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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수목원 주변 단풍나들이

호젓한오솔길 2019. 11. 23. 11:31

 

내연산 수목원 주변 단풍나들이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청하면

* 일   자 : 2019.11.03 (일요일)

* 동행자 : 집사람과 같이

* 산행코스 : 내연산 수목원- (매봉)- 삼거리- 삿갓봉(716m)- 수목원

* 산행거리 : 10.03 Km

* 산행시간 : 4시간 34분 소요(단풍 구경하며 어울렁더울렁)

 

복잡한 인간사가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계절은 어김없이 주위에는 단풍이 울긋불긋한 가을이 물들고, 절기는 겨울의 문턱이라고 하는 입동을 일주일 앞 두고 있건만, 한낮에는 포근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저녁에 해가지고 나면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어 생활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동안 잊고 지냈던 미세먼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숨통을 조이고 있으니 찜찜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나라 안은 온통 까도까도 끝이 없는 인면수심 조국이라는 괴물 인간의 비리 사건으로 어수선하기만 하다. 정권과 연관된 온갖 비리의 정도가 점점 커져 청와대까지 불똥이 티고 있는 상황에서, 법대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몰아내고, 저들의 비리를 덮기 위한 술책으로 공수처 법안 페스트트렉 처리를 위해 여당인 민주당과 청와대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리 범법자 조국 가족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몰상식적인 조국 지지자들의 행동을 보면,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쪽 뇌가 고장이 난 그들의 괴멸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게 한다.

 

포근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관계로 올 가을 단풍은 여느 해 보다 조금 늦게 물이 들어 이번 주말부터 포항 근처 내연산에도 단풍이 들고 있으니, 분주하게 단풍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가만히 제자리에 기다리고 있다 보면 어김없이 단풍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마눌하고 오랜만에 근교산으로 단풍 나들이를 가기로 하였는데, 일기예보에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있으면서, 오후 3시부터 포항 지방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하여 우산을 준비하고 비가와도 걷기가 좋은 내연산 수목원 둘레 길을 걷기로 한다.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하여, 아침 9시 30분경에 해발 650m 지점에 위치한 내연산 수목원 앞에 도착하니,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예상했던 것 보다 수목원 안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진다. 수목원 안에 있는 주차장도 아직은 할랑해 보이지만, 수목원 바깥 길가에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수목원 안으로 들어간다.

 

수목원 안의 느티나무 가로수는 어느 새 잎을 다 지우고, 에어불로잉 청소기를 이용하여 도로변의 낙엽들은 깨끗이 청소를 하고 있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 가을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청소하지 말고, 가을 정취를 느끼며 밟고 다닐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그냥 좀 두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단풍나무 곱게 물들어 있는 곳을 지나 어느 새 앙상한 가지들이 설렁한 기분이 드는 수목원 안을 통과하여, 길가에 국화들도 고들어 빛을 잃어가는 길, 국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곳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 할랑한 수목원을 지나면서, 고운 단풍나무 옆에서 걸음 멈추고, 생기 넘치는 빨간 단풍을 사진에 담아본다.

 

오늘 수목원 둘레길을 크게 한 바퀴 돌려고 하였으나,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고 마눌에게는 조금 무리인 것 같아 코스를 줄여서 짧은 산행을 하기로 하고 매봉 쪽으로 올라가다가 삼거리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삼거리(2.6Km)쪽으로 향한다. 어느 새 잎이 떨어져 낙엽 길로 변해버린 등산로를 따라 가는 길 해발 700m 가 넘는 이 곳에는 떨어지다 남은 단풍들도 모두 말라 오그라들고 있다.

 

은은한 자연의 색채를 풍기며 깊어가는 가을 느낌이 드는 길, 사진을 찍는 동안 앞서 가는 마눌의 걸음이 오늘 따라 짧은 산행을 한다고 하니 신이 난 듯하다. 한물 지난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길, 다래 덩굴이 있는 곳에서 살펴보지만 다래는 보이지 않는다. 단풍 길 따라 오르내린 걸음은 삼거리 쪽으로 향하는 폭신한 낙엽 길 걷다 보면 수입산 통나무로 계단을 어설프게 설치한 곳은 걷기가 불편하다.

 

자갈 길이 정겨운 곳 단풍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노란 생강나무와 빨간 단풍을 구경하면서 삼거리로 내려가는 능선 길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정겹게 돌탑들을 만들어 놓은 곳 바스락거리는 단풍 낙엽길이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는 그저 그만인 듯하다.

 

갈참나무 숲 길로 부럽게 떨어지는 길은 고향 상옥을 둘러 싼 칠전 중에 하나인 각전(뿔밭)이 좌측에 있어, 옛 날에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 한다. 카메라 렌즈가 눈을 찡그리는 빨간 단풍이 고와 잠시 멈추어가며 이어지는 걸음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길에서 처음 보는 파란 이끼풀이 곱게 피어 카메라 겨누어 본다.

 

소방도로인지 경사가 심한 곳에는 시멘트 포장까지 해놓은 길, 단풍이 아름다운 곳에서 기념사진 찍고 가기로 한다. 어설프게 한 장 찍혀보고 걸음을 이어간다. 바닥에 시멘트를 깔아놓은 길을 따라 붉은 점박이 누리끼리한 단풍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색상이 참 부드럽고 고상하게 느껴진다.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 낙엽 밟으며 내려서고, 삼거리가 가까워지는 이 근처가 뿔밭(角田)이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 용담 많이 피어 있는 곳에서 잠시 몇 송이 접사를 해본다. 청하골 상류 골짜기로 내려서고 콘크리트 건널목 구조물이 설치된 개울을 건넌다. 여기저기 개울가에서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여, 우리도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조금 더 가서 산두곡 화전민 터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걸음을 이어간다.

 

삼거리를 지나 산두곡으로 들어서는 길은 골짜기에 단풍이 참으로 아름답다. 같은 나무에 노랑과 빨강이 동시에 물들어 있는 황홀한 단풍이 신기하여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도저히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 색상 이런 것을 두고 그냥 오색단풍 이라고 하나 보다. 그냥 셔터만 부지런히 눌러댄다.

 

자유롭게 가을이 익어가는 산두곡 때가 되니 초록은 저마다 아름다운 빛을 토해내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잠시 해어졌다가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다. 가는 가을이 아까운 듯 정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단풍 화사한 단풍을 바라보면서 두리번거리는 산행 길 낙엽 밟으며 한가롭게 이어진다.

 

알록달록한 물가에 떨어진 단풍들이 맑은 개울물에 세수하는 곳 노랑 빨강 단풍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정겹게 족욕을 즐기고,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지난 여름 서로의 조직을 위해 아옹다옹 다투던 부끄러운 해바라기 시절 이야기 나누며, 함께 어울려 마지막 목욕을 즐긴다.

 

지붕이 없는 원두막처럼 생긴 화전민 터 쉼터에서 벤치에 앉아 잠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화전민터(복원) 안내판 넓은 화전민터 복원된 옛 화전민터 모습 잠시 둘러보고, 고운 단풍을 만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가면서, 둘레길 따라 이어지는 발걸음은 타오르는 단풍을 감상하면서 우척봉 삼거리 능선 길에 올라선다.

 

등산로와 둘레길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둘레길을 따라 고운 단풍을 만나면 감탄사 지르며, 이어지는 낙엽 융단길에 도토리 줍다가 놀라 달아나던, 다람쥐 한 마리 빤히 처다 보며 눈치 살핀다. 화사한 단풍 속에서 혼자 딴 전을 피우다가 계절을 잊고 피어난 가을 진달래 한 송이 오가는 눈길 머물고, 등고선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는 길은 마눌은 어느 새 지루한지 너무 멀다고 푸념을 한다. 정자가 있는 산모퉁이 돌아서 우측 가래골에서 좌측 활골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늙은 소나무 외솔베기에 도착한다.

 

"외솔베기는 옛날 가래골(현재는 삼거리 골짜기에 집터 흔적만 있음) 주민이 청하장을 보러 다니는 길목 산길언덕 정자나무 쉼터이다. 밤에 술과 고기를 먹고 지나면 범짐승이 흙을 퍼붓고 선한 사람이 밤길에 나무 밑을 지나면 두려움을 포근하게 감싸며 여인들이 외솔베기 나무에 공을 들이면 효험이 있다 하고 나무에 해를 주면 사람이 목숨까지 잃었다는 유래가 있는 외솔베기는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역사 동안 등산객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외솔베기 삼거리 이정표 주위에 초목들이 모두 물들어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외솔베기는 독야청청 홀로 겨울을 기다린다. 이어지는 둘레길은 삿갓봉 삼거리에서 그냥 둘레길을 따라 가다가 마지막 지점에서 바로 삿갓봉을 오르기로 한다. 화사한 단풍길 따라 이어지던 걸음은 마눌은 바로 둘레길로 보내고 삿갓봉 아래에서 바로 치고 올라간다.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삿갓봉 헬기장을 지나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보고, 서둘러 수목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수목원이 가까워지니 둘레길엔 산님들이 이어지고, 수목원 전망대 아래 도착하여, 오랜만에 전망대 위로 잠시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 몇 장 담아본다. 누런 갈색 빛으로 변해가는 멀리 향로봉 쪽 풍경, 우척봉 쪽 풍경, 동해안 월포 해수욕장과 조사리 해수욕장 풍경, 남쪽으로 미세 먼지에 흐릿한 비학산 풍경, 괘령산 쪽 풍경, 수목원 건너 매봉 풍경, 내연산 수목원 전경, 오늘은 옅은 미세먼지로 인하여 사방이 조금 흐릿하게 보이는 수목원 전망대를 뒤로하고 내려선다. 

 

가까운 나무 계단길 대신 부드러운 수목원 길을 둘러서, '숲 해설 전시관' 앞을 지난다. 수목원 안에는 주차장이 아닌 곳에도 길가와 공터 마다 자동차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고, 내가 자동차를 세워 둔 수목원 바깥 도로변에도 자동차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주차되어 있다.

 

아침 9시 30분경에 매봉 자락으로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하여, 청하골 상류인 삼거리를 돌아 산두곡 화전민터, 삿갓봉을 거쳐 돌아오는 약 10Km 거리에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어울렁 더울렁 단풍 산행을 마치고 오후 2시경에 수목원으로 돌아오니,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까지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혼잡스럽다.

 

아침에는 할랑하더니, 복잡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을 둘러보며, 서둘러 시동을 걸고 샘재를 내려와서 옛날 유계리 마을이 있던 곳에 생긴 유계저수지 주변에 둘레길이 생겼다고 하던데 한 번 가보자고 하여, 좌회전 하여 유계리저수지 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데. 오후 3시부터 온다던 비가 시커먼 구름과 함께 갑자기 소나기로 쏟아져 내린다.

 

소나기 속으로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나오니, 뒤쪽에 시커먼 소나기 구름이 따라 오는 햇볕이 쨍쨍한 7번 국도를 달려 포항으로 돌아오는데,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아슬아슬 한 기분이 든다. 포항에 돌아와 주차를 하고 집으로 들어오니, 잠시 후에 따라 온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가을 단풍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가을 날, 오랜만에 마눌과 같이 내연산 수목원 주변 산책 길을 한 바퀴 돌아오는 미니 산행 길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9.11.03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