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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먹어야 귀족'…그녀들 한번 맛보자 난리?

호젓한오솔길 2012. 4. 10. 08:28

 

'이거 먹어야 귀족'…그녀들 한번 맛보자 난리?

 

 

병당 2~3만원을 호가하는 데도 '매진' 행렬인 딘앤델루카 소금/신세계백화점 제공

 

‘싱글족’ 직장인인 김정인(33·가명)씨는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진정한 ‘명품족’은 ‘집 밥족’이라는 얘기였다. 이야기인즉슨, 최근 물가가 치솟으면서 ‘집에서 제대로 밥 한 끼 해 먹는 것이 진정한 사치’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일일이 챙겨 먹느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거나 배달 도시락을 시켜먹는 것이 ‘오히려 싸게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보광훼미리마트·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 4곳이 지난해 판매한 도시락은 총 2930억여 원이나 됐다. 3000원 미만 도시락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GS25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7% 신장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 ‘집밥 먹는 것’이 하나의 ‘명품 소비’라는 신(新) 유행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랑 ‘명품계’ 만들어서 샤넬 가방 사는 게 유행이었는데, 최근엔 친구들끼리 ‘먹자계’를 들어서 최고급식재료만 찾아다니거나, 그 음식재료를 이용해 홈 파티(home party)를 여는 게 유행”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날=외식’이 아니라 ‘특별한 날=집밥’이라는 것이다.

신세계 딘앤델루카 발사믹 오일

최근 국·내외에선 특별한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이들을 가리켜 ‘미식가 쇼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난인 ‘미식가 쇼퍼(gourmet shopper)’에서 착안한 말로, 식품의 주산지를 찾아 신선도 높은 제품을 구매하거나,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장인 정신이 깃든 제품을 구매하는 부류를 뜻한다. 특히 1~2인 가구 비중이 크게 늘면서 ‘기왕이면’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식재료 판매상들의 매출은 늘고 있다. 실제 신세계 백화점의 해외 유명 식재료 전문 매장인 ‘딘앤 델루카’의 경우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나 화이트데이같이 기념일 날 매출이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딘앤델루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병당 4만3000원으로 일반 올리브오일에 비해 2~3배가량 비싸지만, 강남점에서 월 200병 이상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뉴욕의 유명 브런치카페 ‘사라베스’에서 생산한 ‘사라베스 잼’ 역시 미식가들의 선택을 받는 인기 상품인데, 특히 ‘사라베스 블러드 오렌지 마멀레이드(3만4500원)’는 특히 20~30대 여성 중에는 한 번에 5~10개씩 구매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가 많다. 캘리포니아 블러드 오렌지로 만들어 진한 오렌지 향이 특징으로 손으로 수확한 과일을 사용해 한 번에 소량씩만 생산하며, 펙틴을 사용하지 않고 느린 조리 방식으로 졸여 오랫동안 수제 잼의 깊은맛을 느낄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울산 우갑포 질무섬에서만 채취되는 자연산 돌미역, 삼천포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홍합 등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명품식재료로, 판매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동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산 혹은 비싼 제품만 인기를 끄는 것도 아니다. 지역 특산물로 이름이 높거나 유명 먹을거리를 파는 전통 시장 상품도 이들 ‘미식가 쇼퍼’의 필수 쇼핑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30~40년 가게를 열며 단골을 통해 신뢰를 쌓은 판매상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 또 최근엔 재래시장 현대화에 맞게 전국으로 택배 배송도 가능한 곳이 있어 이곳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반건조 생선을 주로 판매하는 강원도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 ‘오미자 속초웰빙반건조’ 가게는 개인 고객들뿐 아니라 각지의 관공서나 기업에서 걸려오는 택배 주문전화가 하루에 많을 때는 100여통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에서 과일 가게만 40년을 운영한 한 주인도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 맛있는 과일을 골라오는 노하우를 손님들이 믿어주기 때문에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