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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761> 언양 마병산~고헌산

호젓한오솔길 2012. 2. 14. 20:33

 

 

근교산&그너머 <761> 언양 마병산~고헌산

융단 깐듯 낙엽길 오르다 보면 동서남북 펼쳐진 명산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산이 예상 밖의 산길을 감추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동네와 동네를 잇는 야트막한 고갯길이 정맥이 쉬어가는 곳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뒷산'에서 출발해 능선을 이어 걷다 보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산으로 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은 언양 마병산(馬兵山·511m)이 그런 곳이다. 산행 초반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인 듯한 희미한 길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높이가 배 이상 되는 고헌산 정상에 이른다.

이번 산행은 희미한 길을 짚어간 다음에 지루한 임도에 이어 긴 능선길로 마무리한다. 마병산은 500m대 초반으로 별로 높지는 않지만 길이 묵어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고헌산에서 능선이 이어지니 영남알프스 산군의 막내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영남알프스 둘레길이 차리마을에서 마병산과 고헌산 사이를 지나 선필마을로 이어진다. 마병산이라는 이름은 한자에서 보듯 김유신 장군이 병사들을 훈련했던 곳이 인근에 있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두 산 이어걷기… 16㎞ 만만찮은 거리

마병산 정상에 선 근교산 취재팀이 고헌산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고헌산에서 남쪽으로 능선이 뻗어나간다. 왼쪽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천황산.



마병산 산행 들머리는 35번 국도가 지나는 울주군 두동면 서하리 대정마을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부터 산행은 대정마을 배수지~무덤 2기~밤나무밭 능선~마병산 정상~안부 오거리~임도 삼거리~백운산 갈림길~소호고개~산불감시초소(1034m)~고헌산 정상석(1033m)~산불감시초소~능선 갈림길~철쭉 군락지~구룡사(옛 영복암)~다개마을회관 순이다. 총거리는 16㎞로 만만찮고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30분~7시간, 휴식과 식사를 포함하면 8시간~8시간30분 걸린다. 산행거리가 길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짧은 겨울 해를 고려해 일찍 산행에 나서야 한다. 또 500m대 마병산을 오른 뒤 내려갔다가 다시 1000m대 고헌산으로 오르는 만큼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한다.

대정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북서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마병산 자락이다. 능선에 붙으려면 논 사이로 난 길과 마을 길을 20여 분 걸어야 한다. 마병산을 바라보고 왼쪽에 방음벽이 설치된 콘크리트 길을 따라 200m쯤 가다가 오른쪽 서하대정1길로 꺾는다. 여기서 정면으로 300m쯤 가면 석축을 쌓은 집이다. 길은 이 집 왼쪽으로 이어지다가 50m쯤 가 서하대정길 45번지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선다. 다시 50m가량 가서 나오는 갈림길에서 방말길 표지판을 따라 왼쪽 길로 올라간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100m쯤 가면 녹색 철망을 둘러친 대정마을 상수도 배수지가 있다. 오른쪽에 산으로 오르는 흙길이 있지만 지나쳐 계속 간다. 다시 50m가량 가면 잘 단장한 무덤 2기가 나온다. 산길은 여기서 계단을 올라 무덤 왼쪽으로 열린다.

희미한 길을 30m가량 오르면 뚜렷한 길과 만난다. 왼쪽 오르막을 따르면 길은 한동안 산죽 사이로 올라간다. 바닥엔 인적이 드문 듯 낙엽이 두툼하게 깔렸다. 50m를 오르면 다시 잘 꾸민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는 길이 사라진 듯 보인다. 산죽을 뚫고 무덤 뒤 오른쪽으로 오르면 공터가 나오고 길은 희미하게 위로 이어진다. 무성한 산죽을 뚫고 2~3분 오르면 소나무숲이다. 길은 위쪽 능선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푹신한 솔잎을 밟으며 2~3분 오르면 경사가 평탄해지며 밤나무밭이다. 길이 희미하지만 능선을 따라 걷는다는 기분으로 계속 진행하면 된다. 10여 분 가면 소나무숲 사이 오르막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비교적 길이 뚜렷해진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숲 사이 희미한 길

대정마을에서 마병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의 평탄한 밤나무밭을 지나고 있다.



묵은 길이라 낙엽이 두껍게 덮여 있지만 길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10여 분 뒤 무덤을 지나 20여 분을 더 오르면 다시 봉분이 큰 무덤이 나타난다. 차츰 전망이 트이지만 약간은 지루하고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여기서 관목 숲을 따라 10분가량 오르면 마병산 정상이다. 정상엔 철망으로 둘러친 산불 감시 카메라 탑이 있고 철망에는 '마병산 510M'라고 적힌 자그만 팻말이 걸려 있다. 정상에 서면 500m대의 낮은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동서남북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정면 진행 방향으로 고헌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백운산이 눈앞이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천황산과 간월산에서 신불산을 거쳐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산군이 보인다. 영축산 왼쪽으로 천성산, 정족산, 대운산이 이어진다. 멀리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경주와 울산의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삼각형 모양이 뚜렷한 치술령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는 마석산, 금오산 등이 늘어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연화산, 문수산, 남암산 등이 대운산 방향으로 이어진다.

고헌산을 바라보고 10시 방향으로 아래쪽 차리마을을 바라보면 들판 가운데 600년 된 은행나무가 또렷하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백운산 아래의 선필마을엔 예전 빨치산의 활동 기록과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정상에서 산길은 고헌산을 바라보고 약간 왼쪽으로 내려선다. 50m가량 관목 사이로 내려가면 소나무숲으로 이어진다. 푹신하면서도 편안한 길이다. 10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서 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르지 않고 정면의 능선으로 올라선다. 리본 몇 개가 붙은 초입을 지나면 어디가 길인가 싶을 정도로 길이 희미해진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능선 중앙을 따라가면 희미한 길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임도에서 15분 정도 가서 야트막한 봉우리를 지나면 내리막이다. 능선이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콘크리트로 포장한 오거리 갈림길과 만난다. 근교산팀이 답사한 영남알프스 둘레길이 지나는 곳이다. 왼쪽은 차리마을, 오른쪽은 선필마을이다. 정면의 상북소호 방향 임도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소호고개까지는 1시간 정도 지루한 콘크리트 오르막길이다. 갈림길에서 10여 분 오르면 소호령 임도 준공비가 생뚱맞게 서 있다. 15분 뒤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산허리를 돌아 차리저수지 방향으로 향한다. 계속 오른다. 지겹도록 오르막길을 가다 보면 30분 뒤 콘크리트길에서 오른쪽으로 두 갈래 흙길이 나온다. 그 가운데 오른쪽 넓은 길은 백운산으로, 왼쪽의 좁은 길은 소호마을 가는 길이다. 여기서 5분 뒤면 오르막 임도는 끝난다.

■고헌산까지 지루한 임도 '인내심 테스트'

고헌산 정상 돌탑. 정상 일대 능선에는 얼마 전 내린 눈이 채 녹지 않고 남아 있다.



오르막 끝에서 시작한 흙길을 따르다 5분 뒤에 나타나는 갈림길이 소호고개다. 표지판엔 오른쪽 소호리 3.0㎞, 왼쪽 고헌산 정상 2.0㎞다. 여기서 고헌산 정상까지는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방화선을 따라 1시간가량을 올라야 한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아래 방향의 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잠시 정상까지 다녀온다. 하산길 초반엔 길이 뚜렷하다. 10분 남짓 내려가면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직진한다. 오른쪽 길은 고헌사 방향이다. 6~7분 능선을 가다가 바위가 살짝 솟은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직진하면 산전리로 이어진다.

처음엔 능선 아래로 따라가는 듯하다가 이내 왼쪽으로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된다. 곧 무성한 철쭉 군락지가 나타난다. 산길 따라 300m가량 계속된다. 여기부터는 능선을 따라 다소 단조로운 내리막이 계속된다. 1시간가량 내려가면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 맞은편으로 계속 내려간다. 7~8분 더 향하면 구룡사(옛 영복암)가 나타나고 여기서부터는 포장로를 따라 15분이면 날머리인 다개마을회관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 상처입은 산… 뒤늦은 방화선 복원공사



이번 답사길은 새로운 길을 올라간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연이은 임도를 따라 망가진 산의 모습을 보는 쓰라림도 있다. 차리-선필마을 갈림길에서 소호상북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한적한 숲길이다. 이런 길을 '매끈하게' 콘크리트로 포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소호령 임도 준공비를 보면 준공 일자가 1981년 9월 22일로 나오니 임도가 개설된 것은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이 길을 이어가면 고헌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무자비하게 상처 난 산을 만난다. 오프로드 차량이나 산악오토바이가 방화선을 따라 거의 고헌산 정상부까지 올라다니곤 했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에 '고헌산 임도'를 검색해 보면 동호회에서 올린 동영상이나 체험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이 방화선은 풀 한 포기 보기 어려운 곳이 됐다. 뒤늦게 입구를 차단하고 복원공사에 들어갔지만 낙동정맥의 주요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고헌산의상처는 쉽게 치료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통편

- 언양 가서 봉계 방면 시내버스로 이동

마병산 산행을 위해서는 일단 언양까지 가야 한다.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언양 가는 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언양터미널에 내린 뒤에는 후문 쪽으로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봉계·내와 방면으로 가는 308번 버스를 타고 대정마을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터미널에서 대정마을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날머리인 다개마을에서는 313번 버스가 언양터미널까지 운행하지만 운행 편수가 많지 않다. 택시를 불러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한마음콜택시 080-263-6000). 언양터미널까지는 8000원 안팎이다. 언양에서는 부산 가는 버스가 밤 9시까지 있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울산IC에서 내려 35번 국도를 따라 언양 방향으로 간다. 언양을 지나쳐 계속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국도변 대정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