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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동기들과 떠난 겨울 여행: 강화도~ 석모도~ 임진각(제3땅굴)

호젓한오솔길 2017. 6. 17. 18:32

 

 

초등 동기들과 떠난 겨울 여행: 강화도~ 석모도~ 임진각(제3땅굴)

 

 

                                                                       솔길 남현태

 

 

지루한 삼동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쓸쓸한 계절에 세상은 참으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국회의 임무가 마치 대통령 탄핵이 전부인양 패거리 세력들이 전국을 들쑤시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사는 것 자체가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국회의원이란 허울 좋은 양반들은 국익에 해가 되든 말든 집회를 선동 하여 정권 야욕을 위해 피 냄새를 맡은 하이애나 처럼 몰려다니며, 가만히 있어도 곧 임기가 끝날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다.

 

매년 두 번 모이는 초등학교 동기들과 작년 이맘때 서해 변산반도, 선유도 관광을 다녀오고, 시국이 어수선한 올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으로 안보 관광을 다녀오기로 한다. 신원조회를 위해 몇 달 전에 주민등록 등본을 제출하여 출입 신청을 하였는데, 30명 이상의 단체가 되어야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여, 행여 나 하나 때문에 판문점 관광이 취소될까 짬을 내어 동참하기로 한다.

 

울산에 사는 친구들이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가 경주를 거쳐 아침 8시 20분에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에 도착한다고 하여, 마눌의 차를 타고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린다. 잠시 후 포항의 친구들이 15명이 모여서 양지쪽을 찾아 기다리니, 약 40분 정도 연착 된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버스가 도착을 한다.

 

시간 관념 없이 느긋하게 어울려 다니는 여행에 익숙지 않는 나로서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고, 가는 도중 대구에서 1명, 서울에서 3명이 합세하면서 결국 28명이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시국이 어수선하여서 인지 판문점 관광이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하니, 이래저래 판문점 관광이 물 건너간 것 같아 괜스레 왔다는 실망감이 든다.

 

강화도를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느긋하게 정담을 나누며, 오가는 술잔 속에 마음은 어느덧 반세기 전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버스를 운전하는 친구와 옆에 앉은 친구들의 정담 속에 둘둘 동기회 버스는 강화도 전등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등사 주차장 옆에 있는 산골식당에 들러 황태구이 해장국으로 동동주 곁들여 푸짐하게 점심을 먹은 후 전등사 관람 길에 오른다.

 

상가 골목길을 올라서 성벽이 잘 보존된 삼랑성 모습 성문 앞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단체로 매표를 하고, 성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성안으로 들어서니 우측에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을 물리친 양헌수 장군의 승전비가 세워져 있다. 삼랑성 안에 있는 전등사로 가는 길 전등사 앞 두 그루의 은행나무 중 아래 쪽 은행나무 보호수는 600년의 수령을 자랑하고, 위쪽의 조금 작은 보호수 은행나무는 수령이 507년이라고 한다.


전등사 경내로 올라가는 길 넓은 전등사 경내로 들어서서 시원한 전등사 약수 한 바가지식 마시고, 수령이 약 210년이 된다고 하는 전등사 느티나무 아래 모여 대웅전을 배경으로 단체로 기념사진 찍어보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표정들이 밝다. 전등사 범종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나무 둥치를 후벼 파서 부처를 만들었다.


전등사의 범종은 중국 송나라 때 회주 숭명사에서 무쇠로 만든 중국 종이라고 하는데,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병기를 만들려고 부평 병기창에 갖다 놓은 것을 광복 후에 이곳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깨달음의 종소리, 종소리 울리면 번뇌는 사라지고 깨달음 하나 둘 허공을 메운다. 욕심을 벗고 고집을 떠나서 부처님 마음에 오가라 너와 나 종각 앞에서 대웅전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등사 대웅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대웅전 정면 모습 바라보고, 돌아나오면서 바라본 전등사 경내 풍경, 전등사를 뒤로한 걸음은 '강화 정족산사고지' 앞에서 걸음 멈추었다가, 호젓한 사고지를 뒤로하고 돌아 내려왔다가 삼랑성 정상으로 향한다. 삼랑성 정상으로 가는 길에 친구들을 만나고, 혼자 삼랑성 정상으로 달려 올라가는 길 서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트인다.


곳곳에 허물어진 삼랑성 성곽 풍경 바라보며 삼랑성 정상에 올라선다. 정족산성 정상의 이정표를 담아보고, 서쪽으로 일몰 풍경 잠시 바라보며 산성길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길에 돌아본 평온한 정족산성 길, 전망바위에서 전등사 전경 바라보며, 당겨본 고즈넉한 전등사의 넓은 경내에는 오가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한가롭다. 


성루 길을 따라 달려 내려오는 길, 사색이 된 얼굴로 엎드려 화승총을 쏘고 있는 병사들 모습이 그려진다. 가파른 길 달려 내려와 제일 낮은 곳에 위치한 남문 옆을 지나서 들어왔던 문으로 돌아 나와 주차장으로 달려 내려오는 길에 앞서 가던 친구들을 만나 모두 버스를 타고, 버스를 배 위에 싣고 석모도로 건너 가는 길 배위에서 버스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석모도 민박집 앞에 주차하고 넓은 방에 모여서 현수막을 벽에 걸어 동기 총회 준비를 하여, 2016년도 둘둘 동기회 정기 총회가 이곳 멀리 석모도까지 와서 열린다.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정기 총회를 마치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된장찌개 정식으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은 후 노래방 기계가 있는 큰방에 모여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데, 오래된 낡은 노래방 기계가 영 신통치가 않아 모두 근처 노래방으로 가자고 하여 방을 나온다.


마이크가 펑펑 터지는 노래방으로 나오니 모두가 신이 난다. 다 함께 춤을 춰요 정다웁게, 신명 나게 노래하며 놀다가 여관으로 돌아와 열명이 한 방에 잠을 자는데, 코를 고는 사람이 많아 잠자리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어렵게 잠이 들어 잠시 눈을 붙이니, 새벽 4시도 되기 전에 누군가 일어나 불을 켜고 떨그럭 거리며 모두 잠을 깨워 놓는다.


아침 8시에 어제 저녁을 먹은 근처 삼보식당에 들러서 아침을 먹고, 뒤 산에 있는 보문사 관람을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보문사 일주문 앞에서 표를 싸서 안으로 들어서면서, 친구들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잠시 오르막 길 걸어 보문사 경내로 들어선다.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로 꼽힌다고 하는 보문사 경내를 한 번 둘러보고, 극락보전 옆으로 난 돌계단 길 따라 마애불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마애불 소원지를 알리는 곳 전망데크 위에 올라 바라본 서해 바다에는 운무가 흐릿하다.


돌계단 걸어 올라가면서 서해 풍경 바라보며, 마애불상 앞에 올라서니 여러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자연석이 마치 추녀처럼 생겨서 마애불의 비바람을 막아주는 포근한 느낌이 든다. 정면에서 바라본 관세음보살 마애불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전망대에 앉아 쉬고 있는 친구들 모습 담아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에는 작은 섬들 떠다니고 바다를 건너는 송전탑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는데, 올려다 본 마애불상에는 염불소리 구성지다.


보문사 경내에 내려와서 올려다 본 마애불상 모습은 위쪽에 바위는 눈썹바위이고 관세음 마애불은 눈알처럼 보인다. 보문사 경내를 두루 다니면서 사진을 찍은 후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는 와불전을 둘러보고, 수많은 부처와 석탑이 있는 곳을 지나 400년 수령의 보호수 은행나무 옆을 지나서 일주문 쪽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 지붕을 뚫고 밖으로 나온 듯한 노송은 집을 지을 때 소나무들을 집안에 그대로 두고 집을 지은 모습이 이채롭다.


주차장에 내려와서 마애불 바위 모습 올려다 보고, 모두 차를 타고 제 3땅굴 관광을 위해 임진각 쪽으로 향한다. 통일 전망대 앞에 도착하여 모두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바라 본 최전방 초소와 임진강 건너 북한땅 모습이 안개 속에 흐릿하게 보인다. 안개로 조망이 흐려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주차장에서 당겨본 전방 초소와 임진강 건너 북한 땅 모습을 뒤로하고 임진각으로 향한다. 


임진각 주차장에 도착하니 DMZ 안보관광 매표소에는 제 3땅굴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돌계단 걸어 올라서 평화의 종각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총탄 자국이 많은 낡은 기관차는 멈춘 지 오래인데, 약 30여 년 전에 왔을 때와는 주위 환경이 많이 달라진 듯하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관광객들 중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 보인다.


앞이 막힌 나무 다리 위를 걸으니, 겹겹이 붙은 태극기와 오색 리본들이 장벽을 이루었고, 남북 이산 가족들의 한이 서린 곳 잠시 머물던 걸음은 돌아선다. 다리 아래 조성된 공원 풍경 망향의 노래비, 망향단, 경의선 철도 둘러 보고 전망대 위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임진강 건너 북녘 땅은 손에 잡힐 듯한데, 강을 건넌 경의선 철도는 아련히 멀어져 간다. 


임진강에 걸쳐 누워 한가롭게 쉬고 있는 경의선 철교가 보이는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니, 넓은 주차장엔 드나드는 자동차들 분주한데, 전망대 위에 사람들은 북녘 하늘만 바라본다. 망향단 앞에는 친구들이 모여 현수막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진지하다. 기념사진을 찍은 친구들이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6.25 전쟁 기념비에 새겨진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 현 시국에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인듯하다.


잠시 임진각 주변 구경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제3땅굴 관광을 가기로 한다. 경의선 도라산역 앞에 내려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도라산 역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서 기차를 타면 평양으로 간다. 가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도라산 역을 뒤로하고 버스는 도라 전망대로 향한다. 


도라전망대 앞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전망대에 도착하니, 북쪽 땅이 보이는 하얀 경계선 넘어서는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라고 한다. 전망대에 걸리 북녘 사진 바라보며 안내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바라 본 군사분계선과 북한 땅은 안개가 흐릿하다. 도라전망대를 뒤로 하고 제 3땅굴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DMZ 영상관에서 7분짜리 영화 한편을 보고 땅굴 입구가 있는 건물로 이동하여,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사물 보관함에 넣어두고 비스듬한 땅굴 속으로 내려가니, 지하 250m 지점에 북한에서 파 들어온 제3땅굴을 만난다. 고개를 숙이면서 걸어야 하는 축축한 땅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이중으로 차단된 벽이 있는 곳에서 다시 돌아 나온다. 제 3땅굴 전시관 앞에서 친구들 기념 사진을 찍어주고, 지하에 있는 제 3땅굴 모형 사진을 담아보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 관람을 하고 나오면서 이틀간 안보 관광의 막을 내린다.


제 3땅굴 구경을 마치고 임진각으로 돌아 나와 주차장 주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뜨끈한 찌개를 끓여 맛있는 저녁을 먹고, 서둘러 돌아오면서 서울에서 3명 내린 후 주말 촛불집회로 혼잡해진 서울 시내를 빠져 나와 오는 도중에 대구에서 1명 내리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요즘은 금지된 차내 음주가무가 막이 오른다.


어느덧 환갑을 넘긴 동기들이 여러 명 되고, 내년에 환갑을 맞이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니, 코흘리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어제 같은데, 훌쩍 넘어버린 반 세기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에 내려서 친구들과 하직 인사를 나누니, 택시가 한대 들어와 두리번거리기에 얼른 집어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초등 동기들과 떠난 2016년 마지막 겨울여행의 막을 내린다. 

(2016.12.0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