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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깍두기, 왜 맛이 없나?

호젓한오솔길 2012. 6. 11. 08:16

 

여름철 깍두기, 왜 맛이 없나?

 

 

 

지방에서 큰 곰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 대표는 여름을 앞둔 이맘때면 걱정이 앞선다. 깍두기 때문이다. 곰탕에서 빠질 수 없는 깍두기 맛이 문제. “여름철 깍두기는 이상하게 맛이 안 납니다.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담가도 맛이 없어요.” 남다른 비법으로 매장에서 담그지만 유독 여름철 깍두기는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 여름에도 깍두기를 담갔다가 금시 무르고 맛이 없어 그 많은 양을 버리다시피 했다. 돈은 물론이고 수고가 허사가 된 셈이다. 탕 전문식당 주인이라면 여름철 깍두기 맛에 대한 걱정은 한번쯤 하게 마련이다. 여름철 깍두기, 왜 맛이 없을까?

깍두기, 탕 전문 식당 경쟁력의 필수요소!

맑고 개운한 곰탕, 뽀얀 국물의 설렁탕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깍두기가 그것. 한입 크기의 육면체로 썰어 담근 빨간 무김치는 시원, 깔끔하고 사각사각한 식감이 일품이다. 국물을 그냥 퍼먹기도, 뜨거운 탕에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탕은 별맛 없어도 깍두기 맛에 그 집을 찾는 사람도 있다. 이제 깍두기는 탕 전문 식당 경쟁력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칼국수 집엔 겉절이가 있다면 탕 집에는 단연 깍두기다.

평소 맛 좋던 깍두기가 여름철에만 담그면 유독 맛이 없다. 김치를 담가서 5일~1주일만 지나도 투명해지고 조직이 물러진다. 아삭함은 물론 시원한 맛도 다 빠져버린다. 깍두기 본연의 구실을 잃게 되는 것이다. 식당에서 깍두기를 담갔을 때 1주일을 넘기게 되면 물러져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무 수분 적고 맹탕, 맵다 못해 쓴 맛나

여름철 깍두기가 맛없는 제일 큰 이유는 원재료인 무에 있다. 무는 땅속 기운을 받아가며 실하게 영글어가는 뿌리채소다. 깍두기용으로는 밑이 둥글게 퍼지고 단단한 재래종을 쓰는데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단맛이 특징이다. 하지만 여름철 무는 수분이 많고 아무런 맛이 없는 맹탕이다. 강한 햇빛에 노출될수록 매워진다. 맵다 못해 쓴맛이 나는 것도 있다. 수분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무 껍질이 질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4월 말~6월 초에 생산된 무는 잘 쓰지 않는다. 현재 생산되는 무 대부분은 깍두기용으로 쓸 수가 없다. 맛이 제대로 드는 초가을이나 적어도 여름 말미에 전라도 지방에 가야 쓸 만한 무를 찾을 수 있다.

반면 겨울 무는 싱싱하고 맛이 좋다. 과일이 귀하던 시절에는 무를 과일처럼 깎아 먹었을 정도다. 그냥 먹어도 달고 시원하다. 게다가 소화효소가 많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은 완벽한 식품으로 통해 예부터 겨울인삼이라는 뜻의 ‘동삼(冬蔘)’이라고 불렀다.

싱싱하고 맛좋은 겨울 무 저장했다 깍두기 담가

여름철에도 맛있는 깍두기를 내는 곳은 겨울 무를 저장해 뒀다가 쓰는 경우가 많다. 품질이 좋은 겨울 무를 저장했다가 봄, 여름까지 쓰는 것이다. 무를 보관할 때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얼지 않을 정도인 0℃ 정도의 온도와 상대습도 90~95%의 높은 습도가 유지되는 상태여야 오랜 보관이 가능하다. 수분이 쉽게 증발하는 특성이 있어 종이 등으로 싸서 보관해야 한다.

물론 일반 가정집이나 식당에서는 무를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 관리 조건도 까다롭고 저장할만한 공간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무를 엄선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충격에 주의, 가급적 기계 쓰지 말고 수작업 하라

여름철 무로 깍두기를 담글 때는 충격에 주의해야 한다. 가능하면 자연 상태에서 칼로 깎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월동 무는 단단하기 때문에 충격을 덜 받지만 강도가 낮은 여름철 무는 작은 충격에도 멍이 들고 물러지기 쉽다. 특히 공장 등에서 자동박피기, 절단기 등을 사용하면 무 상태에 치명적이다. 무끼리 부딪히는 것은 물론 칼날이 닿은 절단면이 쉽게 물러지는 것이다.

절임과도 큰 연관이 있다. 식당에서 깍두기를 담그면 품질 편차가 심하게 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절임 때문이다. 여름철 무로 담그면 상황은 더 좋지 않게 된다. 깍두기는 배추김치 등 다른 김치에 비해 만들기는 쉬우나 절임 과정에서만큼은 세심함을 요한다. 담글 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김치 공장에서는 당도계, 염도계, 초시계 등을 사용해서 깍두기를 담근다. 그만큼 전문성을 요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 높은 염도에서 단 시간 절이는 것보다 낮은 염도에서 장시간 절이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센 농도에서 절이면 천연소화제라고 불리는 무의 성분이 빠지고 아삭거리는 식감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금은 천일염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절이기 전, 예냉 등을 통해 무의 온도 관리와 품온 유지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Tip_무의 성분 ‘수분 94%, 껍질에는 비타민 C 많고 소화 효소 함유’
무의 94%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수분이다. 단백질과 지질의 함량은 낮고 무기질이 많다. 특히 비타민 C의 함량이 높은 편인데 껍질 부분에 많이 포함돼 있다. 속보다 2배나 많은 양이다. 그러므로 조리 시 껍질을 과도하게 제거하지 않는 게 비타민 C 섭취에 도움이 된다. 무의 단맛은 포도당과 설탕이 포함돼 있어서다. 특히 무에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diastase), 글리코시다아제(glycosidase) 등이 들어있어 소화를 돕는다. 무의 매운 맛 성분은 살균, 항균, 항암 효과가 있어 생선회나 구이에 무즙을 곁들이기도 한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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