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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02> 김천 수도산

호젓한오솔길 2011. 5. 21. 23:40

 

[산&산] <302> 김천 수도산
발밑엔 낙엽이 푹푹… 숲길엔 아름다운 노을이 내려앉았다
전대식 기자

 

 

 

속리산까지 급하게 내려온 백두대간은 추풍령에서 한숨을 돌린다. 이윽고 황악산과 삼도봉을 지나 덕유산에 다다를 무렵 대덕산에서 가야산 국립공원 방향으로 웅장한 곁가지를 친다. 바로 이곳이 '수도지맥'이다. 흰대미산(1,018m), 단지봉(1,327m), 좌일곡령(1,258m), 두리봉(1,133m) 등 고산이 웅장한 줄기를 이루면서 가야산까지 달린다.

수도산(修道山·1,317m)은 이 지맥의 중심에 있는 맏형이다. 수도산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의 경계에 있다. 신라의 도선 국사가 즐겨 찾았을 만큼 불가와 가까운 산이다. 부처의 영기가 있다 해서 원래는 불령산(佛靈山)이었다가 수도암이란 암자가 들어서면서 수도산으로 고쳐 불렀다. 정상에 서면 경남, 경북, 전북 일대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수도지맥의 대표 산
산행초입엔 시원한 계곡 물소리
하산 땐
아름다운 숲길 이어져
덕유산 가야산 일대 조망 웅장


수도산은 1,000m가 넘는 육산이다. 한데 높이와는 달리 산행은 어렵지 않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중반 지점에서 잠시 숨이 가팔라진다. 수도산을 밟고 나서 돌아오는 길은 때 묻지 않은 숲길의 향연이 기다린다. 5월 중순이면 철쭉이 만개한다. 계곡이 깊어 여름 계곡 산행도 무난하겠다.

기점은 청암사 일주문이다. 이후 암자 뒷길을 따라 오르다 신선대와 정상 앞 삼거리, 수도산에 닿는다. 수도산에서 다시 나와 구곡령에서 본격 하산길로 접어든다.
수도리 마을 뒷길에서 산허리를 가로질러 기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당초 산행팀은 수도리를 종점으로 계획했지만 교통편이 생각보다 불편해 결국 원점회귀 코스로 마무리했다. 산행 거리는 15㎞(소요시간 5시간 30분)쯤이다. 토산의 진득한 맛을 보려거나 산정에서 펼쳐진 산자락의 파노라마 경관을 즐기려는 산꾼에게 딱 맞겠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청암사 일주문에서 출발한다. 편액에 '불령산'이라고 적혀 있다. 5월이지만 산벚나무에 꽃이 아직 달렸다.
아름드리 밤나무가 그늘을 만들었다. 백목련이 절까지 가는 길을 안내한다.

5분 정도 걷자 천왕문과 청암교가 나온다. 천왕문 앞에 청암사의 내력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 도선 국사가 859년 이 절을 창건했다. 조선 인조 때 화재로 절이 전소했다. 여러 스님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절을 중건했다. 지난 1987년 승가대학을 열고, 100여 명의 비구니가 청정도량으로 쓰고 있다.

청암교를 건너 절을 둘러봤다. 아침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경내를 거닐고 있다.

절을 빠져나와 백련암을 지나자 수도산 등산
안내간판이 서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사방댐이 나온다. 태풍 때마다 계곡물이 범람해 지난 2004년 만든 것이다.

사방댐을 스쳐 300여m를 오르자 작은 개울을 만났다. 촬촬촬 물소리가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 개울을 건너 오른쪽 길로 걸었다. 청암사 스님이 가꾸는 텃밭을 따라가면 능선을 만난다. 산죽과 새순이 가득한 참나무 숲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가다 얕은 계곡을 건넌다. 집중호우 때 쓸려 내려온 잡목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물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에서 능선 쪽으로 붙어야 한다. 이 갈림길은 하산할 때도 만나게 되니 눈여겨봐야 한다.


아까만 해도 우렁찼던 물소리가 지금은 호젓한 소리를 낸다. 본격적인 능선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갈림길에서 70여m 떨어진 곳에 첫 번째 소방구조푯말이 있다. 수도산 등산로에 이런 푯말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 푯말에서 5분쯤 지난 지점부터 경사가 느껴진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을 살펴보니 표고가 벌써 700m를 넘었다. 철쭉과 생강나무가 양쪽으로 빽빽한 길을 지나 느슨한 비탈을 따라 30분쯤 올랐다. 청암사 경계석이 나타났다. 여기서 30m 떨어진 곳에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수도암, 오른쪽은 수도산 방향이다. 수도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470m가량 전진하자. 또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에 가려 안 보이던 경관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철쭉 가지 끝에 개화를 준비하는 봉오리가 수줍게 달렸다. 잠시 뒤 확 트인 헬기장을 만난다. 멀리 왼쪽에 가야산 정상의 바위 봉우리가 성화처럼 불끈 서 있다.

헬기장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신선대를 만난다. 신선대에 말안장을 닮은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조망이 썩 괜찮다.

신선대에서 15분 정도 철쭉 군락을 지나면 수도산, 단지봉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가 있으니 참고하자. 삼거리에서 수도산 정상까지는 한달음에 간다.


정상은 육산답지 않게 평평한 암석으로 덮여 있다. 서너 명만 서 있어도 비좁을 것 같다. 정상 표석과 돌탑, 삼각점 안내판이 있어 더 좁게 느껴진다. 수도산에서 어느 쪽을 둘러봐도 산뿐이다. 동쪽은 가야산 줄기가 푸른빛을 띠고 출렁이다. 서남쪽은 백두대간의 덕유산의 마루금들이 웅장하게 넘실댄다. 북쪽은 백두대간의 황악산과 삼도봉의 등날이 뚜렷하게 금을 긋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대구 팔공산까지도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이 날은 볼 수 없었다. 실컷 산들을 쳐다봤다. 그래도 물리지 않았다.

정상에서 삼거리 방향으로 다시 돌아 나온다. 이제는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 경사가 다소 급하니 주의하자.

삼거리에서 구곡령 갈림길까지는 1.2㎞ 정도. 별다른 조망미가 없다. 무난하게 내려온다. 구곡령에서 왼쪽으로 길을 연다. 20분 정도 가면 임도를 만난다. 이 길은 남부지방산림청이 정한 아름다운 숲길, 일명 '김천모티길'이다. 낙엽송과 잣나무,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임도에서 좌회전해 10분 정도 더 간 거리에
산불감시초소화장실이 있다. 여기에서 10분 정도 더 가면 수도암과 수도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수도암인데 1㎞쯤 떨어져 있다. 오른쪽은 수도리인데 대중교통이 아예 닿지 않는 오지마을이다.


산행팀은 갈림길에서 조금 더 전진해 산허리로 접어들었다. 이 길은 수도산 7푼 능선을 따라 수도리와 청암사~평촌리로 연결되는 길이다. 예전 청암사, 수도암 스님들이 다니던 길이었다. 7푼 능선이지만 비탈이 거의 없다. 평탄하고 순한 길이라 보폭이 절로 날래진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서인지 겨울 낙엽이 발밑으로 푹푹 밟힌다. 나무가 빚은 그늘도 푸근하다. 한 발씩 움직일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전혀 성가시지 않다. 길도 외길이라 방향을 놓칠 염려도 없다. 중천에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운다. 숲 속으로 저녁노을의 고운 빛깔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무던히 걸었다.

1시간 정도 진행하자 산행 초입에서 만났던 갈림길이 다시 나타났다. 이 갈림길에서 청암사 방향으로 걷는다. 30분쯤 걷자 기점인 일주문에 도착했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