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제비꽃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측막태화목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주로 산지에서 자란다. 잎이 완전히 3개로 갈라지고 옆쪽 잎이 다시 2개씩 갈라져 마치 5개로 보인다. 각 조각은 다시 2∼3개로 갈라지거나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서 마지막 조각은 줄 모양이 된다. 턱잎은 줄 모양으로 넓으며 밑부분이 잎자루에 붙는다.
4∼6월에 흰색 꽃이 피는데, 꽃잎 안쪽에 자주색 맥이 있다. 꽃은 잎자루 사이에서 몇 개의 가는 대가 나와서 그 여러 줄기 끝에 큰 꽃이 1개씩 달린다. 꽃받침잎은 바소 모양이고 그 끝이 뾰족하다. 꿀주머니는 원기둥 모양이고 다소 길며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 꽃받침조각은 5개이다. 열매는 삭과로 털이 없고 타원형이다. 한방과 민간에서 고한 ·간기능 촉진 ·태독 ·감기 등에 약제로 쓴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또 다른 이야기... (제비꽃은 오랑캐꽃으로도 불리웁니다)
산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한가운데에는 푸른 호수가 있습니다. 이 마을은 호수를 중심으로 띄엄띄엄 낮고 높게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좀처럼 집안에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워낙 뜰이 넓고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먼 산에는 아직도 희끗희끗 눈이 남아 있었지만, 마을에는 어느 사이에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골짜기에서는 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찔레나무로 둘러싸인 빨강 양철집에는 노란 머리칼, 파란 눈빛을 가진 소녀가 삽니다. 소녀는 올해 열여섯 살입니다. 열여섯 살이지만 그 동안, 소녀가 집 밖으로 나온 것은 몇 번 안 됩니다. 그러니 자연 아무것도 모릅니다. 바깥 세상 일에는 캄캄했습니다. 산에는 산새가 있다는 것과 호수에는 싱싱한 물고기가 있다는 것 밖에 몰랐습니다.
소녀는 우연히 호숫가에 나왔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피리 소리였습니다. 소녀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구성지게 슬픈 소리 같다는 것만 느꼈습니다. 이때, 호수에 고기를 낚는 할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어이구,이게 누구야, 예쁜이 아냐, 참 많이 컸구나!” “할아버지, 저 소리가 뭐예요?” “소리라니?” “가만히 들어 보셔요?” “옳아, 저 소리 말이지. 허허, 피리,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란다.” 소녀는 처음으로 목동을 알았습니다. 목동은 양을 치는 소년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소녀는 양을 치는 소년이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어디서 들려 오는 걸까?” 이쪽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면 반대편에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저쪽인가 생각하면 또 이쪽에서 들리는 소리 같아서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피리 소리가 크게 들리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가까이서 들리는 피리소리. 소녀는 피리 소리가 건너편 골짜기에서 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은 만나 볼 수 있을까?” 소녀의 가슴은 왜 그런지 설레었습니다. 그 다음날 소녀는 양치는 소년을 보았습니다. 많은 양떼를 몰고 호수 건너편에 온 것입니다. 양은 목이 마른지,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느라 엎드려 있었습니다. 소녀는 양을 처음 보았습니다. 멀리서지만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피리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소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퍽 잘생기고 용감하게 보이는 목동이었습니다. 소녀는 목동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안 되어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소곤소곤 이야기도 많이 하였습니다. 목동은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어릴 때부터, 목동은 이 마을에 양을 거느리고 온 적이 있다는 미더운 이야기며, 산너머에 있다는 마을 이야기며, 호수의 몇 곱절 넓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이야기를 소녀는 무척 좋아하였습니다. “바다에서는 뭘 해요?” “바다에서? 응, 고기를 잡지····." “거기도 고기를 잡는 데여요? 뭐, 바다가 그래요, 시시하게····." 목동은 소녀에게 자기가 아는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려주었습니다. 어느덧, 봄 여름이 지나고 목동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왔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양의 먹이도 없거니와 추위에 양이 얼어 죽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슬펐습니다. 소녀는 목동과 헤어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어느덧 목동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소녀가 사는 마을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목동이 떠나려는 날, 소녀는 이 마을에 오래된 전설 하나를 목동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것은 신비스런 이야기였습니다. 호수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본다는 것입니다. 이때,호수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면, 그사람도 자기를 사랑하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호수 앞에서 각각 조심스럽게 불러 보았습니다. 물론 서로 모르게 하였습니다. 정말 메아리가 돌아왔습니다. 호수는 서로의 이름을 똑똑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목동과 소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 입니다. 그러나 목동은 목동대로 소녀는 소녀 대로 사랑하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내년에 꼭 다시 올게······봄이 오기만 기다려·····." 목동은 봄이 오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산을 넘어 다른 마을로 갔습니다. 목동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태연하게 소녀의 마을을 떠나갔습니다. 겨울이 왔습니다.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 왔습니다.
겨울이 오면 소녀가 기다리는 봄도 머지 않습니다. 소녀는 그 봄을 기다려 창너머 높고 높은 산만 바라보았습니다. 소녀에겐 이 겨울이 이상하게도 길었습니다. 지겹도록 긴 겨울이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호수엔 얼음이 풀리고, 산봉우리의 흰 눈도 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맘때가 되면 온다던 목동의 피리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이 다 녹고 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진달래꽃이 지고 철쭉꽃이 피어도 목동의 피리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웬일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애태워 기다리는 소녀는 호수에다 사랑하는 목동을 부르는 버룻이 생겼습니다.
소녀의 부르는 소리를 호수는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상한데, 어디가 아픈가?” 벌써 왔어도 한 달 전에 왔어야 할 목동. 한 달이 지나도 석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차츰 산너머 저쪽의 하늘이 그리워 졌습니다. 넓은 들과 바다와 마을과·····." 동네 어른들 사이에는 산너머에서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는 모두 전쟁터로 끌려갔다는 불길한 소문이 돌았으며, 그 소문은 소녀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그 뒤, 참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소녀는 목동이 보고 싶을 때쯤이면, 호수에다 목동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메아리가 되어 오는 소리로 만족해하며 살았습니다. 그 뒤, 또 몇 년이 지났을까? 인제 소녀의 얼굴에 주름살이 생겼고, 곱던 얼굴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아니,이게 웬일입니까? 어느 날, 소녀가 부르는 소리에 호수는 묵묵히 입을 다물고 대답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실망이 컸습니다. 목동을 생각하며 오랜 세월을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소녀는 죽고 싶었습니다. 한편, 목동은 그 다음해 병정으로 싸움터에 나가 적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소녀의 이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르며, 소녀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소녀의 부름에 대답이 없던 호수, 그때 목동은 할아버지가 되어 결혼식을 하였던것입니다.
너무도 늙어서 소녀가 알아볼 수 있을까? 이 늙은이를 누가 반가이 맞아 주랴 싶어, 적지에서 그만 결혼식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 호수의 대답이 없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실망한 소녀는 그만 호수에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 동네 사람들은 처음부터 소녀에게 대답을 해준 것은 호수가 아니고, 보랏빛 오랑캐꽃이었다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목동은 소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서 지어낸 것입니다. 오랑캐꽃의 꽃말은‘충실’입니다. 소녀가 진정으로 목동을 사랑해서 오랑캐꽃이 대답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10.04.30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