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건강 이야기

시린 치아 다스리기

호젓한오솔길 2012. 1. 13. 08:12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순망치한)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치과적 관점에서 보자면 정답은 두 가지다. 손상된 치아라면 찬바람에 노출될 때 시린 증상을 느낄 수 있지만 건강한 치아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비록 한겨울일지라도 찬바람에 시린 증상을 느낄 정도라면 치아에 이상 신호가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고 보면 '순망치한'이란 고사성어의 주인공은 필시 치아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단단한 법랑질로 둘러싸여 있어서 피부보다 감각이 둔할 수밖에 없는 치아에 시린 증상이 느껴진다면 우선 치아 표면이 손상돼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시림은 법랑질 내부의 상아질에 자극이 전달될 때 느껴지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시린 증상을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칫솔질이다. 칫솔질을 상하로 하지 않고 과도하게 좌우로만 할 경우 잇몸과 만나는 치아 밑 부분이 가로로 깎여나가 시린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림 증상의 대부분은 잇몸과 맞닿는 치아 밑 부분에 이상이 생김으로써 나타난다.

치아 밑 부분에서 느끼는 시린 증상은 노화와 잇몸질환에 의해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에 과도한 좌우 칫솔질이 더해지면 치아 뿌리 부분의 마모가 급속도로 진행돼 시린 증상이 한층 심화된다.

충치 역시 이를 시리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우선 충치 균은 단 음식 등과 만나 산을 생성해 이 시림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충치는 또 직접 치아신경을 건드려 시린 증상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충치에 의한 시림 증상은 치통의 전 단계로 보는 게 맞다.

이를 심하게 갈아도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잠 잘 때 이를 갈거나 낮 동안에 습관적으로 이를 가는 사람일수록 이가 시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갈면 치아 표면이 마모되고 그로 인해 찬바람이나 음식물이 상아질과 직접 맞닿음으로써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치아가 깨지거나 금이 가도 시린 증상을 느낀다. 치아 파절은 음식물을 씹을 때 주로 쓰는 어금니에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딱딱한 음식을 어금니로 깨물다 치아 파절을 경험하는 일이 많다. 이를 악물다가 갑자기 어금니가 깨지는 일도 있다. 치아 파절중에서도 치아가 수직으로 부러지는 수직 파절은 이 뿌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결이 더 어렵다. 그러므로 수직 파절이 발견되면 이를 뽑는 게 일반적이다. 충치 치료나 스케일링 이후 시린 증상을 느끼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치유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스케일링후 수반되는 시린 증상은 오랜 시간 치석 등에 덮여 있던 치아 표면이 새롭게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이 시림 증상을 초래하는 외부 요인으로는 찬바람과 찬 음식, 뜨거운 음식, 단 음식, 신 음식 등이 있다. 이 중 어떤 요인에 의해 이가 시린가에 따라 증상의 진행 정도를 짐작할 수도 있다. 즉, 찬바람을 쐬거나 찬 음식을 먹을 때에 한해 이가 시리다면 그 증상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경우라면 심한 충치가 원인일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

찬 음식을 먹을 때라 할지라도 이가 시린 정도를 넘어 얼얼함을 느낀다면 역시 충치를 의심해야 한다. 충치가 상당히 진행돼 신경 조직에까지 닿아 있을 때 그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시림 증상을 느꼈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철저히 지키는 게 좋다. 우선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되 과도한 좌우 칫솔질을 삼가야 한다. 칫솔질은 가능하면 위 아래로 하는 게 좋다. 지나치게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찬 음식과 뜨거운 음식을 번갈아 먹은 일은 절대 금물이다. 건강한 치아도 급격히 냉?온탕을 오가면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단 음식과 산성이 강한 음식, 딱딱한 음식, 탄산음료도 삼가야 할 대상이다. 단 음식은 직접 충치를 유발할 뿐 아니라 충치 균이 산을 생성하도록 도와준다. 산은 치아 부식의 원흉이다. 딱딱한 음식은 치아를 마모시키거나 파절시킴으로써 시림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에서 확인했듯이 시린 치아는 치아 건강의 이상 신호다. 치통이 적신호라면 이 시림은 황색신호라 할 수 있다. 건강한 치아는 절대로 추위를 타지 않기 때문이다.

치의학 전문의 이지영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