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글 지글지글… 이 봄을 바비큐에 굽다
원하는 곳에서 운치있게… 바비큐 즐기기
먼 옛날, 농경 사회 이전에는 남자들이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이 '짐승남'들은 매캐한 연기를 마시고 손과 얼굴에 숯 검댕을 묻혀가며 고깃덩이를 불에 익혀냈다. 그들은 육즙을 입가에 흘려가며 고기를 뜯어 먹는 가족을 흐뭇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자고로 불과 고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남자가 멋진 남자다.
이제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면 바비큐를 하자. 석기 시대 남자들처럼 고기를 잡아야 하는 것도, 부싯돌로 불을 붙여야 하는 것도 아니니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간단한 장비를 갖추고 몇 가지 팁만 익히면 "오빠(혹은 아빠) 멋져"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
- ▲ 불과 연기의 후광 때문인지, 봄볕 때문이지 그릴 위의 고기와 야채들이 먹음직스럽게 반짝거린다. 참숯 향이 이들의 맨몸뚱이를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할 때면 안에 숨겨진 식감(食感)이 깨어난다. 촬영협조=쉐라톤워커힐 호텔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비큐는 '진짜'가 아니다. 외국 영화 속에선 불을 피우고 그릴 위에다 소시지와 고기를 굽지만 원래의 바비큐는 좀 다르다. 미국 바비큐협회에 따르면 바비큐는 낮은 온도(섭씨 100~110도)에서 연기를 쪼이면서 8~10시간 구운 음식이다. 음식을 직접 불로 익히는 게 아니라 장작의 연기와 열기로 구워내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한 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맑은 공기와 음식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바비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먹음직스럽다.
◆장비 투자는 기본
최근에는 바비큐 장비를 대여해주는 캠핑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해당 캠핑장 안에서만 먹어야 해 원하는 장소에서 요리를 즐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여행을 다니며 바비큐를 해먹겠다면 기본 장비는 갖추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인터넷은 물론 대형마트에서까지 바비큐 장비를 판다. 너무 종류가 많아 오히려 고르기가 난감할 정도다. 그릴의 경우 뚜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고, 크기도 책상만 한 것부터 쿡탑 크기의 휴대용까지 다양하다. '바비큐 가이드'의 저자이자 바비큐 전도사인 김계완씨는 "처음 그릴을 구입할 때는 가능한 한 용적이 크고 뚜껑이 달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낮은 온도에서 양질의 연기를 쬐며 구우려면 뚜껑이 있는 게 좋기 때문이다. 집게와 뒤집개, 그릴을 청소하는 브러시 등도 함께 갖춰야 한다.
장비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숯이다. 바비큐는 숯의 연기로 조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쉐라톤워커힐호텔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의 염영일 조리장은 "일정한 온도로 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잡숯보다는 참나무나 사과나무로 만든 숯이 향은 좋고, 참나무 숯 중에서도 검탄보다는 백탄이 좋다"고 했다. 온몸이 하얀 백탄의 경우 화력이 강하지 않지만 적당한 온도의 불꽃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염 조리장이 강조한 그릴의 온도는 '손짐작'으로 잴 수 있다. 김계완씨는 "손바닥에 전해지는 열기의 강도를 통해 온도를 안다"고 했다. 손바닥을 아래로 해서 석쇠 약 10㎝ 위에 두고서 ▲2~3초 견딜 수 있으면 제일 높은 온도(섭씨 230~250도) ▲4~5초면 중·상 온도(섭씨 200도), ▲6~8초면 중간불(섭씨 160~180도) ▲11~14초면 약한 불(섭씨 110~120도)로 판단하면 된다고 한다.
◆재료는 육·해·공 불문
바비큐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땅과 바다, 하늘에서 나는 거의 모든 식재를 바비큐로 만들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닭고기는 부위를 따지지 않고 다 구워 먹을 수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모두 갈비 부위가,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이 맛있다. 숯 향이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에 양고기도 많이 사용한다. 연어·고등어·꽁치 등 살이 탄탄한 생선과 주꾸미·새우·전복·오징어 등의 해산물도 올리면 좋다. 피망·토마토·가지·호박과 같은 야채와 바나나·사과·파인애플과 같은 과일도 구울 수 있다. 수박과 같이 물기가 많은 재료만 아니라면 기호에 따라 마음대로 구워 먹으면 된다.
바비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특별히 조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요리법과 바비큐용 소스가 나와 있지만 재료 고유의 식감과 숯 향을 느끼려면 '소금'만 뿌려도 충분하다. 특히 육류의 경우에는 소스가 감칠맛 나는 육즙과 고깃결에 착착 감긴 스모키한 숯 향을 오히려 죽일 수도 있다.
조리 순서나 방법이랄 것도 따로 없다. 태우지 않고 잘 굽기 위한 몇 가지 팁은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함께 먹고자 한다면 소고기를 먼저 올린 뒤 돼지고기를 올린다. 돼지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불이 거세게 올라오면 그다음에 굽는 소고기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꺼져가는 약한 불에 오랫동안 익혀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염영일 조리장은 "소고기를 구울 땐 고기 단면에서 땀이 나면(물이 올라오면) 뒤집는다. 뒤집은 단면에서도 땀이 날 때 얼른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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