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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머무는 곳, 통영의 봄을 맛보다

호젓한오솔길 2013. 4. 18. 08:12

 

발길이 머무는 곳, 통영의 봄을 맛보다

 

 

어느덧 2013년도 4월의 중순, 하지만 봄이 오기는커녕 찬바람만 쌩쌩 분다.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걸까. 결국 서울까지 올라 오지 못한 봄을 마중하기 위해 남쪽 여행을 결심했다. 목적지는 통영. 차에 몸을 싣고 5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이미 온전한 봄이 피어있었다.

 



통영의 중앙시장은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룬다.

 

통영의 땅을 밟고 공기 한 모금을 크게 들이키면, 바다와 인접해 있는 도시들이 가진 특유의 내음이 코 끝을 자극한다. 그렇게 통영과의 첫인사를 나누고 방문한 곳은 통영 중앙시장, 촘촘하게 얽혀있는 길을 따라 상인들과 손님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주요 품목은 해산물들이다. 펄떡펄떡 뛰는 활어부터 꾸덕꾸덕하게 잘 마른 건어물까지 가짓수도 양도 다양하고 많다. 시장 자체가 하나의 큰 볼거리다.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위)과 꿀빵(아래)

 

충무김밥과 꿀빵


통영 중앙시장과 바깥쪽 문화마당을 따라 쭉 늘어선 상가 중에는 충무김밥과 꿀빵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맛보는 명물들이다. 충무김밥은 본래 뱃사람들의 먹거리였단다. 유난히도 뜨거운 통영의 햇살 탓에 재료를 넣어 말은 김밥은 금새 상해 먹기가 힘들어 김에는 밥만 넣고 반찬은 따로 먹는데서 유래됐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한입 크기로 말아놓은 김밥과 오징어 무침, 무김치의 조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본고장 통영에서 맛보는 충무김밥은 바닷바람을 한껏 느끼며 먹기 때문에 더 맛있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데치고 무친 오징어는 본고장의 후한 인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꿀빵의 원조라는 오미사꿀빵은 일찍 가지 않으면 맛보기 쉽지 않다.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통영 꿀빵의 백미는 너무 달지 않다는 것. 빵의 속은 팥소가, 바깥은 물엿으로 덮여있음에도 과하지 않은 달콤함이 계속해서 입맛을 당긴다. 팥 외에도 고구마, 호박 등을 이용해 소를 만들기도 한다. 통영 꿀빵의 원조라는 오미사 꿀빵은 하루 판매수량이 한정적이기에 이른 시간에 가지 않으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굳이 원조를 찾지 않는다면 통영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꿀빵을 만나 볼 수 있다.

우동과 짜장면의 만남, 맛도 모양도 특이한 우짜

 

우동+짜장면=‘우짜’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 중 하나는 우동에 짜장소스를 부어먹는 ‘우짜’다. 뜬금없는 조합이긴 하지만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좋다. 충무김밥이나 꿀빵을 판매하는 곳에 비하면 우짜를 판매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항남동의 항남우짜, 서호시장 안의 할매우짜 등이 대표적인 우짜 전문점이다. 우짜는 면과 함께 국물을 떠서 먹어야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짜장면에 국물이 없어 불만이었던 사람이라면 이 음식이 딱이다. 우동국물과 짜장소스가 만들어내는 맛은 오묘하면서도 잘 어우러진다.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맛이다.

동피랑벽화마을의 다양한 벽화들

 

가 볼만한 곳
언덕 위의 벽화마을 ‘동피랑마을’과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달아공원’


중앙시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피랑마을은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에 제각각 그려진 벽화들이 마치 동화 속 마을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KBS2TV 드라마 ‘착한남자’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방송 이후에는 더욱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지이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연인과 추억을 쌓기에 더없이 낭만적인 곳이다. 동피랑마을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의 시내도 장관 중에 하나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사진=통영시 홈페이지

 

통영대교를 따라 남쪽 섬으로 이동하면 미륵산이 등장한다. 이곳에는 산 정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만나는 경치와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잔잔하고 푸른 바다 위에 한 조각 한 조각 수 놓여진 섬들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고 티켓은 당일 현장발매만 가능하다. 주말에는 이용객이 많아 티켓이 조기에 품절될 수 있고 기상 상황에 따라 운행을 중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전화를 통해 문의(055.649.3804~5)하고 가는 것이 좋다.

달아공원의 낙조 사진=통영시 홈페이지

통영에 방문해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라면 꼭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아름다운 낙조를 구경할 수 있는 달아공원이다. 통영시의 남쪽에 위치한 달아공원은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착한다. 미륵산에서 보는 한려수도의 전경과 달리 수평선 위에 올라앉은 이름 모를 바위섬부터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등 수많은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의 지형이 코끼리의 아래위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는 달 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