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글

지리산 반야봉~ 묘향대~ 박영발 비트~ 뱀사골

호젓한오솔길 2019. 8. 31. 14:04

지리산 반야봉~ 묘향대~ 박영발 비트~ 뱀사골 


                                                    솔길 남현태

 

* 위 치 : 전남 구례군 산동면 - 전북 남원시 산내면

* 일 자 : 2019. 08. 25 (일)
* 날 씨 : 비, 흐림

* 동 행 : 포항산마루클럽 산악회 45명

* 산행코스 : 성삼재~ 노고단(1,502m)~ 돼지령~ 임걸령~ 노루목~ 반야봉(1,732m)~ 중봉(1,732m)~ 묘향암~

                   박영발 빨치산 비트~ 뱀사골~ 지리산천년송~ 반선

* 산행거리 : 약 21.17 Km                 

* 산행시간 : 약 8시간 20분 소요 


그렇게 무덥고 지루하던 여름도 이제 서서히 꼬리를 감추는 듯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곤 하던 날씨가 지난 금요일이 절기상으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들어 초목이 성장을 멈추고, 성화를 부리던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고 하는 '처서'라고 하더니, 신통하게도 '처서'인 금요일 밤에는 자다가 추워서 일어나 창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 정말 절기에 따른 계절의 변화가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처서를 넘긴 8월 넷째 주에는 포항의 명문 산악회의 하나인 산마루클럽에서 정기산행으로 지리산 반야봉과 뱀사골 산행을 간다고 하여 동참하기로 한다. 지리산 반야봉과 뱀사골은 여러 번 산행을 한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중봉을 넘어서 뱀사골을 내려가는 계곡에 있다는 이끼폭포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산행 신청을 하고 출발을 기다린다.


이렇게 계절은 때가 되면 피고 열매를 맺는 여름에서 오곡이 무르익어가는 풍요로운 가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겨우 3주정도 남기고 있건만, 나라 안은 온통 좌파 정권의 핵심 중에 핵심 인물로 전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내정되어 청문회 준비 중에 온갖 비리의혹 사건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으나, 청와대와 여당은 입다물고 감추기에 급급하니,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수 퇴진 집회를 열고, 야당이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집회를 여는 등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는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찍소리도 못한 체 허둥대기만 하고,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는 나라 꼴이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의 광복절 경축사를 보고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웃을)할 노릇"이라며,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고 있다고 애비 같은 남한 대통령을 강아지나 쥐새끼라고 놀려대고 있다. 등신처럼 그런 김정은에게 아첨을 하고 있지만 맨날 돌아오는 것은 미사일 협박과 욕지거리뿐이니, 바라보는 국민들은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주사파 문재인 정부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린 조국 내정자의 비리 의혹을 덮고 기어이 법무부장관 자리에 앉히기 위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자해 행위를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마치 '자해공갈단'처럼 이판사판으로 꺼내 들어 우방인 미국의 분노를 싸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국격이 땅바닥에 추락한지 오래이다. 노련한 장사꾼 트럼프를 잘못 건드려서 앞으로 한미관계를 회복하려면 우리 국민들의 많은 부담이 예상된다.


한미일 군사정보교류인 지소미아를 일본과 파기하여, 미국을 자극하고 한미 동맹관계를 깨는 것이 김정은이 늘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연방제로 가는 길이라고 믿으며, 오로지 김정은이 원하는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티미한 달빛 대통령의 최종 목표인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나라가 위태로운 것은 우리 국민들 중에 민족주의 외치다가 적화통일 되는 날에 누구보다 먼저 김정은에게 숙청되어 처형을 당하게 될 좌파 민노총 운동권과 주사파 내란 음모자들은 천지도 모르고 깨춤을 추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꿀꿀거리는 동안 쥐도 새도 모르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개돼지처럼 사리분별 능력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표를 가진 백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 5시 30분에 포항시 북구 흥해 소방서 앞에서 출발하여 포항온천을 거처서 오는 버스를 지정 장소가 아닌 집 근처로 지나는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탑승하고,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오광장 롯데마트, 이동사거리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가는 도중에 논공휴게소에 들려서, 산악회에서 준비한 북어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간간히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가는 도중에 맑다가 흐리다가 하던 날씨가 산행 날머리인 뱀사골 입구를 지나면서 보니,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는지 도로가 젖어 있어 오늘도 우중 산행이 되겠구나 했는데, 아침 9시 30분경에 대형버스들이 여러 대 주차되어있는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 줄기 비가 지나간 듯한 어수선한 분위기에 다문다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성삼재는 마한 때 성씨가 다른 세 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라 하여 성삼재라고 한다. 모두 차에서 내려 찔끔거리는 빗속에서 배낭커버를 씌우고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여 여름 비는 시원하게 맞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우산을 들고 화장실 앞을 지나면서 잠시 들렸다가 각지에서 몰려온 산님들 속에 어울려, 성삼재 휴게소를 뒤로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은 노고단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한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잠시 나무계단길 따라 등산로에 접어들고 다시 임도에 올라서기를 반복하는 길 노고단 휴게소 아래 무넹기보 작은 골짜기로 내려오는 하얀 물소리 카메라에 담아본다. 여유로운 돌계단 등산로를 따라 노고단 휴게소에 도착하여, 산님들이 쉬어가는 노고단 휴게소 전경 둘러보고 휴게소를 지나 이어지는 발걸음은 노고단 고개를 향하여 오르는 길에서 다시 후둑후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우산을 펼쳐 들고 걷는다.


비 내리는 어수선한 노고단 고개 우산 속에서 좌측으로 돌탑을 향해 카메라 한 번 겨누어보고, 우측으로 노고단 천상화원을 향해 매표소를 통과한다. 빗속의 천상화원, 나무데크를 따라 노고단 정상으로 오르는 길, 우측으로 보이는 통신탑 너머로 곡성군과 남원시 풍경은 피어 오르는 안개 속에 잠겨 있다.


나무계단길 따라 우산을 들고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는데, 산상의 바람이 가끔 심술을 부리며 우산을 뒤집기도 하고, 정상 데크에 올라 내려다 본 발아래 전남 구례군은 안개 속에 잠겨 있고 굽이 돌아가는 섬진강 줄기가 하얀 스커트 자락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데크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마하님의 모자가 바람에 데크 밑으로 날아가버리니, 날렵한 영심이님이 얼른 찾으러 내려간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돌아본 구례군과 곡성군, 남원시를 뒤덮은 하얀 안개가 마치 성난 파도가 출렁이는 드넓은 바다처럼 신비롭고 장엄한 경관을 연출한다. 노고단 정상석 앞에서 걸음 멈추었다가 돌탑이 있는 정상 쪽으로 향하니, 산정의 비 바람이 거칠어지면서 갑자기 추위를 느끼게 한다.

 

비바람 부는 노고단 정상에서 굽이 돌아가는 섬진강과 운무 속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구례군 모습 잠시 내려다 보고 발걸음을 돌리니, 야생화들이 비에 흠뻑 젖어있는 노고단의 넓은 천상화원 너머로 가야 할 반야봉이 다소곳이 고개를 들고 어서 건너 오라고 손짓을 한다.


노고단의 광활한 고원은 철 따라 피고지는 야생화의 보고라고 한다. 꿩의비름 꽃, 동자꽃, 비 내리는 천상화원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있지만, 원추리 등 대부분의 꽃들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비바람을 견디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고, 동자꽃과 둥근이질풀 꽃은 흠뻑 젖은 몸으로 입을 벌린 함빡 웃음으로 오는 비를 즐기고 있다.


둥근이질풀 꽃 빗물에 흠뻑 젖은 애처로운 그녀들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고 곱다. 산오이풀, 갈퀴풀, 원추리, 구절초, 곰취, 참취 등 온갖 야생화들이 비를 맞고 있는 노고단 정상을 뒤로하고, 노고단 고개에 내려서서 우측으로 백두대간 길 따라 반야봉 쪽으로 향한다.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가는 능선 길에서, 오른쪽 전남 구례와 하동 쪽으로 바라본 조망은 하얀 운해가 골짜기를 메우고, 길가에는 어느덧 가을꽃의 대명사라는 하얀 구절초 무리들이 여기저기 곱게 피어 나리는 빗속에서 측은한 몸짓으로 가을 향기 아낌없이 전해준다.


구절초 앞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 멧돼지가 많이 나온다는 돼지령을 지나 눈 앞에 보이는 반야봉을 향한다. 주위에 우리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 노고단에서 꽃 사진 찍는 동안 내가 뒤에 처진 줄 알고 걸음을 서둘러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 삼거리 이정표에서 후두득 후두득 녹음을 때리는 빗소리에 다시 우산을 펼쳐 들고 반야봉을 오른다.


오락가락 찔끔거리는 빗줄기와 가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변덕꾸러기 날씨에 펼쳐 든 우산은 양산이 되었다가 금방 우산이 되었다가 한다. 반야봉 오르는 길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어느덧 가을 향기가 짙어지고, 돌아본 산야는 녹음 짙은 산자락 솔피 마다 모락모락 피어난 하얀 안개무리들이 파고들어 반야봉의 가을 소식을 일일이 전한다.


동자꽃 , 산오이풀, 구절초 길가에 비를 맞은 야생화들을 사진에 담으면서, 반야봉 오르는 도중에 후미 그룹인줄 알고 회원님들을 몇 사람 추월하여, 반야봉 정상에 오르니, 우리팀이 한 사람만 올라와 있고 본진은 이제 노루목을 지나오고 있다고 한다. 반야봉 정상에는 다른 산악회 산님들이 올라와 정겹게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비가 멈추고 하늘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는 반야봉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걸어온 능선과 노고단, 성삼재 풍경, 전남 구례군 쪽으로 무거운 하늘과 육지가 트인 공간에 올망졸망 겹쳐진 산줄기 마다 걸린 안개 구름들 골짜기 언저리에서 연기처럼 피어 오르고, 노고산 성삼재 너머로 겹겹이 너울파도처럼 밀려오는 산줄기 위에는 몸이 가벼워진 하얀 안개가 구름이 되어 다투어 승천하는 모습들이 광활한 창공에 아름답게 펼쳐진다. 사람이 없을 때 반야봉(1732m)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둔다.

반야봉은,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가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는 반야를 만나 결혼 하였으나, 어느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이 곳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할미는 석상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반야가 떠나간 이 곳을 반야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기다리다가 올라오는 일행들과 노고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다른 산악회에서 정상석과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기다리는 회원님들, 비가 그치고 맑은 창공 아래 펼쳐지는 반야봉 정상 풍경, 사진을 찍으며 곳곳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산님들 여유롭기만 하다.


여성 산님들만 대표로 정상석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휴식년제 출입금지 로프가 설치된 울타리를 넘어서 중봉쪽으로 향한다. 반야봉과 중봉 사이에 있는 넓은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은 이끼폭포 코스 대신 박영발 빨치산 비트가 있다는 험한 골짜기를 찾아 하산하기로 한 선두 A 조는 먼저 일어나 묘향대를 향하여 출발을 한다.


반야봉에서 중봉을 넘어 잠시 내리막 산길을 걸어서 도착한 허름한 암자가 있는 이 곳이 묘향대(묘향암) 라고 한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여 하늘 아래 첫 암자라는 묘향대, 해발 1500m의 높은 곳에 위치한 산간오지 암자에 스님이 혼자 산다는 묘향암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며 웅성거리니, 법당 문이 열리면서 스님이 고개를 내밀며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어보고 문을 닫는다.


높이 쌓아 올린 축대 위에 든든한 나무 기둥을 세운 옛날식 구조의 낡은 건물에 함석 지붕을 씌운 허름한 암자의 출입문은 미닫이다. 노송과 초목이 어우러진 바위 절벽 아래 세워진 묘향암과 주위 풍경 둘러보고, 묘향대 앞에 엉성한 돌탑 위에 코끼리상을 올려놓은 곳 조망이 트인 곳에서 바라본 명선봉 너머로 멀리 천왕봉과 중봉 모습이 아득하게 동쪽을 막고 서있다.


등산로가 있는 묘향암 옆에는 스님이 겨울을 날 마른 장작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바위 아래서 나오는 풍부한 석간수는 지리산이서 제일 맛이 좋은 물이라고 하여, 시원하게 한 바가지 마시고 먹던 물병 두 개를 모두 비우고 시원한 석간수로 가득 채운다. 묘향암 근처 바위에 자라는 풀은 '바위취' 라고 한다.


묘향대에서 삼도봉 쪽으로 이어지던 길은 좁은 골짜기에서 길 아래로 내려서고 모두 등산화 끈을 바짝 조여 매고 길이 없는 험한 골짜기 오지 탐방 산행으로 접어든다. 뚜렷한 길이 없는 산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 길, 반야봉에서 내려서는 높은 산골짜기에도 시원스러운 폭포수가 흐르고, 선두가 길을 찾아 서성이는 동안 작은 폭포에 머물며 사진을 찍어본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찾아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 가끔은 길을 잘못 들어 알바도 하면서 내려가다가 보니. 커다란 바위 아래 동굴이 있는 이 곳이 박영발 발치산 비트라고 하는데, 바위 굴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건너로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우측으로 낮은 포복하여 들어가면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지리산 박영발 빨치산 비트, 비트란 "비밀아지트"의 준말이다. 박영발이 최추를 맞이한 비밀 아지트는 지리산 반야봉 동북방향 사면 폭포수골 근처에 있다. 6.25 전쟁 후 남조선 빨치산 인민유격대 전남도당 위원장 박영발 일행이 1953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 군경에 의해 사살되기까지 4개월 동안 은신하면서 지휘본부로 사용했던 곳이다. 가까이에 계곡물이 있고 절벽이 강한 바람은 막아주는 자연지형적인 작은 동굴형태로 내부고발자나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은 한 도저히 발견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


어둡고 좁은 공간이라 랜턴을 켜고 한 번에 두 사람 이상 들어갈 수가 없고 하여, 시간 관계상 몇 사람만 대표로 들어갔다 나오기로 한다. 비트 아래로 돌아 내려가는 길, 올려다 본 바위 정경과 비트 입구를 뒤로하고, 물이 흐르는 우거진 골짜기 옛날 빨치산들이 목숨 걸고 오르내리던 애환이 서려있는 길을 찾아 뱀사골 본류까지 내려가는 험난한 산행길이 시작된다.


험한 골짜기에도 가만히 드려다 보면 사람이 다닌 흔적이 남아 있고, 폭포수가 흐르는 벼랑은 바로 옆 산비탈로 우회하여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대원들이 모두 내려오기를 잠시 잠시 기다려가면서, 이어지는 숲 속 행군 길에 날렵한 1대간 9정맥팀은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는 자동으로 올라가 포즈를 취한다.


다시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하산길 깊은 산골짜기에는 늘 습기가 많은 편이지만, 오늘은 오전까지 비가 내려서인지 젖은 바위들이 더욱 미끄럽게 느껴져서, 잠시도 방심 할 수 없는 걸음 한발한발 조심하여 걸어야 한다. 비스듬한 바위에 하얀 물줄기 비단처럼 흘러 내리는 길, 파란 이끼들이 자라는 바위에 하얀 폭포수 정겹게 노래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골짜기, 더딘 발걸음은 길을 찾아 이리저리 골짜기와 산비탈을 헤매 인다.


물기가 번들거리는 섬찟한 바위들이 늘어선 골짜기 시원한 두 줄기 폭포가 흐르는 곳을 옆으로 내려와서 돌아보며, 폭포 풍경과 뒤에 내려오는 회원님들 사진을 찍으면서,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 그 자리에서 당겨서 찍으려니 역광이라 카메라를 겨누면서 가까이 다가 올라가다가 방심하여 미끄러지는 바람에 촛대뼈를 바위에 문지르면서 카메라를 바위에 떨어트렸는데, 다행이 상처를 조금 입은 카메라는 작동이 되었지만, 왼쪽 촛대뼈에 피를 보는 타박상을 입고 쪽 팔려 말은 못하고 잠시 절룩거리며 걷는다.


폭포 옆으로 내려오는 이끼가 자란 바위 벼랑은 아침에 비가 내려 바위들이 더 미끄럽게 느껴져 설치되어 있는 로프를 찾아 붙잡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이어지는 폭포들은 바위 옆으로 내려서고 번들거리는 바위를 밟으며 개울 길을 내려선다. 고사목이 스러진 골짜기를 이리저리 길을 찾아 걸으며 개울물이 흐르는 골짜기는 순간 방심하면 미끄러져 등산화가 물에 빠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가파른 폭포 옆을 타고 내려와서 드디어 내려선 뱀사골 본류를 모두 무사히 건넌다. 잘 단장된 뱀사골 등산로에 내려서고, 개울을 건너는 철교를 지날 때 마다 아름답고 시원한 뱀사골 산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걷는다. 곳곳에 나무데크와 철교가 설치된 뱀사골 등산로는 말 그대로 꽃 길이다.


주위의 지류에서 옥수가 모여드는 뱀사골은 흐르는 물빛이 참 맑기도 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하얀 물빛에 취하여 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가벼운 발 걸음, 길가에 물이 흐르는 바위에 자라는 파란 이끼들 이끼폭포의 축소판이다. 퐁당 뛰어들어 후르르 몇 모금 마시고 싶을 정도로 해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곳 아름다운 뱀사골을 빠져 나오다가 와운교 앞에서 지리산 천년송을 보기 위해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와운마을로 향한다. 


와운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천년송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길이 보이고 나무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니, 언덕 위에 멀찌감치 커다란 노송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으로 발아래 구름도 누워서 지나간다는 와운 마을 전경을 바라보면서 나무계단길 따라 할머니 천년송으로 다가선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언덕 위에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 할머니 소나무 할머니 소나무는 노구의 몸으로 자손 번성을 위해 해마다 가지에 솔방울 주렁주렁 달고 오백 년 세월을 한결같이 활갯짓 한다. 무더운 날씨에 거친 용 비늘 철갑 옷을 입은 우람한 할머니 소나무의 요염함 몸짓을 지나 다이어트를 하는지 몸통이 조금 왜소해 보이는 할아버지 소나무는 오백 년 세월에 붉어진 힘찬 가지를 공작의 꼬리처럼 화려하게 펼치고, 앞서가는 할머니 소나무를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커피 몇 잔 내오라고 불러 세운다.


할아버지 소나무에서 바라본 할머니 소나무는 우아하게 가지를 펼친 균형 잡힌 매무새로 석양을 향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듯 한결같은 마음으로 화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내외 간에 2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마주보고 오백 년 세월을 한결같이 오순도순 부부의 정을 나누면서 천 년을 기다리는 금실 좋은 지리산 부부 천년송 아래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일어나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 소나무를 돌아보고, 잠시 머무는 동안 하늘이 더욱 맑아져 더욱 강건한 모습을 보이는 할머니 소나무를 뒤로하고 올라오던 나무계단 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선다.


나무계단 길 내려서다가 미련이 남아 돌아본 할머니 소나무 모습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긴장된 얼굴에 오백 년의 가을 석양이 화사하게 스며든다. 부디 이름 그대로 천 수를 누리소서. 지리산 천년송을 뒤로하고 발걸음 가볍게 돌아서는 석양의 사나이들은 서둘러 버스가 기다리는 반선으로 향한다. 뱀사골 개울가를 따라 이어지는 나무데크 길 따라 눈에 익은 만수천 반선교를 건넌다. 반선교 다리 위에서 바라본 만수천 모습 저기 아래쪽에 오늘 알탕을 해야 할 곳을 바라보면서, 반선리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돌아오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9시 30분경에 성삼재에서 비를 맞으며 산행을 시작하여, 반야봉, 박영발 빨치산 비트가 있는 오지 골짜기, 뱀사골, 지리산 천년송 등을 둘러오는 약 21km 거리에 8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5시 50분경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반선마을 산채식당 앞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바로 옆 만수천 개울가로 내려가 지리산 맑은 물에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개운한 몸으로 산악회에서 미리 예약된 산채식당으로 들어가서 도토리묵과 북어국 등 푸짐한 안주로 하산 주를 나누며, 돌솥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은 후 후미 대원들이 모두 내려와 저녁을 먹는 동안 기다렸다가 저녁 7시 40분경 조금 늦은 시간에 포항으로 향한다.


오는 도중에 거창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저녁 10시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의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내리면서 흥해 쪽으로 가는 도중에 우리 집 근처에서 내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비도 내리는 날씨에 마음고생을 겪으며 좋은 산행지를 안내해주신 산행대장님과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포항의 명문 산마루클럽과 함께한 지리산 반야봉 뱀사골 종주 산행 길을 절찬리에 갈무리해본다.

(2019.08.2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