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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산_ 연천 고대산, 큰고래등 오르면 펼쳐지는 철원의 파노라마

호젓한오솔길 2013. 1. 3. 21:27

1월의 산_ 연천 고대산

고대산 정상에서 철원 평야와 북쪽 산등성이들이 내려다보인다. 산 정상 헬기장의 파노라마 경치가 시원해 가슴에 불끈 힘이 솟는다.

 

경기도 연천 고대산은 요즘처럼 길이 얼어붙어 운전하기 부담스러운 때 가기 좋은 산이다. 경원선 신탄리역에서 산 입구가 가깝고 원점 회귀 산행이 가능해 대중교통으로 가기 안성맞춤이다. 그런 면에서 고대산 당일 산행은 작은 나들이다. 서울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동두천역에서 내려 경원선 열차로 갈아타고 가는 소박한 기차 여행이기도 하다. 반면 정상의 경치는 소박하지 않다. 정상에 서면 고대산(高臺山)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펼쳐지는 시원한 전망이 산행의 백미다. 고대산은 연천과 철원 사이에 솟은 832m 높이의 산으로 이곳에선 '큰고래'라 부르기도 하는데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설산(雪山) 정상에서 철원평야 전망 일품

고대산에서 바라본 금학산과 철원 평야. 설산(雪山)의 강한 기운이 힘있게 흘러내린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동두천역에 지하철이 닿자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뛰어간다. 경원선 열차 출발 5분 전. 지하철에서 열차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다. 경원선 열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뛰어오는 승객들을 기다렸다가 1분 늦게 출발한다. 시골 열차에서나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여유로움이다.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였다. 1914년 개통되었으니 100여년 역사의 유서 깊은 철길이다. 철마가 원산까지 달릴 수 없는 지금은 동두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통근열차가 운행한다.

북으로 갈수록 차창 밖은 온통 하얗다. 고대산은 경기도에서 등산객이 갈 수 있는 가장 북쪽의 산이니 수도권에서 가장 춥고 눈이 많은 설국(雪國)으로 가는 셈이다. 설국으로 들어서는 관문은 빨간 벽돌과 초록색 지붕이 예쁘장한 신탄리역이다.

기차 여행의 낭만보다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건 최전방의 찬 공기다. 찌릿한 전류가 몸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추위다.

야구장을 짓느라 어수선한 곳을 지나 제2등산로 입구다. 고대산에는 3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2코스로 올라 3코스로 내려서는 원점 회귀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빽빽한 신갈나무숲을 따라 산에 든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자 풀어진 근육들이 조금씩 팽팽해지며 자릴 잡기 시작한다. 센 오르막을 멈추지 않고 밀어붙여 올라서자 몸에서 열이 나며 추위가 가신다.

눈이 얼어붙어 까다로운 오르막이다. 아이젠을 차고 발톱이 빙판에 꽂히게 힘 있게 내디디며 성큼성큼 오른다. 설산(雪山) 산행 원칙은 겨울 산행 장비를 철저히 갖추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은 장비를 믿는 것이다. 아이젠을 믿어야 움츠러들지 않고 체중을 실어 디딜 수 있고, 그래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불규칙한 지형의 오르막을 수학문제 풀듯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을 내디디며 오른다. 무의식적으로 지형을 읽으며 오르는 사이 도시의 잡념은 사라진다. 한 시간가량 오르자 데크 전망대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고대산 정상과 대광봉, 철원평야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거친 숨결을 잠재우는 눈맛 시원한 경치다. 고대산 정상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선 것이 마치 흰긴수염고래 같다.

◇뱀 닮은 산줄기에서 힘 얻어

바위가 늘어나며 오름짓이 더 까다로워지지만 고정로프가 적재적소에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른다. 신갈나무는 어느덧 소나무로 바뀌었다. 뱀처럼 몸을 비튼 부드러운 몸 사위의 소나무가 곳곳에서 수묵화를 그려놓았다. 이름처럼 날이 선 칼바위에 닿자 땀값 하는 경치가 발밑으로 펼쳐진다. 좀처럼 쉽게 끝을 보여주지 않는 오르막에 몰두하자 대광봉 꼭대기다. 팔각정이 있어 쉬었다 가기 제격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큰고래 등에 오른다. 고대산 정상에는 이름처럼 큰 무대가 있다. 나무 데크로 넓은 헬기장을 만들어놓았다. 헬기장 끝에 정상 암릉과 표지석이 있어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압도적 경치에 놀란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모든 산이 고대산에 절하듯 발아래다. 너머로 북한 땅이 보인다. 동으로는 철원 금학산이 900m대 덩치를 자랑하며 고대산과 힘겨루기하듯 서 있다. 계사년(癸巳年) 뱀을 닮은 산줄기들이 사방으로 구불구불 빽빽이 이어져 있다. 압도적인 기운 충만한 설국의 꼭대기에서 크게 숨을 들이켜자 불끈 힘이 솟는 것만 같다.

하산은 북쪽 능선을 따라 3코스를 이용한다. 가파른 내리막에 아이젠 발톱을 의식적으로 힘주어 땅에 박는다. 급경사를 조심스레 내려서자 표범폭포다. 여름이었다면 표범 무늬 같은 바위 위로 물살이 거칠게 흘렀겠지만 지금은 하얀 빙벽이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계곡을 따라 내려서자 어느덧 설국의 흰긴수염고래가 저만치 물러나 있다.

 

 

여행 수첩

고대산 산행은 신탄리역을 기점으로 2코스로 정상에 올라 3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5.5㎞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역에서 산 입구까지는 1.3㎞에 20분 정도 걸린다. 신탄리역에서 나오자마자 우회전하여 찻길을 따라가다 다시 철길을 건넌다. 식당이 여럿 있는 길을 따라가면 고대산 대형 등산 안내도를 만나고 여기서 오른편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2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적재적소에 이정표와 안전시설물이 잘 설치되어 있어 길 찾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은 적다. 하지만 어느 코스로 올라도 오르막이 가파르고 2시간가량 올라가야 해 산행이 수월한 편은 아니다. 맑은 날이 이어진다고 해도 겨울철 산에는 늘 눈과 빙판이 있으므로 아이젠을 반드시 준비해야 하며 보온 옷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동두천역에서 매시 50분(06:50 ~22:50)에 신탄리행 열차가 운행한다. 본래 신탄리역이 경원선 종착역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백마고지역이 개통되며 종착역이 되었다. 요금은 1000원이며 46분 걸린다. 신탄리역에서는 동두천행 열차가 매시 정각(06:00~22:00) 운행한다.

전철을 타고 와 열차로 갈아탈 경우 계단을 올라와 플랫폼을 건너가야 하며 따로 표를 끊지 않고 열차를 타고나서 승무원에게 기찻삯을 줘도 된다. 승용차로 올 경우 동두천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경원선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