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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처진소나무

호젓한오솔길 2009. 4. 18. 12:37

 

[한국의 명품 소나무]

 

운문사 처진소나무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 가르치는 자연의 스승

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날인 삼월 삼짇날은 운문사 처진소나무가 막걸리 공양 받는 날이다.

운문사는 240명의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공부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승가대학과 승가대학원이 있는 곳이다. 교육을 마친 꽃 같은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막걸리 열두 말에 물 열두 말을 섞어 이 노송(老松)에 드시게 한다.

처진소나무를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겉에서 본 전체 수관의 모양은 부드럽고 편안한 곡선으로 마치 우리 옛 초가 지붕을 연상케 한다.

▲ 서설을 이고 있는 운문사 처진소나무. 운문사 스님들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눈을 털어내는 일을 잠시 보류해 특별히 배려한 덕분에 이 희귀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180호

소재지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1768 운문사
수령 400년
높이 6m
둘레 3.4m

나무 안으로 들어가 보면 두 아름쯤 되는 둥치에서 조금 올라가 여러 갈래의 가지가 용틀임하면서 사방으로 뻗어 기(氣)가 넘친다. 가지들이 상하좌우로 가다가 다시 안쪽으로 굽고 그러다가 다시 위로 솟구치고, 솟구치는가 하면 아래로 기묘하게 처져 별천지(別天地)를 이루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루 다 형언하기조차 어렵다.

▲ 얹힌 눈으로 한층 더 서기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운문사 처진소나무의 가지들.

막걸리 공양은 30여 년 전, 쇠약해진 이 소나무를 살리고자 선대 스님들이 고안한 지혜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절집이 불탔지만 이곳 처진소나무만은 피했다고 한다. 지난 600여 년 동안 천년 고찰 운문사의 역사를 목격한 것도 처진소나무뿐이라라.

이곳 260여 명의 스님들은 이 처진소나무를 스승으로 섬긴다. 다른 나무들은 자랄수록 가지를 위로 펼치는데 이 노송은 자랄수록 가지를 아래로 낮춘다.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의 겸허한 자세를 본받는 것이다.

이 노송은 이 하심의 모양새로 무한한 진리를 말없이 설하고 있다고 여긴다.  선정(禪定)에 든 소나무라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이곳에서 경학(經學)을 수학하고 계율(戒律)을 지키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 청규를 실천하고 있다. 공부도 하고 농사도 지어 자급자족하고 있다.


▲ 처진소나무로부터 하심을 깨우치고 있는 운문사 스님들.

겨울에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처진소나무의 가지가 부러질까 하여 스님들은 밤낮없이 눈을 털어 내린다. 스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30m나 뻗어난 긴 가지들이 부러지거나 죽은 가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렇게 관리하니 눈 덮인 소나무를 사진 찍기란 불가능하다.

나도 15년 가까이 스님들에게 공을 들였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학인스님들이 눈을 털지 않고 그냥 두어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이다. 사진 찍는 동안 스님들이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기다려 준 고마움 덕분에 눈 덮인 처진소나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삼월 삼짇날 스님들이 처진소나무에 막걸리 공양을 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IC 지나 대구, 부산 신고속도로로 진입해서 청도IC에서 내린다. 그후 운문면 지나 운문사로 오면 된다. 청도 IC에서 운문사까지 약 30km. 운문사 054-372-8800.


/ 글·사진 고송 장국현  대구 사진대전·정수국제사진대전 초대작가, 대구시교육청, 대구MBC 주최 개인전, 사진집 발간 3회,한국 사진문화상·금복문화예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