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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학산 봄나들이 산행

호젓한오솔길 2019. 4. 5. 12:01

 

비학산 봄나들이 산행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기일리

* 일 자 : 2019. 03. 24 (일)
* 날 씨 : 맑음

* 동 행 : 토끼와 거북이
* 산행코스 : 기일리- 오봉- 비학산- 원호봉- 기마봉- 기일리

* 산행거리 : 13.73 Km

* 산행시간 : 약 6시간 47분소요(어울렁 더울렁 거북이 걸음)


한 며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올라가는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따뜻한 바람에 놀란 봄 꽃들이 한꺼번에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여, 아파트 주변에도 벚꽃들이 몽글몽글 얼굴을 내밀고, 때 이른 영산홍까지 덩달아 눈을 뜨기 시작을 한다. 여느 해 보다 일주일 정도 봄이 빨리 오려나 했는데, 주말을 맞아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는 꽃샘 추위와 함께 전국 곳곳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지만, 포항에는 토요일 저녁 때 바람을 동반한 비만 살짝 뿌리고 최저 기온이 영상이다.


그간 진행해 오던 1대간 9정맥 종주 산행을 4년 6개월 만에 지난 주에 마무리하고나니, 어려운 숙제를 끝낸 듯 홀가분한 기분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목표가 하나 사라진 탓인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듯하다. 이번 주부터는 조용히 주위에 찾아온 봄을 맞이하여 때가 되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나물도 뜯으면서 여유로운 봄 나들이 산행을 즐기기 위해 원거리 산행은 가능한 절제하기로 한다.


장거리 산행 계획이 없어 오랜만에 마음이 느긋한 주말이라 마눌에게 내일 같이 산에 갈까 했더니, 힘들어 몬 따라 간다 하면서 혼자 갔다 오라고 하다가 산행을 하고 오는 길에 쑥이나 좀 뜯어 오자고 하였더니, 미련이 남는지 가까운 곳에 힘 드는 산행이 아니면 따라 가겠다고 한다.


토요일 저녁에 포항에는 바람과 함께 잠시 비가 내리면서 이번 꽃샘추위가 고비를 넘기고 일요일 낮부터 서서히 풀린다고 하여, 일요일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간편하게 산행준비를 한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마눌의 걸음 수준에 맞추어 집에서 제일 가깝고, 지금쯤 봄이 한창 내려 앉고 있을 비학산 산행을 위해 오늘은 신광면 기일리 쪽으로 향한다.

 

기일리 쪽에서는 한 번도 올라가보지 않은 산행 들머리를 찾아 자동차로 기일리 마을을 안쪽까지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마을 어귀로 내려와서 주차할 곳을 찾다가 어느 산소 아래 조성된 갓길에 주차를 하고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여, 정오가 가까워지는 오전 11시 18분경에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개울건너 산행 들머리를 찾으며 기일리 마을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산행을 시작된다.


기일리 마을 앞 버스 승강장을 지나서 좌측으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기일리 터일 마을을 뒤로 하고 개울 건너 비학산 오른 날개 산자락으로 올라선다. 옛길 따라 오르는 비학산 자락은 달아오른 햇살에 활짝 웃는 진달래들이 간밤의 꽃샘추위에 흐트러진 매무새 여미느라 분주하고, 빛을 잃은 생강나무 꽃은 이미 한 물을 넘긴 듯하다.


잠시 능선 길을 오르다가 죽은 소나무에 밤톨처럼 여기저기 달린 '한입버섯'을 발견하고, 소나무 껍질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쓰는 놈들을 억지로 잡아 제키며 뜯어서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담으니, 아직까지 말랑말랑 한 하얀 속이 부드러운 몸에서 찐한 솔 향이 사방으로 퍼진다.


오늘의 첫 수확으로 소나무 한입버섯을 기분 좋게 따서 배낭에 넣고, 자작나무 들이 많이 보이는 능선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잡종 진돗개 한 마리 앞 세운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등에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왼손에는 자작나무 수액 채취가 잘 안되었는지 3리터짜리 담금 주 소주병을 하나를 들고, 오른쪽 어깨에는 커다란 썩은 나무둥치를 하나 메고 어렵게 내려온다.


썩은 나무는 어디에 쓰려고 힘들게 가져가시느냐고 궁금하여 물었더니 불을 때려고 한단다. 저기 아래 가까운 곳에도 많이 있는데, 왜 힘들게 먼 곳에서 메고 오시느냐고 했더니, 운동 삼아서 하시며 천천히 내려가는 버거운 뒷모습이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무리한 노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굵은 자작나무 마다 조금 전에 할아버지가 설치해놓은 나무 수액을 받기 위한 비닐봉지가 달려있고, 옛날 묵은 묘들이 즐비하게 흩어져 있는 곳을 지나 흐지부지 어렵게 이어지던 옛 길은 옛날 자동차가 없던 시절 산골마을 기일리에 살던 사람들이 신광면 소재지를 넘나들던 고개에 올라서니, 반곡지에서 비학의 오른 날개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묘지 뒤에 시원하게 조망이 트인 곳에서 한가로운 신광면 들판과 멀리 아른거리는 영일만 풍경 바라보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소나무와 참나무 숲에 울창한 비학의 오른 날개 능선 길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법광사로 내려가는 큰재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걸음은 다시 좌측 법광사로 내려가는 갈림길 오봉삼거리 이정표를 지난다.


산정이 가까워질 수록 어제 저녁 꽃샘 추위에 잠시 내린 눈이 음지 그늘에 숨어 있는 길 영상의 기온에 할딱거리며 버티는 모습이 올해의 마지막 눈인 듯하여 카메라를 겨누어본다. 비학산에서 제일 조망이 좋은 정상 아래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좌측으로 멀리 성법령 건너 낙동정맥에서 가지를 친 비학지맥과 내연지맥이 성법령을 건너와 병풍산에서 다시 갈라져 내연지맥은 괘령산으로 흘러가고, 비학지맥은 이곳 비학산으로 건너온다.


멀리 성법령의 병풍산에서 이어지는 내연지맥은 우뚝한 괘령산을 넘어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를 건너, 방향을 틀어 매봉으로 올라 향로봉으로 향하는 마루금이 어렴풋이 이어져가고, 발아래 옛날 대물 낚시터 기일저수지와 기일리 마을은 달아오르는 봄볕 아래 꼬박꼬박 졸고 있다.


비학의 날개 끝자락에 걸린 엿재 넘어 안심저수지와 청하면 풍경, 더 멀리 송라면과 조사리 해욕장, 화진 해수욕장까지 동해안 일대가 한 자락에 펼쳐지고, 비학의 날개 깃 아래 모여 앉은 신광면 안덕리와 만석리의 봄은 한가롭고 여유롭다. 멀리 안심저수지와 청하면 풍경과 그 너머 송라면과 조사리해욕장 풍경 살짝 당겨보고, 마지막 계단 길 따라 비학산 정상으로 오른다.


수도 없이 올라온 넓은 헬기장이 있는 비학산 정상에 올라 동쪽으로 바라본 조망은 어제 밤에 비가 와서인지 시계가 선명하여, 평소에 잘 안 보이던 동해안 해안선까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청하면을 지나 월포리 해수욕장, 조사리해수욕장과 화진해수욕장 풍경 살짝 당겨보고 신광면 안덕리, 만석리, 반곡리 건너 고주산과 그 너머 청하면과 흥해읍 일대 풍경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비학산> 산의 형상이 학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르는 형상을 하고 있는 비학산은 경북 포항시 신광면과 기북면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 정상에 봉우리가 있고 동편 중턱에 작은 산 모양의 불룩한 봉우리가 있는데 이것을 등잔혈이라 하며, 산 정상부와 등잔혈에 묘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고 하였으며, 특히 등잔혈에 묘를 쓰고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된다는 전설과 묘를 쓰면 날씨가 가문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비학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정상에 올라가 암장한 시체를 찾아내곤 했다. 특히 비학산 동쪽일대는 봄이면 고사리, 더덕, 두릅나무가 지천에 깔려있어 나물산행과 곁들이면 일거양득이다. 비학산에 오르려면 동쪽의 신광면 법광사에서 오르는 코스와 정상 서쪽에 있는 기북면 탑정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인근에 신광온천이 있어 산행 후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봄볕 내리 쪼이고 바람 조용한 비학산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서쪽으로 트인 조망 앞에 서니, 멀리 기룡산과 면봉산, 보현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대구 팔공산까지 햇살 아래 가물거린다. 비학산 정상의 이정표에서 비학지맥을 따라 성법령 쪽으로 향한 걸음은 잠시 후 기북면 탑정리 쪽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서 길 가에 피어 있는 꿩의바람꽃 한 송이 발견하고 엎드려 접사 한 장 찍어본다. 잠시 낙엽 능선 길을 오르내리던 걸음은 트랭글이 울리면서 비학지맥 654.2m를 알리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현대제철 송내골 산악회에서 전에 없던 원호봉이라는 안내판을 달아놓았다. 


올라온 산자락에서는 이미 한 물이 지난 생강나무꽃이 고도가 높은 능선에는 이제 막 피어나 한 물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마눌이 작년에 꽃차를 했더니 향이 참 좋더라고 하면서 생강나무꽃을 조금 따가자고 하여, 가다가 길가에 생강나무꽃이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생강나무꽃을 채취하면서 이어지는 걸음은 썩은 나무 둥치에 비학지맥 679.4m 봉우리를 알리는 헬기장 봉우리에 올라선다.


빼곡한 참나무 숲 속으로 낙엽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 길을 잠시 걷다가 돌아보면 따라 오던 마눌이 보이지 않아 잠시 기다리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지는 걸음은 마눌은 너무 멀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다와 간다 다와 간다 거짓말은 하면서 자꾸 이어지는 능선 길이 오늘 따라 멀게만 느껴진다.


드디어 빼곡한 참나무 사이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기마봉이 보이기 시작하고, 신광면 기일리와 마북리 사이를 가르는 기마능선의 시작점인 기마봉에 올라 잠시 머물던 걸음은 기마능선을 따라 기일리로 내려선다. 기북면 성법리에서 신광면 기일리로 '성법댁'과 '기일댁'이 친정 나들이 오고 가던 애잔한 향수가 배어있는 옛 길을 만나 이어지는 걸음은 잠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기일리 쪽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잠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에 내려서고, 빼곡한 소나무 숲 길로 이어진 걸음은 진달래가 만발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화사한 진달래 꽃 길 따라 잠시 이어지던 걸음은 마을 뒤쪽 언덕 길로 내려서다가 길가 낙엽 위에 무리로 돋아나는 쑥밭을 만나서, 잠시 배낭을 풀어놓고 부지런히 쑥을 뜯어 배낭에 넣고, 기일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가까운 거리인 줄 알고 따라왔는데, 너무 많이 걷는 거 아이가 하면서 투정을 부리던 마눌은 산행이 끝나고 나서 13.7Km 를 걸었다고 하니, 너무 심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오늘 산행의 수확으로 한입버섯과 생강나무꽃, 쑥 나물을 채취하면서 걸은 산행에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이다.


서둘러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오늘은 어디 가서 고기나 좀 먹고 들어갈까 했더니, 잠시 생각해보고 하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한다. 도중에 마트 앞에 잠시 세워달라고 하더니, 쇠고기와 야채를 싸 들고 집으로 와서 고기 구워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잔 나눈 후 한입버섯은 소주에 담그고, 쑥나물과 생강나무꽃은 쪄서 말리면서 3월의 일요일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2019.09.2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