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지어주는 집은 평범해서 싫다. 남과 똑같이 생긴 집도 짜증난다.
머릿속에 그려온 집을 직접 짓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 전국흙집짓기 운동본부에서 집짓기 강좌를 수료한 후 두레를 형성해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장선, 최상봉, 양왕모, 김현민, 심진섭, 유병노, 이시화, 정지양, 왕성한, 유연철씨. /전국흙집짓기 운동본부 제공
지난 29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회현리의 한 농가주택터에 모인 이들은 흙집의 지붕올리기를 하던 참이었다.
전날과 전전날 종도리와 도리를 올려서 자리를 잡은 터라 서까래를 얹고 서까래를 종도리와 도리에 끼워 맞추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한 사람이 깎으면 한 사람은 이를 편편하게 다듬었고 또 다른 사람이 이를 같은 길이로 맞춰 재단하면 그 곁에 있던 사람이 이를 옮겨서 지붕위에 올라가 자리잡고 있는 사람에게 전달했다.
지붕위 사람이 써가래를 도리에 맞춰 잡으면 드릴을 갖고있는 사람이 깊은 나사못으로 이를 연결했다.
모두 7명이 팀웍을 이뤄 이어나가는 이 일은 막힘이 없었다.
집짓기가 이렇게 쉬운건가?
총감독 양왕모(50)씨는 대략 열흘후면 번듯한 집이 완성될 것이라며 그때 와서 구경하라고 했다.
이날 양총감독의 지휘를 받아 각기 달리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게 숙련성을 보인 사람들은 유병노(60·공무원퇴직), 심진섭(59·회사원퇴직), 정지양(60·IT업계종사), 김현민(39·IT업계종사), 왕성환(44·자영업), 유연철(63·자영업), 최상봉(53·자동차딜러) 등 7명.
- 지붕을 얹기 전에 서싸래를 잇고 있는 작업 광경. /전국흙집짓기 운동본부 제공
이들은 대략 25평 안팎의 흙집은 20일에서 30일이면 지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도 고향도 출신학교도 다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가 마련한 집짓기 강좌 수료자라는 것. 7박8일의 과정을 같이 이수하면서 설계하기, 집터 잡기, 기둥 세우기, 지붕 얹기, 벽 쌓기, 전기 배선하기, 상하수도 놓기, 구들 깔기를 배웠다.
커리큐럼에는 실제로 5~6평짜리 집 짓는 현장실습도 짜여져있다.
이들이 짓는 집은 일반인들에게는 황토집으로 잘 알려진 흙집. 그냥 맨흙은 집을 짓기에 찰기가 떨어져 황토를 많이 쓰지만, 황토만을 골라 쓰지않는다는 점에서 황토집과 차별화된다.
즐겨짓는 집의 유형은 대략 땅을 30~40센티미터 가량 파고 시멘트로 단단한 기초를 만든 다음, 벽돌로 1미터 가량 높이의 담을 쳐올린 후 주춧돌을 올리고 4개의 기둥을 세우는 전통한옥과 비슷하다.
그런 다음, 종도리와 도리를 얹어 지붕의 골격을 만들고 그 곁에 서까래를 끼워맞춰 온전한 집의 뼈대를 만든다.
동서남북 사면의 벽은 흙으로만 짓는다. 흙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렇게 지어야만 각종 유해한 공해물질이나 전자파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수료자들은 수료와 동시에 두레(공동노동협동체)에 가입돼 동기내지 선후배간의 노동력이 쉽게 교환된다.
- 이시화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 이사장. /전국흙집짓기 운동본부 제공
"네가 집을 지을 때 내가 도왔으니 내가 집을 지을 때는 네가 와서 도와줘야해"라는 묵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대략 6~8명이 한팀을 이뤄 이렇게 노동력을 모으고 교환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현재 흙집짓기를 위해 열심히 부지를 보러 다니고 있다는 점도 공통이었다.
이 현장은 이들보다 1기수 위인 선배가 소개한 곳. 선배친구의 집이 될 곳이었다.
신장선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이런 식으로 아예 양평군 용문산 기슭에 펜션단지를 만들고 있다.
이따금씩 건축현장에 들러 졸업생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이시화 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 회장(57)은 “흙집 짓기는 당초 명상하기위한 공간을 짓기위해 시작한 일인데, 최근들어서는 흙집짓기활동에 더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어 본말이 전도된 기분”이라고 했다.
이회장은 지난 98년 한참 잘 나가던 출판업이 환율급등으로 빚더미에 오르자 서울에 있던 근거를 정리해 경기도 양평군으로 옮겨가 움집을 짓고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 다음 전국의 흙집 현장을 찾아다니며 집짓는 기술을 터득, 지난 2006년 충북에 ‘명상마을’을 건설해 이를 보급하고 있다.
이날 해가 서녁으로 뉘엿뉘엿 떨어질 땐 지붕 마감재까지 덧씌워졌다.
흙집짓기는 결코 어려운 중노동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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