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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산 - 경남 거창 우두산] 頂上… 말이 달리는 듯, 용이 날아오르는 듯

호젓한오솔길 2010. 12. 9. 20:58

 

[12월의 산 - 경남 거창 우두산] 頂上… 말이 달리는 듯, 용이 날아오르는 듯

 

 

 

거창 가조 벌판을 바다로 둔갑시켰던 구름 안개는 어느샌가 사라졌다. 대신 기암괴봉이 짙푸른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우두산 의상봉(義湘峰·1038m)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산죽 숲을 가르고 너덜을 뛰어넘어 암봉 위에 올라섰다. 만천하가 발아래였다. 거창벌은 넓고도 아늑했다. 그 벌판을 가르며 산릉이 힘차게 뻗어나갔다. 장군봉 능선은 설악의 용아장성을 빼닮은 듯 웅장하며 기운찼고, 우두산 상봉(1046m)에서 비계산(飛鷄山·1125.8m)으로 뻗은 능선은 머리를 치켜들고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가는 준마와 같았다.



 

우두산 의상봉에서 기암괴봉이 짙푸른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솟구친다. 솟구쳐, 바위는 겨울을 대표하는 꽃처럼 피어난다.

 

거창과 합천의 경계를 이룬 우두산(牛頭山·1046m)은 암팡진 산세와 멋들어진 조망을 자랑하는 산이다. 특히 망대처럼 치솟은 의상봉 정상에 서면 가야산을 비롯해 덕유산과 금원~기백산 등 거창 명산뿐만 아니라 동쪽 멀리 대구 팔공산과 비슬산, 남서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까지도 조망된다. 여기에 산 아래 '매끄럽기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온천까지 있어서 연말 온천산행지로 알맞은 곳이다.

우두봉 산길은 영화 '아바타' 속 '신비의 숲'과 같았다. 골을 막아놓은 듯 수직 절벽을 이룬 견암폭포 위로 올라서자 이끼 낀 바위 덩이들은 원시의 세계로 들어선 느낌을 자아내고 옅게 안개 낀 소나무 숲은 햇살이 스며들면서 군무 추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몽롱한 기분에 젖어 골 안 깊숙이 들어서자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산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견사(古見寺)와 함께 1000년 넘게 살아온 신목(神木)이다. 그 뒤편에 고견사는 은자(隱者)들의 거처인 양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또 그 뒤로 기암괴봉이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한 폭의 그림, 선경(仙境)이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울려나오는 목탁소리, 독경소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발목을 꼭 붙잡았다.

그렇다고 마냥 머무를 수는 없는 일. 마당 쓸다 반갑게 맞아준 스님이 생명수라 일컫는 샘물을 한 모금 입에 담고 호젓한 숲길 따라 의상봉으로 향했다. 소나무숲을 지나자 조릿대 숲. 조릿대는 또 한 해가 넘어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풋풋함과 파릇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바짝 말라붙었음에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잎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커다란 바위 덩이들이 서로 포개지고 껴안고 있는 너덜겅 바위틈에서 나오는 1000년의 숨결을 몸속 깊이 들이마시며 능선에 올라섰다. 고견사 신목처럼 의상봉이 산객을 내려다보며 어서 올라오라 부르고 있었다.

한발 한발 올랐다. 의상봉 절벽에 기대놓은 계단 길은 선계를 잇는 길이었다. 등 뒤로 우두산 상봉은 아름다운 바위꽃이었고, 왼쪽 구름바다 이룬 가조벌은 상봉과 의상봉, 그리고 멀리 비계산을 연꽃처럼 피워놓은 선계의 못이었다. 한발 오르고 한 번 뒤돌아보고 또 한 번은 가조벌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반복하며 의상봉 정상에 섰다. 저 멀리서 불가의 산 가야산과 수도산은 한줄기 능선으로 이어진 채 하늘금을 긋고, 그 왼쪽으로 덕유산릉은 장벽처럼 솟구쳐 올라 있었다. 또 한 해가 바뀌어 가는데도 산은 늘 그랬듯이 넉넉한 미소로 맞아주고, 산객은 그 미소에서 새 힘을 얻고 산을 내려설 수 있었다.

세월을 쓸어 담는 것인가. 고견사 스님이 앞마당을 비로 쓸며 석불을 지나치고 있다.

 

산행 길잡이 우두산 산행은 대부분 원점회귀로 이루어지며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가벼운 산행에는 고견사 주차장~고견사~의상봉~고견사 주차장 코스(2시간30분·난이도 ☆☆·별 5개 기준)나, 의상봉에서 상봉을 거쳐 마장재까지 능선을 따른 뒤 고견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코스(4시간·☆☆☆)가 적당하다. 스릴 넘치는 바윗길 산행을 원하면 고견사 주차장~장군봉~의상봉~상봉~마장재~고견사 주차장 코스를 따르도록 한다(5시간30분·☆☆☆☆). 더욱 긴 산행을 원하면 마당재에서 비계산을 거쳐 1084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하산지점에서 가조온천에서 약 4.5㎞ 거리다. 7시간30분, ☆☆☆☆☆.

대중교통 거창행은 서울 남부터미널(www.nambuterminal.co.kr·02-521-8550, 08:40~17:50·1일 13회, 심야 22:00·23:00, 3시간30분, 1만8600원, 심야 2만500원), 전주 공용버스터미널(063-270-1700·06:15~17:25·1일 8회, 2시간50분, 1만2900원), 광주 유스퀘어터미널(062-360-8114·06:50·11:05 2회, 2시간30분, 1만1400원) 등지에서 운행. 거창읍에서는 고령축산 옆 간이정류장(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서 30분 간격(07:00~19:30·평일 첫차 06:30) 서흥여객 시내버스 이용. 20분, 1250원. 서흥여객 (055)944-3720. 대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1688-2824)에서는 가조 경유 버스가 09:10·11:00·12:55·16:20·20:30 출발. 1시간, 5200원.

자가운전 88올림픽고속도로 가조IC에서 가조면소재지까지 약 1㎞. 가조면소재지에서 고견사 주차장은 약 2.5㎞. 택시 5000원. 신택시 (055)942-1231~2

숙식(지역번호 055) 가조면소재지나 거창읍내 숙박업소 이용. 고견사 주차장 위 고견산장(942-3636)에서는 도토리묵·파전(각 5000원) 등 음식. 가조면소재지 쌍쌍식육식당(943-2428)과 현대식육식당(942-0067)은 쇠고기와 돼지고기구이, 우리식당(942-2993)은 다양한 민물고기를 푹 끓여 뼈를 채에 걸러낸 다음 시래기·토란대 등을 넣고 다시 푹 끓인 다음 내놓는 추어탕(1인분 5000원)으로 인기 있다.

가조백두산천지온천 중탄산나트륨 성분의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피부에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온천이다. 우두산과 비계산 조망이 일품인 야외온천탕도 갖추고 있다. 입욕료 5000원. (055)94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