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오솔길 2018. 8. 9. 01:14


지리산 신고식


                 솔길 남현태


스물 둘의 팔십 년 여름

지리산종주 무모한 꿈 안은

다섯 명의 들뜬 기분

경부선 야간열차에 몸 실으니

망설이던 화엄사 앞

호우주의보에 노고단 향한다


불어난 계곡물 손잡고 건너

물먹은 장비 무거운 걸음

산중턱에 텐트치고

장대비 속 하룻밤 지세우니

기세 등등 폐기 간 곳 없고

모두 풀이 죽어 전의 상실한다


빗속에 노고단 정상 지나

토끼봉 텐트 속에 또 하룻밤

폭우 속 탈출하는 황토 비탈길

굴러 내려온 두더지처럼

개울물에 멍든 몸 담그

돌아온 청춘은 웃음 되찾는다.



(1980년 8월 12일)

서울 친구들과 여름휴가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