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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49> 거제 산방산

호젓한오솔길 2012. 4. 17. 20:24

 

[산&산] <349> 거제 산방산
흐드러진 진달래 생강꽃… 푸른 바다엔 작은 섬들 풍덩풍덩
박진국 기자

 

 

 

봄철 산행 코스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의 산방산(山芳山·507.2m)만한 곳이 있을까? 우선 눈이 즐겁다. 계곡과 능선을 가리지 않고 자생하는 진달래와 생강꽃이 곳곳에 만개하기 시작해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그래서 산 이름도 '뫼 산(山)' 자와 '꽃다울 방(芳)' 자를 썼나 보다. 육산과 암릉이 엇갈리는 등산길도 지겨울 틈이 없다. 푸슬푸슬한 흙길을 밟다 보면 어느새 억센 바위를 기어오르다시피 타야 한다. 특히 정상부의 3개 암봉은 로프를 이용하지 않으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수직으로 섰다. 산방산 자락이 품어 키운 청마 유치환 시인의 문학세계를 둘러보는 기회는 덤이다.

이번 산행 코스는 청마기념관~청마 묘소~청마묘 앞 갈림길~215봉~임도 사거리~252봉~부처굴 삼거리~산방산 정상~부처굴 삼거리~부처굴~전망바위~보현사 입구~산방산비원~청마기념관 순으로 짰다. 총거리 8.5㎞로 길지는 않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암릉 구간이 적지 않아 4시간 30분 정도 잡아야 한다.


출발점에 청마기념관과 생가

육산과 암릉 교차하는 산행길

거제 명산·다도해 조망 가득


출발점은 청마기념관이다. 이 기념관은 일생 동안 '생의 의지'를 노래했던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4월 개관했다. 본격 등산에 앞서 시인의 정신세계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기념관 옆에 자리 잡은 청마 생가도 아담하다.

청마기념관에서 올려다본 산방산은 삐죽삐죽 닭 볏처럼 솟은 정상부 암릉을 중심으로 좌우로 팔을 벌려 방하리를 알을 품듯 감싸고 있다. 옛 말에 큰 인물은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던가? 청마 유치환과 그의 형 극작가 유치진은 산방산의 포근한 산세에 싸여 자랐음에 틀림없다.

청마기념관을 둘러본 후 주차장 앞 수령 350년 된 팽나무 앞에서 '청마 묘소 1.2㎞'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벌판길로 전진한다. 200m쯤 가다가 표지판이 가리키는 왼쪽으로 꺾어 산 밑자락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살짝 길을 튼다. 왼쪽에 개울이 있는데 다리를 건너 오르막 임도를 타고 오른다. 이 길이 일명 '청마(靑馬)의 길'이다. 10분쯤 가면 건너편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능선 마루에 닿는다. 청마 묘소다. '깃발', '행복', '바위' 등 청마의 대표작들을 새긴 시비와 시인의 흉상이 서 있다.

시인은 생전에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고향 산등성이에 묻힐 수 있을 것이라며 행복해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후에 고향에 묻히지 못했다. 부산에 묻혔다가 양산으로 이장된 후 1990년 초에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시비 광장을 잠시 둘러보고 묘소에 참배한 뒤 50m쯤 되돌아 내려가면 오른쪽에 산으로 접어드는 오르막 산길이 나온다. 길이 희미해 자칫 놓치기 쉬우니 안내 리본을 잘 봐야 한다. 능선을 따라 진주 유 씨 묘를 거쳐 오르막을 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20여 분을 더 오르면 키 작은 배롱나무 여러 그루가 선 무덤을 지나게 된다.

그러기를 10여 분. 215봉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정면 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 정상부가 보인다. 잠시 휴식 후 왼쪽으로 길을 잡아 나간다.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면 곧 임도 사거리다. 왼쪽 방하마을과 오른쪽 상죽전마을을 연결하는 길이다.

정상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한다. 이때부터 오르막 산길은 점차 좁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꾼들에게 다져진 길은 뚜렷하다. 한동안 산길을 걷노라니 얼마 전까지 들리지 않던 염불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온다. 왼쪽 아래 계곡에 파묻힌 듯 자리 잡은 보현사에서 나오는 소리다. 지친 발걸음을 염불 소리에 맞추니 피로가 가시는 듯하다.

10분가량 더 오르막을 치고 올라 깎아지른 절벽을 왼쪽으로 우회해 252봉 정상 직전 바위전망대에 선다. 왼쪽 발아래 상죽전마을, 오른쪽 아래로는 방하리가 보인다. 고개를 들면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경계가 허물어진다. 그 사이에 소록도와 한산도 등 여러 섬들이 점점이 바다에 잠겨 있다. 남해를 다도해라고 부르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된다.



252봉을 넘어 편평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5분 뒤 또 다른 전망바위를 만난다. 발아래 보현사, 정면의 산방산 정상부 암봉들과 절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공룡 능선으로 부르기에는 빈약하지만,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다. 안부 갈림길에서는 직진, 정상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전주 이 씨 묘를 지나 가파른 길을 10분쯤 오르면 숨을 고를 만한 전망바위에 닿는다. 왼쪽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빼어난 풍광이 매력적이다.

20분 후 양쪽 바위 사이 갈림길이 나온다. 일단 왼쪽 길을 택해 바위에 서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절경이 펼쳐진다. 이곳이 암릉길의 시작점이다. 곧바로 6~7m 길이의 로프를 잡고 암벽을 타고 오른 뒤 계속되는 암릉을 넘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망이 탁월해 일일이 열거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두 번째 로프구간을 통과한 후 오른쪽으로 꺾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통과하면 우뚝한 바위 암봉이 막아선다. 아래쪽에서 보면 마치 이곳이 산방산 정상인 줄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서봉'으로 불리는 곳이다. 서봉과 북쪽의 정상 사이에 또 다른 암봉인 493봉이 있다. 이들 3개 봉우리 때문에 산방산은 '삼봉산(三峰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봉을 지나 정면의 수직 바위를 올랐다. 갑자기 길이 끊기면서 낭떠러지가 훅 다가선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벼랑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 다시 내려왔다. 왼쪽 내리막으로 우회한다. 40m가량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면 부처굴 삼거리에 닿는다.



부처굴 삼거리에서 다시 20m쯤 오르면 이정표다. 왼쪽으로 0.1㎞만 가면 정상이다. 이정표에서 20m만 가면 '오색토(五色土)'라는 특이한 안내판이 있다. 수억 년간 쌓인 황사로 인해 흙색이 푸르고 희고 검고 누렇고 붉은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다는 곳이다.

오색토를 지나면 곧바로 정상이다. 산방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거칠 것이 없다. 계룡산 선자산 북병산 앵산 등 거제의 명산들은 물론, 통영 미륵산과 벽방산, 고성 거류산 구절산 등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푸른 바다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은 섬들이 풍덩풍덩 빠져 있다. 겨우 500m 남짓한 봉우리지만 사위 전망은 2,000m급 못지않다.

정상에서 30분가량 머문 뒤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은 오색토와 부처굴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보현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내리막을 15분가량 타면 오른쪽에 작은 석굴암 형태의 부처굴이 있다. 본존석조좌불과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등 3기의 불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최근 설치한 작은 불상 3기가 있다.

부처굴에서 30분가량 곧장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보현사 입구 갈림길이다. 왼쪽이 보현사, 오른쪽은 그 유명한 산방산비원이다. 보현사 방문은 다음 산행으로 미루고 바로 하산, 산방산비원에 잠시 들러 봄기운을 만끽했다. 개나리, 동백, 진달래가 만발한 비원은 입장료 8천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여기서 출발지인 청마기념관까지는 도로를 따라 15분가량 걸어야 한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거제 산방산 고도표
▲ 거제 산방산 구글 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