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싶은 우리에게 따스하게 다가온 말, ‘힐링’. 너무 바빠서 힐링할 시간도 없어 보이는 4인의 명사가 힐링이 필요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잘나가는 그녀들의 힐링 노하우와 힐링 플레이스가 궁금하다면 이 페이지를 주목할 것!
운동이 힐링이다 한의사 왕혜문
한의학에 ‘거어생신 (祛瘀生新)’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혈(瘀血)을 제거하고 새로운 피가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몸의 노폐물이 빠져야 새로운 게 생성이 됩니다. 적당히 빼고 적당히 채우는 게 바로 힐링입니다.
피트니스센터를 힐링 플레이스로 선택한 이유는요? 저는 스트레스를 하나의 먼지라고 생각해요. 이 먼지를 가라앉히는 데는 운동이 도움됩니다. 운동은 첫째 스트레스와 우리 몸의 안 좋은 것을 씻어내는 치유의 역할을 하고, 둘째 내 몸의 에너지를 끌어내서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예방의 역할을 해요. 많은 운동 중에서도 땀을 내는 운동이 먼지 배출에 좋아요. 공원, 에스테틱, 병원 등 힐링하기 위한 장소는 많지만,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힐링을 하는 데는 최상의 장소죠.
얼마 만에, 어떤 방법으로 운동을 하나요? ‘틈날 때마다 무조건 가는 식’으로 규칙을 정했어요. 귀찮아서 가기 싫어질까 봐 일부러 집 앞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고요. 퍼스널 트레이닝도 하고 요가도 합니다. 헬스, 요가,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이 있는데, 저는 균형 있게 운동하는 게 좋아요. 몸의 균형을 위해 모든 운동을 다 하는 편이에요.
살면서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무언가를 마무리하거나 정리하고 싶을 힐링이 필요합니다. 시작할 땐 에너지가 필요하고, 끝낼 때는 나쁜 걸 내보내야 하니까요. 이때 운동이나 명상을 하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배워서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명상을 하나요? 호흡이 곧 명상이에요. 호흡만 고르게 해도 힐링이 됩니다. 인체의 장기 사이에 기운이 모이는 곳이 있는데 인도에선 ‘차크라’, 한의학에선 ‘상초’, ‘중초’, ‘하초’라고 하지요. 그곳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호흡하면 좋아요. 복식호흡만 해도 좋은 기운이 생기는데, 몸에 나쁜 이산화탄소가 빠지기 때문이에요.
운동을 하고 나면 힐링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운동이 진정한 힐링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지로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건 절대 몸에 좋지 않아요. 운동을 하고 싶도록 마음을 바꿔야지요. 운동을 싫어한다면 강도가 제일 약한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운동을 통해 흥미로운 자극을 받아서 운동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스스로 느껴야 해요. 그러다 운동이 습관처럼 몸에 배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어 있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이 편안해지는 걸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죠.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럴 땐 가벼운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좋아요. 저처럼 운동하는 장소를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해놓고 다니면 좋고요. 술집 가면 술이 당기듯이 운동하는 곳에 가면 운동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왜, 목욕탕에 가서 옷을 벗으면 씻고 오지 그냥 오진 않잖아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해요.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운동 생각도 없어지니까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정체되어 제대로 흘러야 되는 게 잘 흐르지 않아요. 마음부터 다잡아야 운동도 할 수 있어요.
마음 먹는다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나요? 물론 완전히 피할 순 없겠죠.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해요. 그게 먹는 게 될 수도 있고, 운동이 될 수도 있고, 춤이 될 수도 있어요. 이 세 가지는 제가 즐기는 도구들입니다. 우울하고 진이 빠질 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댄스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때는 남편과 즐겨 췄어요. 지금은 아이를 낳고 잠시 쉬고 있지만요.
맛있는 걸 먹으면 다이어트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어요. 힘들게 노력해서 몸을 만들어놓으면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단기간에 살 뺄 땐 습관이 몸에 붙지 않아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예요. 저 역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살 빼기 힘들다는 태음인이지만, 오랜 시간 운동해서 원래 날씬한 것처럼 몸을 만들었어요.
운동 외에 힐링을 위해 하는 것이 있다면요? 목욕이요. 목욕은 기운을 돌리는 행위예요. 몸이 많이 약한 소음인들은 목욕을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침 치료, 마사지 같은 것은 물리적인 자극이 들어가는 행위인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침을 너무 자주 맞으면 기운 빠진다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좋죠. 아니면 엉엉 우는 것도 괜찮아요. 울고 나면 기운이 다 빠져버리는 데다, 울면서 하는 호흡은 몸에 이롭습니다. 목욕, 눈물, 하다못해 대소변을 보는 것까지 무언가를 배출하는 행위는 다 좋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물을 많이 드세요. 물이 스트레스를 씻어줍니다.
원장님에게 힐링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힐링은 또 다른 시작이에요. 만약 내일 죽는 인생이라면 뭘 그리 아등바등 살겠어요.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희망을 위해 안 좋은 걸 배출해야지요. 한의학에 ‘거어생신(祛瘀生新)’이라는 말이 있어요. ‘어혈(瘀血)을 제거하고 새로운 피가 생기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몸의 노폐물이 빠져야 새로운 게 생성이 됩니다. 적당히 빼고 적당히 채우는 게 바로 힐링입니다.
장소협조 세일피트니스센터(031-722-2046)
음식이 힐링이다 방송인 김예분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의 주인공은 사고 전만 해도 속눈썹의 소중함을 몰랐대요. 사고 후 속눈썹이 없어지면서 눈에 빗물이 들어가자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늘 소중하고 감사한 것에 대해 알고 그걸 즐긴다면 그 자체가 삶을 힐링하는 방법 아닐까요?
지난해 11월, 제9회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에서 금상 받으셨죠? 네. 식공간 연출 부문에서 상 받았어요.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가 주최한 대회인데, 주제가 오늘 인터뷰와 연관이 있어요. 제가 ‘휴(休)’라는 주제로 북유럽 가정집에서 편하게 휴식하는 따뜻함을 표현해서 상을 받았거든요. 예전에 촬영차 북유럽 지방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 그곳 거실과 부엌에서 느꼈던 것에서 착안한 건데,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끼리 재즈를 들으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연출했어요. 조용한 힐링의 공간이라고 할까요?
방송 활동을 안 하셔서 어떻게 지내시나 했더니, 언제 그런 걸 배우셨나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요. 방송 외에 제2의 인생을 위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요리와 인테리어라서 식공간 연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테이블 코디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까지 연출하는 일이죠. 더불어 외식경영관리사와 아동요리 자격증도 땄어요.
계속 요리를 하던 분도 아닌데 상까지 타셔서 좀 놀랐어요. 제가 좀 부지런한 성격이에요. 한 시간도 낭비하는 게 싫어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여섯 과목에서 올 A+를 받고 장학금까지 받았답니다. 방학 땐 운동한다고 골프를 치며 보냈고요. 공부한 지 1년 만에 그렇게 상을 탄 거예요.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힐링 장소로 꼽아주셨어요. 맛있는 음식이 곧 힐링인가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껴요. 굳이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라면을 색다르게 요리해서 먹어도 맛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서 먹이는 기쁨은 또 얼마나 남다른데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거창하지 않고 소박해요. 한식을 좋아하고 특히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요. 돼지고기 두루치기 같은 거요. 친구들이 집에 오면 새싹비빔밥도 즐겨 만듭니다. 오곡밥에 연두부, 무순, 쌈무를 잘라 넣고 고추를 넣은 간장양념으로 비빈 뒤 달걀 프라이를 얹는데, 입맛이 살리는 데 그만이에요. 월남쌈도 자주 해먹고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나요? 저는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체질이에요.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먹고자 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마음을 힐링해요. 국수전골을 먹으려면 ‘한우리’, 상추쌈 샤브샤브가 생각날 땐 ‘진상’에 가는 식이죠.
미스코리아 출신인데 다이어트 걱정은 안 하세요? 저는 뭐든 잘 먹고, 먹는 그 순간만큼은 맘껏 먹습니다. 단, 먹고 나서는 거의 앉아있지 않아요. 선 채로 계속 움직이면서 다 소화시키고, 최소 5~6시간이 지난 후에 잠자리에 들죠.
음식을 만들거나 스타일링할 때 철학 같은 게 있나요? 음식을 먹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아요. 입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기길 원하죠. 그래서 식공간 연출도 배운 거고요.
맛있는 음식 외에 다른 힐링법이 있다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워낙 시끄럽고 복잡한 걸 싫어해서 혼자 잔잔한 재즈나 클래식을 틀어놓고 책을 읽습니다. TV는 아예 보지 않고, 가사가 슬픈 가요는 제가 막 동화돼서 아픈 생각에 빠지기 때문에 잘 안 듣게 돼요. 잔잔한 음악과 책이 있으면 마음도 평온해지고 안정감이 느껴질 뿐 아니라 생각도 정리가 됩니다. 일상을 거의 이렇게 보내는데, 그러고 보니 제 삶 자체가 힐링이네요.(웃음)
매일 혼자 그렇게 보내면 외롭지 않으세요? 전혀요.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게 아주 익숙해요. 고양이 두 마리도 있고요. 외로움을 즐기다 보면 외로움이 없어집니다. 그 안에서 저만의 시간이 생겨요. 혼자 여행을 가고 밥 먹는 사람이 있듯이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즐길 만합니다. 매사 감사한 것만 생각하면 혼자 있는 그 시간조차 감사하죠, 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그런 것조차 못 느낄 거 아니에요.
마음가짐 자체가 힐링할 필요가 없는 분 같아요.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의 주인공은 사고 전만 해도 속눈썹의 소중함을 몰랐대요. 사고 후 속눈썹이 없어지면서 눈에 빗물이 들어가자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늘 소중하고 감사한 것에 대해 알고 그걸 즐긴다면 그 자체가 삶을 힐링하는 방법 아닐까요?
앞으로 식공간 관련해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순수한 관심에서 출발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았으니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죠. 사업은 아직 잘 모르겠고 식공간과 관련된 책을 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헤어 조윤미(퍼스트뮤사이 02-1544-7442) 메이크업 최승희(퍼스트뮤사이) 장소협조 미토(02-557-7505)
쇼핑이 힐링이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전선영
힐링타임을 일부러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힐링의 의미를 생활 속에서 스스로 찾아야죠. 기회가 있을 때 무언가를 누릴 수 있는 것도 곧 힐링이라 생각합니다.
쇼핑으로 힐링한다고 해서 살짝 걱정됐어요. 너무 소비적인 게 아닌가 해서요.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 좋듯이 예쁜 걸 보고 기분 좋은 건 당연하잖아요. 꼭 소유해서 좋은 게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윈도쇼핑은 예민한 여성들의 특기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남의 집을 고쳐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내 집과 내 물건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좋고 예쁜 걸 보면 대리만족이 되거든요. 여성에게 힐링이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걸 보거나 구입하나요? 작은 소품 보는 걸 좋아하고, 갤러리에서 좋은 작품 보는 것도 좋아해요. 비싼 물건은 많이 못 사지만, 머그처럼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은 지인들한테 선물하기도 좋아요.
그런 힐링타임을 자주 갖는 편인가요? 한 집의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집 작업을 해야 해서 쇼핑타임을 특별히 갖진 못해요. 대신 일하면서 시간 나면 짬짬이 합니다. 시장조사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힐링하는 거죠.
가장 좋아하는 쇼핑 아이템, 아니 힐링 아이템은 무언가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장소인 이노메싸처럼 북유럽 관련 아이템이 있는 곳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외국에 가거나 구매대행을 거쳐야만 이런 물건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편집매장이 들어온 덕분에 훨씬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제 저는 외국에만 가면 이민 가방으로도 모자라 카펫까지 직접 들고 들어오는 수고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돼요.
좋은 물건을 싸게 ‘득템’하면 기분이 좋지만 ‘충동구매’, ‘지름신’ 등 쇼핑의 안 좋은 점도 있잖아요. 기분 좋게 쇼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한 번 더 생각하기’요. 왜 ‘마지막 하나(last one)’라고 하면 꼭 사야 할 것 같고, 그러잖아요. 저도 예전엔 생각 없이 다 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가 생기니 한 발짝 물러서서 판단이 되더라고요. 옷 살 때 다른 옷들과의 매치를 생각해야 하듯이 소품도 마찬가지예요. 어디에 배치할 건지, 다른 소품과는 어울릴 것인지 생각해야죠. 가령 쿠션커버를 샀다면 우선은 거실 포인트용으로 쓰다가 나중에는 아이 방 침대에 포인트로 놓아야겠다는 식으로 한 가지 기능을 더 생각하면 좋죠.
본인에게 힐링은 어떤 의미인가요? 마사지를 받고 스파에 가는 것도 힐링이에요. 저 역시 그런 시간을 좋아해요. 그런데 바쁘다 보면 그런 시간을 따로 갖기가 쉽지 않잖아요. 일하는 시간, 생활 속에서도 힐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간만 나면 짬짬이 쇼핑도 가고 갤러리도 가고 여행도 갑니다. 욕심이 많은 성격이라 뭔가를 많이 해야 해요. 드라이브를 가면 맛집에 가고, 해외여행을 가서는 발 아프게 몇 시간씩 돌아다녔더라도 호텔 라운지에 있는 스파까지 꼭 이용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 좋은 곳까지 가서 수영장 한번 안 가보고 오는 사람들이 이해가 잘 안 돼요.(웃음) 힐링타임을 일부러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힐링의 의미를 생활 속에서 스스로 찾아야죠. 기회가 있을 때 무언가를 누릴 수 있는 것도 곧 힐링이라 생각합니다.
언제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인테리어 스타일링은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에요.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강도가 크거든요. 작업하다가 생각하던 디자인 시안이 잘 안 나오면 항상 다짐하죠. ‘이번 일만 끝나면 여행 가야지’ 하고요.
‘이노메싸’ 외에 추천해줄 힐링 플레이스가 있다면요? 연희동에 있는 ‘짐블랑(www.jaimeblanc.com)’도 유럽 수입 인테리어 및 디자인 소품을 파는 곳이고, 방배동에 있는 ‘루밍(www.rooming.co.kr)’은 북유럽과 이탈리아의 디자인 소품, 가구 등을 파는 곳이에요. ‘에이치픽스(www.hpix.co.kr)’ 역시 수입 디자인 편집매장인데, 주로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해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기에 인사동도 가끔 찾고, 특히 통의동에 있는 대림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해요. 동일한 주제를 다르게 해석해서 전시하는 그곳의 기획력을 높이 삽니다. 가구 디자이너 핀율의 전시가 5개월간 열렸는데, 한 달 단위로 다시 갈 때마다 가구의 세팅이나 해석을 다르게 보여줬거든요. 월간 <디자인> 편집장 출신인 김신 부관장의 재미있는 설명도 좋아합니다. 미술관의 회원이 되면 혜택이 더 많아 가입도 했어요.
쇼핑만큼이나 전시 관람도 좋아하나 봐요. 네. 보는 즐거움을 준다는 점이 같잖아요. 유명한 거장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전시를 좀 더 선호해요. 고흐의 작품보다는 리빙 관련 전시 작품을 보는 게 실생활에 응용하기도 더 쉽고요. 나라 요시모토 전시의 경우 예술적일 뿐 아니라 팝아트적인 요소가 강해서 뭔가 소유하고 싶다는 느낌이 더 들잖아요. 전시회에 가면 도록은 웬만하면 꼭 사요. 앤디 워홀 전시회에서는 엽서를 구입해 액자로 만들어 집에 두었어요. 비용도 크게 안 들고 좋은 데코 소품이 되더라고요.
힐링이 되는 쇼핑과 전시 관람 노하우 잘 들었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동료 스타일리스트인 임종수 씨와 함께 2월에 출간할 인테리어 책을 준비 중이에요.
장소협조 노르딕디자인 by 이노메싸(02-3463-7752)
카페가 힐링이다 여행작가 권다현
사람들이 보통 여행을 ‘일상 탈출’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탈출이 아니라 일상으로 잘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에요. 힐링도 마찬가지죠.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힐링을 하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다시 잘 돌아가기 위해 힐링이 필요한 거죠.
힐링에 대해 묻자 주저 없이 ‘카페에서 책 읽기’를 꼽으셨어요. 평소 이런 시간을 자주 갖나요? 저는 힘들거나 지칠 때 카페에 틀어박혀 책 읽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여행이 업이다 보니 다리를 쉬게 해주는 게 최고의 힐링인 셈이죠. 이번에도 태안으로 여행 가서 하루에 산을 10㎞씩 걷다 왔어요. 평소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많이 소개하기 때문에 발목에 무리가 올 정도로 걷는 일이 많아요.
차 없이 여행하면 한계가 있지 않나요? 대중교통 여행을 고집하는 이유는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목적지만을 연결하는 여행을 지양하고, 다른 이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것, 길 위의 인연들을 찾는 것이 제 일이에요. 차로 가는 건 편하긴 하지만 휙 지나가면서 놓치는 것도 많거든요. 모든 사람이 편하게 여행한다고 해서 여행작가인 저까지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과 같은 식견을 갖게 되잖아요.
발이 피곤하면 발 마사지를 받는 것도 힐링이 되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육체적인 힐링은 잠깐뿐이에요. 조용한 카페에서 쉬면서 책을 읽는 건 심리적 힐링이기 때문에 여기에 더 가치가 있답니다.
한옥 카페 ‘연(緣, YEON)’을 촬영 장소로 추천해주셨어요. 자주 오는 곳인가요? 여기는 여행자 카페를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주인이 여행 가서 사온 소품들이 눈에 띄지요. 보통 여행자 카페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표방하며 일본식이나 인도식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이곳은 자유로운 느낌의 한옥 카페예요. 제가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관한 책도 낸 적이 있어서 좀 더 친근하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찾아와 그간 못 읽었던 책들을 몰아 읽곤 합니다. 삼청동이 많이 상업화되었지만, 여긴 아직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요.
또 다른 곳도 있나요? 사직공원 뒤에 위치한 티베트 독립 지지자들의 카페 ‘사직동 그 가게’를 즐겨 찾아요. 가끔 좀 더 특별한 힐링이 필요하면 남대문에 있는 ‘소금동굴힐링센터’도 찾고요. ‘연’은 낮에 햇살이 예쁘게 비추고, ‘사직동 그 가게’는 조금 복작복작하지만 티베트 공예품들이 많아서 이국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런 힐링타임은 자주 갖나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카페에서 이렇게 쉽니다. 사람이 많이 없는 오전에 와서 편하게 하루를 보내죠.
카페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조용하면서 듣기 편한 음악이 있는 곳이어야 해요. 너무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여야 하고요. 지금 흐르는 영화 <원스>의 OST, 이 정도가 딱 좋아요. 책은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쉬러 와서 인문학 책을 읽으면 머리가 더 아플 것 같아요. 책을 연달아 세 권 냈는데, 책을 내고 나면 제 안에 있는 마지막 한 문장까지 쥐어짠 느낌이 들어요. 글 쓸 때 제 안에 있는 것을 모두 비워냈으니 쉴 땐 저에게 뭔가를 채워주고 싶어요. 책을 쓸 때는 TV나 음악은 일체 멀리하며 집중하거든요. 그래서 쉴 때는 평소 못 했던 것들을 채우는 거예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평소에 많이 채운 것을 쉬면서 비우고 싶겠지만, 저는 그 반대예요. 책을 읽으면 오히려 일할 때 글 쓰기가 더 쉬워진답니다.
힐링을 위해 카페로 직행하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원고가 잘 안 풀릴 때. 그리고 너무 과하게 움직여서 몸이 힘들 때.
여행지에서도 이런 시간을 자주 갖나요? 네. 커피를 좋아해서 지방을 여행할 때는 그 지역의 로컬 브랜드나 로스팅된 하우스 커피 파는 곳을 찾아요. 지방에서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카페 사장님과 친해져서 온답니다. 누구나 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잖아요. 그곳이 저는 카페인 거예요. 단, 꼭 지키는 게 있어요. 여행가들 사이에서는 ‘공정여행’이나 ‘책임여행’이라는 화두가 이슈거든요.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는 그 지역 자본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찾아야 그 지역 경제가 발전하고, 그래야 저희가 다음에 또 그곳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편의점보다는 구멍가게, 스타벅스보다는 동네 카페를 찾는 거죠. 이번에 갔던 태안 안흥항에는 카페가 없어서 다방에 갔었어요.
요새 힐링이 화두예요. 본인에게 힐링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과 의미가 비슷해요. 사람들이 보통 여행을 ‘일상 탈출’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탈출이 아니라 일상으로 잘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에요. 힐링도 마찬가지죠.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힐링을 하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다시 잘 돌아가기 위해 힐링이 필요한 거죠. 잡지를 읽다 보니 여행에 관한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우리는 삶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서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여행한다(We travel not to escape life, but for life not to escape us).’
여행으로 힐링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때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힐링 여행을 위한 조언 좀 해주세요. 감동할 시간을 비워놓고 여행 계획을 짜세요. 친구 중에 항상 너무 많은 계획을 짜고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데, 여행지에선 그 친구가 제일 감동이 덜해요. 준비하면서 기대치를 너무 높였던 거죠. 알고 보는 거보다 모르고 보는 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제발 한 도시에서 하루 이상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장소라도 아침, 점심, 저녁마다 풍경이 다르거든요. 너무 많이 준비하고 욕심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지에 어느 정도 미련을 남기고 와도 괜찮아요. 그래서 부담 없는 국내 여행이 좋아요. 봄에 가서 부족함을 느끼면 여름에 다시 가서 채우고 오면 되니까요.
<여성조선> 독자들에게 힐링 여행지 한 곳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인제의 자작나무숲이요. 자작나무 군락지를 일부러 조성한 곳이긴 해도, 인위적으로 멋을 낸 수목원과는 느낌이 달라요. 숲에 들어가려면 차 없이 3㎞ 정도 트래킹을 해야 하는데, 가는 길도 참 멋집니다. 봄, 가을에 가면 아주 좋을 것 같네요.
장소협조 연(02-734-3009)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김선아 | 사진 강현욱,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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