로 기분이 조금은 업 된 듯한 마눌이 서둘러 닭백숙 요리를 하여 소주 한 잔 나누면서 11월 첫 일요일 내연산 산행 길을 갈무리 해본다.

(2018.11.0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