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어디 갔어? 옛날 서울식 불고기!
인천 남구 학익동 '우사미 인천'
불고기는 열원과 익히는 방법에 따라 크게 보면 두 종류다. 숯불에 구우면서 숯의 화기가 직접 고기에 닿도록 익히는 불고기가 있고, 마치 전골처럼 그릇에 고기와 함께 국물을 부어 화기가 고기에 직접 닿지 않고 용기를 가열시켜 익히는 불고기가 있다. 전자는 보통 직화구이라고 하며, 설야멱 같은 우리나라 전통 불고기 조리 방식을 충실하게 잇고 있다. 후자는 1960년대 이후 처음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불고기의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펴졌기 때문에 서울식불고기 또는 서울불고기로 불렸다.
6·70년대 최고급 외식 메뉴였던 서울불고기, 지금은 존재감 가물가물
사실 서울불고기는 역사나 전통과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 선조들은 국물이 들어간 불고기를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고기에서 단맛을 즐겼던 역사가 우리에겐 없다. 전골이 아니면서 고기를 국물과 함께 그것도 달달한 고기를 먹는 방식은 아무래도 일본 스키야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는 없다. 음식도 문화의 일부이고 문화라는 것은 전파와 상호 영향수수를 그 특성으로 한다. 잘 받아들여 우리 방식으로 꽃을 피워내면 그만이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60년대 들어 일본식 스키야키의 영향을 받은 단맛의 국물 불고기가 서울과 부산의 최상류층 고급 음식으로 출현했다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활발하게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제 강점기에도 스키야키는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인들만의 음식이었다. 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상류층에서 차하류 계층으로 점차 확산되고 명동의 한식당에서 이 음식을 정식 메뉴로 팔면서 서울불고기는 불고기의 본류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와 함께 달달한 왜간장 감칠맛이 돌면서 따끈한 국물이 입 안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서울불고기는 차츰 밀려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기 소비량이 늘자, 양념고기보다 등심이나 갈비 등 고기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고급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업소 입장에서도 돈이 되는 생고기 구이에 더 집중하게 되다보니 어느새 서울불고기는 고깃집의 서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단맛은 줄이고 등심으로 연한 맛 살려 푸짐하게 내놓아
서울불고기는 생고기가 아니다. 생고기에게 생고기의 길이 있듯 서울불고기에도 자신만의 길이 있다. 고기 본연의 맛과 육질보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양념 맛의 고기와 채소에서 우러난 국물을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부담 없이 먹기엔 이만한 음식도 드물다.
인천 학익동의 '우사미 인천'은 한식 전문가 유민수 셰프의 도움을 받아 옛날서울불고기(300g, 1만5000원)라는 이름으로 예전 고급 외식 메뉴였던 서울불고기의 맛과 풍미를 재현해냈다. 전형적인 서울불고기 양념인 진간장, 마늘, 파 등으로 맛을 냈지만 설탕을 적게 넣어 단맛은 줄였다. 고기는 등심 등 고급부위를 사용하고 육절기에서 아주 얇게 저며 씹을 때 무척 부드럽다. 그래서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이 아주 좋아한다.
육수를 불판 가장자리에 붓고 방금 양념장에 잰 고기를 가운데 올린다. 고기가 워낙 얇아 마치 다짐육처럼 곱고 연하다. 이 고기를 불판 표면에 마치 바르듯이 덮는다. 마지막으로 새송이 버섯과 당면, 파채 등 채소류를 육수에 넣고 끓인다. 잘 익은 고기를 칠리소스에 찍어 상추에 얹어서 싸먹으면 색다른 맛이 난다. 부담스럽게 달지 않으면서 혀에 감기는 파채의 감촉도 좋다. 가끔씩 씹히는 떡심은 불고기감이 등심임을 일깨워준다.
양이 워낙 푸짐해 세 명이 3인분을 시키면 좀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사람 수보다 적게 주문한다고 주인 눈치 볼 필요 없다. 주인장 윤씨는 굳이 인원수만큼 주문하지 않아도 되니, 많다 싶으면 세 명이 2인분만 시킬 것을 오히려 손님에게 먼저 일러놓는다.
예전 서울불고기는 가볍고 얇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불판을 주로 사용했다. 불을 끄면 금방 식어버리고 국물이 고이는 부분이 너무 얕아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 아쉬워하곤 했다. 이 집은 구리 합금으로 만든 서울불고기 전용 불판을 쓴다. 가장자리 육수와 채소 넣는 부분이 깊고 넓어 고기뿐만 아니라 국물과 채소를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다 익은 후 불을 꺼도 보온이 오래 유지된다.
담백하고 구수한 소고기보신전골, 단체 회식용으로 알맞아
소고기보신전골(3인기준, 2만8000원)은 음식의 겉모양은 물론이고 재료나 맛이 보신탕과 아주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개가 아닌 소고기를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고기의 육질도 얼핏 보신탕과 닮았지만 분명 소고기 사태살이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인근 관공서나 회사에서 팀장들이 팀원들에게 회식시켜줄 때 가장 선호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대파, 깻잎, 팽이버섯이 푸짐하게 들어가 고기와 함께 들깨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마치 보신탕의 수육을 먹는 느낌이 든다. 된장에 사태육수와 얼갈이 육수, 들깨 가루 등 여러 가지 재료로 깊은 맛을 낸 국물도 묵직한 구수함이 넘친다. 소고기보신전골에 덧걸이로 내온 낙지초무침은 새콤한 맛과 쫄깃하게 씹는 즐거움을 준다.
주인장 윤영진 사장이 고객 자리를 돌면서 불편한 점이나 더 필요한 찬류를 묻는다. 이때 반드시 이 집에서 준비한 튀김 세트를 고객이 원하는 지를 빼놓지 않고 함께 물어본다. 고구마와 깻잎, 소고기 튀김세트는 푸짐하고 고소해 여성고객과 어린이가 아주 반색한다. 물론 공짜다. 손 큰 주인장의 인심이 반영된 서비스 메뉴다.
인천지방법원과 인천지방검찰청, 그리고 신동아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이 집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주간에는 관공서와 일반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심야에는 주변 라이브카페 고객이나 심야택시 운전기사들이 식사와 휴식공간으로 애용한다. 널찍하고 깔끔한 실내공간에서 주인 눈치 보지 않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어 단체 회식에 제격이다.
032-861-3392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 오솔길 자료실 ♥ > 여행,산행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산] <346> 제주 한라산 (0) | 2012.03.15 |
---|---|
[산&산] <345> 영천 운주산 (0) | 2012.03.15 |
폐염전(3.3 ㎢ · 100만평) 뒤덮은 거대한 갈대밭… 보는 사람마다 탄성 절로 (0) | 2012.03.08 |
쫄깃쫄깃 도다리·오돌오돌 간재미… 겨우내 기다렸다, 이 맛 (0) | 2012.03.08 |
이국적인 외관… 숨겨진 정원… 70년대풍 소품… 여기가 진짜 '홍대 카페' (0) | 201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