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10> 양산·울주 대운산 |
SF영화 뺨친 원효대사 전설… 판자 한 장으로 1천 명 목숨 구해 |
전대식 기자 |
영남알프스를 통과한 낙동정맥은 천성산을 지나 경남 양산시 법기리에서 동남쪽으로 용천지맥을 뻗친다. 영남알프스와 동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지맥이다. 이 맥은 청송산~용천산을 지나 북으로 다시 산줄기를 대는데, 그 가운데에 대운산(大雲山·742.7m)이 있다.
대운산은 경남 양산시와 울산 울주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부산과 경남, 울산 모두에서 가까워 '근교 산행' 1순위로 손꼽히는 산이다.
봄 꽃, 여름 계곡, 가을 단풍, 겨울 산행까지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산이다. 산 하나를 두고 양산은 8경에 울산은 12경에 넣을 만큼 빼어난 산이다.
지루하고 예측 못할 장맛비도 언젠가는 지나갈 터. 이번 주 '산&산'은 부산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대운산을 찾아갔다. '부담 없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치는 법. 산세가 생각보다 깊고, 길이 여러 갈래라 헷갈리기 쉽다. 산행 안내리본과 이정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양산·울주 경계에 위치
부산서 가깝지만 산세 깊어
원효 도 닦은 도통골 계곡
시원하고 맑은 물 자랑
대운산 산행 기점은 여럿 있다. 보통 양산시 명곡리나 울주군 운화리에서 오른다. 때가 때인 만큼 계곡산행을 위해서 산행팀은 장안사를 기점으로 택했다. 산행 중반까지 육산과 조망을 감상하다, 중반부터 도통골로 떨어지기 위해서다.
코스는 장안사에서 출발해 척판암~424봉~불광산~정상을 거쳐 도통골로 내려와 제3공영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불광산에서 정상까지가 제법 된비알이고, 정상에서 도통골 시작점까지의 내리막도 부담스러운 편이라 산행 초보에게는 다소 무리이겠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지도를 펼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나침반과 고도계를 조정했다. 주차장 주변에 등산 안내판이 있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산자락에 붙으면 척판암·불광산 이정표가 보인다. 10분 정도 가면 쉼터가 나온다.
척판암은 여기서 5분 거리이다. 암자 입구에 공중화장실이 있다. 현판엔 '불광산 척판암'으로 씌어 있다. 요사채 2채의 아담한 암자지만 유서 깊은 도량이다. 신라 원효대사가 만들었다. '척판(擲板)'은 '판자를 던졌다'는 것이다. 척판암의 유래에 얽힌 전설은 신라와 당나라를 넘나드는 SF 영화 같다.
당시 이름 없던 이 암자에서 참선을 하던 원효대사가 당의 수도 장안에서 서남쪽에 있는 종남산에 산사태가 나 태화사 1천 명의 승려가 매몰되는 참사 장면을 예지했다. 원효대사는 판자에 '해동원효척판구중(海東元曉擲板救衆)'이라 써 태화사로 날려 보냈다. 판자는 절 주변을 떠돌았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승려들이 절 밖으로 뛰쳐나왔고, 1천 번째 스님이 절에서 나오자 산사태가 절을 덮쳤다. 목숨을 구한 승려들은 원효대사가 있는 이 암자로 와서 제자가 되었다. 원효대사는 이들을 데리고 지금의 양산시 하북면에 있는 높은 산에서 화엄경을 강론했고, 1천 명의 승려들은 득도했다. 1천 명의 성인을 배출한 산이 바로 천성산(922m)이다. 암자엔 원효대사의 진영을 모신 독성원효전이 있다.
전설을 뒤로 하고 산행을 잇는다. 5분쯤 오르면 전망이 확 트인 곳이 있다. 정면을 보니 대운산과 박치골, 도통골, 내원암 계곡의 산 주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 멀리 문수산과 그 뒤로 동해의 아스라한 쪽빛이 눈에 걸린다.
이런 전망은 높이를 올려가며 조금씩 이동해도 계속 된다. 좀더 올라가면 기장군 장안읍, 정관면 일대가 보이는 조망터가 있다.
전망대에서 424봉까지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424봉은 지형이 타원형이라 한눈을 팔면 직진하기 쉽다. 일부 산꾼들이 대운산을 쉽게 보다가 이 지점에서 길을 자주 헤맨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 보고, 오른쪽으로 떨어지듯이 꺾어야 한다.
안부에 닿으면 이정표가 보인다. 방향이 세 방향인데, 불광산 방향이 두 갈래다. 왼쪽으로 가도 불광산이 나오지만, 무려 5㎞ 이상을 돌아가는 길이다. 불필요한 낭비다. 우리는 직진한다. 이정표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 정비가 시급하다.
이정표에서 10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튼다. 조금씩 경사가 느껴진다. 아직 부담스럽지 않다. 410봉부터는 '대운산 정상' 방향 이정표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묘 1기와 쉼터를 지나면 아까보다 비탈이 가파르다. 10분 남짓 숨을 헐떡이면 불광산(660m)에 닿는다. '부처의 광명처럼 아침 해가 비치는 산'이라지만 조망은 별로다. 사방이 수목으로 막혔다. 대리석 표석이 하나 있다. 불광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가면 시명산(675.6m)이다. 반시계 방향으로 능선을 타면 장안사 계곡을 따라 장안사까지 연결된다.
대운산 방향으로 길을 낸다. 10여 분 만에 암봉 전망대에 이른다. 가지를 'Y'자로 뻗은 반송 한 그루가 외롭게 자태를 뽐낸다. 반송 뒤로 양산시와 오봉산이 걸쳐있다.
전망대에서 30여m 아래로 툭 떨어지는 안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된비알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여유롭던 산행이 여기서부터 헉헉거린다. GPS 표고는 570m. 170여m를 더 올라야 정상이다. 40분가량 참고 걷자 참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 기운을 낸다.
돌탑과 버려진 묘지를 지나면 곧 정상이다. 사람 소리가 왁자하다. 나무로 만든 의자와 전망대가 있다. 정상 조망은 올라올 때 만났던 전망대에 비해 오히려 덜하다.
정상에서 길이 갈린다. 이정표가 있다. 대운산 제2봉은 왼쪽, 도통골은 상대리 쪽이다.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나무 계단 사이에 사다리와 밧줄을 설치해 무료함을 달래주었다. 어떤 구간에는 오히려 사다리가 성가시기도 했다.
나무 계단이 끝나면 급한 내리막이 쭉 이어진다. 날카로운 돌부리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20분 정도 지나면 큰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도 나무 데크로 꾸며놓았다. 그늘이 좋고, 전망대 바로 뒤에 산정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있어 쉬기에 알맞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한참 쉬었다.
물소리가 점점 요란하다. 도통골에 가까워진다는 신호다. 원효가 이 계곡에서 도를 닦았다 해서 '도통(道通)골'이다. 내리막을 따라 산 높이가 낮아진다. 시원한 물소리에 '도(道)'까지는 아니지만 마음 한쪽이 뻥하고 '통(通)'하는 기분이다.
길을 따라 20분 정도 오롯이 내려온다. 도통골의 몸통으로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산길은 버리고 계곡 언저리를 따라간다. 물은 바위와 바위를 돌고, 때론 바위와 맞부딪치면서 아래로 씩씩하게 흐른다. 여유를 갖고 흐르다가 폭포를 이루는 지점에서는 한방에 툭 떨어진다. 입에서 절로 '와' 하고 감탄이 나온다. 맑은 물에 고둥과 피라미가 마음껏 살고 있다.
물을 보면서, 물소리를 들으면서, 물 냄새를 맡으면서 내려왔다. 중간마다 나오는 쉼터도 그늘 품이 넓었다. 대운천을 만나는 삼거리에 조금 못 가 '편안한 쉼터' 카페가 있다. 국산 발라드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 카페 안에 있는 1회용 커피는 공짜. 어찌 이리 인심이 후할까 싶어 주인을 찾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고맙다'는 인사말이 수북이 적힌 방문록만 있다.
삼거리에서 대운천을 따라 걷는다. 종점인 제3공영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소요. 전체 산행거리 11㎞, 쉬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렸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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