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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기지와 관광지

호젓한오솔길 2011. 8. 29. 07:43

 

[만물상] 해군 기지와 관광지

 

 

지중해를 바라보는 프랑스의 미항(美港) 툴롱은 해마다 6월이면 음악 도시로 탈바꿈한다. 올해 제30회를 맞은 '툴롱 음악 축제'는 샹송·재즈·록음악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시민과 관광객이 실내외에서 나흘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신나는 무대를 즐겼다. 정부와 지자체가 후원하는 덕분에 모든 구경이 공짜다.

 

▶11월엔 국제도서전도 열리는 툴롱은 문화 도시가 아니라 해군 기지로 더 유명하다. 루이 14세가 요새를 쌓으라고 지시했고, 프랑스 대혁명 뒤 왕당파가 영국군을 끌어들였으나 나폴레옹이 쫓아낸 곳이다. 이젠 프랑스 지중해 함대와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가 이용하는 군항(軍港)이다. 동시에 크루즈 여객선과 요트도 평화롭게 쪽빛 바닷물결을 가르는 휴양지로 사랑받는다.

 

 

미국 샌디에이고는 1년 내내 날씨가 좋고 경치도 좋다. 이곳은 태평양 함대의 모항(母港)이다. 항공모함 2척을 비롯해 50여척의 각종 전함, 400여대의 항공기가 주둔해 있다. 300만 주민 중 군인이 9만명을 넘고, 국방부가 온갖 공사를 벌여 지역경제를 이끌어간다. 메릴랜드주(州) 아나폴리스는 인구가 34만명에 불과하지만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항구 도시다. 덕분에 해마다 6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는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중국의 하이난도(海南島)는 모두 세계적 관광지이면서도 나라 안보를 위해 해군 기지를 둔 곳이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제주 해군 기지는 노무현 정부 때 지역 주민 동의를 얻고 합법 절차를 다 밟아 시작한 사업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몰려든 좌파 세력이 반대 시위를 주도하며 해군 기지가 '평화의 섬'이란 제주 이미지와 환경을 훼손해 외국 관광객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해엔 해군 기지가 있지만 해마다 봄이면 벚꽃 구경하러 온 인파로 붐빈다. 진해에서 유년기를 보낸 소설가 정미경은 최근 칼럼에서 "군항 진해가 여느 바닷가보다 더 깨끗한 것처럼, 강정 역시 그 아름답고 정결한 모습을 유지한 채로 국가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썼다. 해군 기지가 있어도 제주도는 '평화의 섬'으로 남는다. 해군 기지를 무조건 '전쟁 기지'로 몰아가는 외지인들만 없다면 섬의 평화는 저절로 지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