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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비학산 포근한 삼동의 길목에서

호젓한오솔길 2018. 12. 17. 08:38

 

항 비학산 포근한 삼동의 길목에서


                                            솔길 남현태


황금 개띠의 해라며 술렁이던 무술년 해맞이가 어제 같은데, 벼름박에 한 장 남아 달랑거리는 처량한 달력이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출발했던 무술년이 어느덧 마지막 12월을 알리니, 처절한 우리네 인간사 아옹다옹 지지고 볶는 사이에 무심한 세월은 빨라도 너무 빨리 흐른다는 느낌이 새삼스럽다.


그래 봤자 백 년도 못 사는 인생들이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지난 보수 정권의 씨를 말려 이십 년 정권을 이어가겠다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에 쓸데없이 들쑤시며 끼어들어 분란만 일으키고, 뒷걸음치는 경제 정책으로 서민들은 생활은 점점 팍팍해져만 가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진 청와대 관리들의 비리 행태가 백성들은 분노를 키워 또 다른 적폐를 만들어간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12월의 첫째 주말에도 때가 년 말이라 모두가 바쁜 계획들이 있어 지난 주와 같이 원거리 산행이 없는 관계로 집사람과 같이 근교 산행이나 다녀오려고 하니, 산불경방 기간에 마눌의 수준에 맞는 산행지가 마땅치가 않아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신광면에 있는 비학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도시락을 싸려는 마눌에게 간단하게 과일과 간식거리를 준비하라고 하여, 식수 두 병과 함께 배낭을 꾸려 아침 10시경에 집을 나선다. 봄철 황사처럼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마셔야 하는 먼 산이 뿌연 중국산 미세먼지가 조금은 찜찜하게 느껴지는 길을 달려 10시 30분경에 비학산 아래 법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자동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한 무리의 산님들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 하면서, 법광사 앞에 설치된 안내판 앞에 잠시 걸음 멈춘다. 


<비학산 숲 탐방로 안내> 산의 형상이 너른 벌판 위로 알을 품던 학이 하늘로 날아 오르는 형상이라서 비학산이라 명명됐다, 옛날부터 학이 많이 둥지를 틀었고 지금도 학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무습을 종종 목격한다. 해발 762.3m 인 형제봉이 주몽이며 봉우리가 있고 정상 봉우리 외에 동편 중턱에 작은 산 모양의 불룩한 봉우리가 있는데 이를 등잔혈이라 한다. 이곳에 묘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는 속설이 이 지방에 전해온다. 특히 등잔혈에 묘를 쓰고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된다는 전설과 비학산에 묘를 쓰면 가문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어 여름철에 한발이 극심할 때면 관민이 뜻을 모아 기우제를 지내거나 인근 주민들이 묘를 파헤치기도 하여 종종 송사가 있기도 하였다. 요즘은 법광사에서 비학산 정상까지 우거진 수목과 아름다운 경관, 맑은 물의 정취에 매혹되어 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학산 감사나눔 둘레길 안내판 앞을 지나 최대한 좌측 길로 정상에 올라 우측으로 넓게 돌아 내려올 요량이다. 왼쪽으로 잠잠한 작은 저수지에 비치는 포근한 햇살에 마음이 끌려 잠시 다가서고, 애잔한 만추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한적한 저수지 풍경에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작은 골짜기를 따라 들어선 걸음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낙엽 쌓인 능선 길로 올라서니, 멋진 바위들이 다문다문 박혀 있는 비학의 왼쪽 날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옅은 황사가 끼어 3월의 봄날 같이 느껴지는 포근한 날씨에 연신 땀을 흘리며, 낙엽 따라 이어지는 오르막 길 '이 나무는 왜이리 크노'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아름드리 두 가지를 힘차게 뻗어 올린 커다란 나무가 자세히 보니 참나무인데, 참나무가 이렇게 굵고 크게 자란 것은 나도 처음 보는 듯하다.


잠시 가파른 길 올라선 걸음은 조망이 확 트이는 전망 바위에 이르니, 발아래 가을 겉이 끝난 한가로운 신광면과 흐릿한 미세 먼지 속으로 환동해의 도시 포항 영일만 풍경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무제등 산자락을 수놓은 푸른 솔과 노랗게 물든 낙엽송 단풍이 아름다운 만추의 여유를 한가롭게 펼치고, 좌측으로 멀리 신광면 안덕리와 발아래 상읍리, 우측으로 죽성리 마을, 정면으로 신광면소제지와 용연저수지 그 너머로 흥해읍과 포항시 약동하는 영일만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측으로 기계면 내단리 쪽으로 이어지는 비학의 왼쪽 날개 능선인 '비학지맥'은 올망졸망 산줄기들이 미세먼지 속이 답답한 듯 꿈틀거린다. 옅은 미세 먼지가 있어도 조망 시원한 전망바위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비학지맥 능선에 올라 뒤에 마눌이 올라오는 동안 좌측에 있는 두륙봉에 다녀오려고 혼자 바삐 걸음을 옮긴다.


두륙봉 두름바위에 도착하여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비학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지고 익말봉 쪽으로 이어지는 솔 빛 능선과 기북면 쪽으로 발아래 탑골 골짜기 끝에 탑정지와 기북면 탑정리 풍경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살짝 당겨본 탑정지와 탑정리 마을 풍경 정겹기만 하고 비학산 정상 부근의 옛날 암자 터가 있는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서둘러 두륙봉 전망바위를 내려선 걸음은 오던 길로 되돌아서 조금 전에 올라온 삼거리에 도착하니, 마눌은 벌써 올라와 비학산 정상으로 향한 듯하여 서둘러 따라간다. 무제등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앞서 가던 마눌을 만나고 잠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걸음을 이어간다. '포항고등학교 OB 산악회' 일행들과 함께 어우러져 비학산 정상에 올라 잠시 기다리니 마눌이 힘들게 따라 올라온다.


<비학산> 산의 형상이 학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르는 형상을 하고 있는 비학산은 경북 포항시 신광면과 기북면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 정상에 봉우리가 있고 동편 중턱에 작은 산 모양의 불룩한 봉우리가 있는데 이것을 등잔혈이라 하며, 산 정상부와 등잔혈에 묘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고 하였으며, 특히 등잔혈에 묘를 쓰고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된다는 전설과 묘를 쓰면 날씨가 가문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비학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정상에 올라가 암장한 시체를 찾아내곤 했다. 특히 비학산 동쪽일대는 봄이면 고사리, 더덕, 두릅나무가 지천에 깔려있어 나물산행과 곁들이면 일거양득이다. 비학산에 오르려면 동쪽의 신광면 법광사에서 오르는 코스와 정상 서쪽에 있는 기북면 탑정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인근에 신광온천이 있어 산행 후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넓은 비학산 정상에서 달아오른 몸을 잠시 식히며 머물던 걸음은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산님들을 뒤로하고 비학의 오른쪽 날개 능선인 반곡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비학산 정상을 내려서면서 바라본 비학의 오른쪽 날개 능선과 성볍령으로 이어지는 비학지맥 마루금의 회색 빛 능선에 푸른 솔이 활기차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기일저수지가 있는 신광면 기일리 마을 만추의 햇살 아래 여유롭다. 비학의 날개 끝자락에 둥지를 튼 신광면 안덕리 마을 건너 고주산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인 흥해읍 덕성리 마을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법광사로 내려가는 오봉 삼거리를 지나 반곡지 쪽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낙엽 능선 길에서 포근한 바위에 앉아 점심 겸 준비해온 간식을 먹은 후 오봉을 지난 큰재삼거리 이정표에서 우측 법광사 쪽으로 내려선다. 숲 속에 작은 바위들이 어우러진 낙엽 능선길 골짜기 방향으로 바위에 붉은 락카로 방향행을 표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내려가 보아도 길이 없어 보인다.


정겹게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여느 정맥 길을 걷는 기분이 들고, 우측으로 트인 조망 바위에서 올려다 본 우람한 비학산과 걸어온 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미끄러운 낙엽 따라 내려선 골짜기에는 아직 가을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미련을 떨치지 못한 노란 단풍이 마지막 자태를 토해내고 높은 졸참나무는 갈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떨어트린다. 


현란한 마지막 단풍에 잠시 머물던 걸음 지나가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보고,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에는 애련한 만추의 긴 여운이 하염없이 녹아 든다. 마른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골짜기 아직 된서리 한번 내리지 않은 포근한 가을 날씨에 파란 잎들은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따라 오는 발걸음도 여유로워 보인다.


골짜기 묵은 밭뙈기의 여린 녹색 위에 낙엽 내려앉은 정겨운 오솔길은 부드러운 소나무 숲 길을 지나 가을 향기 물씬 풍겨오는 길 따라 신우대 숲 길은 마을 뒤쪽으로 내려선다. 빨간 감이 홍시로 변해가는 감나무 아래서 달콤한 군침을 삼키면서 고욤나무 아래서 산님들이 따 먹고 있는 고욤 몇 개 따 먹은 후 서둘러 자동차로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봄날처럼 포근한 겨울 문턱에 아침 10시 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해 비학산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약 6.5Km의 짧은 거리에 3시가 53분이나 소요된 어울렁더울렁 걸은 느림보 산행을 마치고, 오후 2시 20분경에 하산을 하여,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사람과 함께한 만추의 비학산 미니 산행 길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8.12.03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