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산행기

한남금북정맥 2구간- (말티고개~ 구룡치~ 구티재~ 중티재)

호젓한오솔길 2017. 3. 24. 19:57

  

한남금북정맥 2구간- (말티고개~ 구룡치~ 구티재~ 중티재)

 

* 위 치 : 충북 보은군

* 일 자 : 2017. 03. 19(일)

* 날 씨 : 맑음

* 동 행 : 고운산정 한남금북정맥팀 18명

* 산행코스 : (갈목리)- 말티고개- 새목이재- 구룡치- 수철령- 광대수산(600m)- 백석리고개- 구티재- 탁주봉(550m)

                   - 작은구티재- 중티재- (중티리)

* 산행거리 : 20.19Km (정맥거리 : 19.0Km)

* 산행시간 : 06시간 39분 소요(이동시간 6시간 08분)

 

지난 주에는 대구에서 태어난 손녀의 100일을 맞이하여 토요일 저녁 포항에서 가족 모임을 하느라 오랜만에 매주 가던 산행을 접고 처음 대면한 손녀의 재롱에 빠져 있다가, 일요일 오후에 모두 돌아가는 시간에 맞추어 잠시 포항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온다는 구룡포 쪽으로 혼자 나들이를 갔더니, 어느덧 봄의 전령사 매화는 만개하여 자태를 뽐내고, 노란 생강나무 꽃이 수를 놓고 있는 야산에는 진달래도 봉긋봉긋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으니, 이번 주부터는 봄의 향연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남부 지방에 속하는 포항 주변은 봄의 향기가 맴도는 듯 한데, 정맥 산행을 다니고 있는 전북 지역과 충북 지역은 포항 보다 봄이 늦게 오는 듯 아직 야생화 한 떨기 구경을 하지 못한 설렁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자연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여기 저기서 봄소식을 전하여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우리네 인간사는 언제나 봄이 오려는지 마음 속의 봄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야당의 주도로 이루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 청와대의 주인이 없어진 나라 안은 온통 대선 열풍으로 술렁인다. 정권교체를 부르짖으며 기고만장해진 진보 야당의 대권주자들은 의기양양 하고, 당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보수 정당엔 무더기로 출마 선언을 한 잠룡들로 넘쳐나지만 하나 같이 지지율이 바닥이니,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초라한 집안 싸움을 하고 있다.

 

총구를 마주 겨누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은 연일 핵개발과 핵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고 하던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는 괴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어 쪽바리 아베와 죽이 맞는지 보란 듯이 일본과 더욱 친밀감을 표하고, 북한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중국과 밀담을 나누면서,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반미 친북 세력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대한민국과는 뻐뻘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듯한 눈치를 보인다.

  

격랑에 휘말려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의 정유년 3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기고 있는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먹고 살기 위해 부득이 출근을 하고, 일요일에는 부대표로 몸 담고 있는 고운산정 산악회 정맥종주 대원들과 함께 매월 셋째 주에 진행 중인 한남금북정맥 2구간 산행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다.


오늘 산행하게 될 한남금북정맥 2구간은 지난 달에 하산을 한 말티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새목이재, 구룡치, 수철령, 경대수산, 백석리고개, 구티재, 탁주봉, 작은구티재, 중티재까지 정맥길 산행을 하고, 중티마을로 탈출을 하는 약 20Km 거리에 별로 높은 산은 없어도 사오백 미터의 나지막한 산봉우리와 고개들을 수 없이 오르내리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길이 예상된다.

 

아침 5시에 포항시 북구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생각보다 저조한 18명이라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들린 후 지난 달에 하산을 한 갈목리 마을을 지나 공사 중이라 출입이 통제된 말티고개까지 버스가 올라가기로 한다.


아침 8시 15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말티고개에 도착하니, 아침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내려가고 낯 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가서 일교차가 심하다고 하던 날씨가 생각보다 포근하게 느껴져, 입고 갔던 봄 옷은 벗어 놓고 행여나 싶어 준비해간 여름 옷으로 갈아입는다. 모두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버스가 멈추자 마자 우르르 공사 중인 절개지로 올라가 기념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 아침 8시 15분경에

   생태계복원 공사 중인 말티재에 도착하니 예상외로 날씨가 포근하여

   입고 갔던 봄 옷을 버스에 벗어놓고

   하복으로 갈아입은 후

   산행 준비를 하여 말티고개를 오른다. 

 

 

말티고개(430m)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속리산의 언덕으로 충북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산5-12번지에 해당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을 구경 오면서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엷은 박석 돌을 깐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의 말티고개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에 외속리면 장재리에 있던 별궁[현 대궐터]에서 타고 왔던 가마를 말로 갈아탔다 하여 여기에서 말티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하며 다른 설에 의하면 ''의 어원은 '마루'로서 높다는 뜻으로 말티재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 된다는 설, 말 고개라는 뜻의 말티재가 되었다 라는 설이 있다.


* 공사중인 말티재에 세워진

   '보은 탄생 600주년 기념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기로 한다. 


* 한남금북정맥 2구간 출발선의

   힘찬 발걸음들


* 오늘도 모든 대원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면서

   기념사진 몇 장 담아보고, 


* 낙엽 바스락거리는

   가파른 오르막 길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 앞을 막은 바위 벼랑길 지나  


* 산정에 오르니

   우측으로 산양삼을 재배하는지

   농장 철망 길이 이어진다. 


* 철망 위에 가시 철조망까지 처진 울타리를 따라 

   마루금은 이어진다. 


* 새로 공사를 한 임도가 가로 지르는

   고개에 내려서는데,


 * 이 곳이 새목이재인 듯하다.


* 고개를 건너며 돌아본 풍경,


* 고개를 건너고 나니

   다시 철망 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이어지다가, 


* 울타리를 타고 넘어

   다시 우측으로 끼고 지루하게 이어진다. 


* 시속 3.3Km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어지던

   선두팀 발걸음이

   능선에 올라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 이제 막 땀이 나려는 몸을 그냥 식히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 안 좋을 것 같아

   알파인님과 둘이 슬금슬금 쉬지 않고 선두에서 걸음을 이어가기로 한다.


* 한강과 금강의 물길을 확실히 가르는

   참나무 우거진 마루금 길
 

* 평온한 능선 길은

   앞을 막아서는 봉우리 올라서면,


* 다시 내리막 길 이어지고,


* 옛 사람들이 넘나든

   흔적이 깊이 패인 고갯길

   트랭글이 울리면서 이 곳이 수철령이라고 한다.


 

수철령은

충청북도 보은군의 보은읍 종족리 종남에서 속리산면 북암리 시장터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고개에 나무가 없다 하여 '무수목'이라고도 불린다. 하나 본말은 '무쇠목'이 변한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수철령의 '수철' '무쇠'의 훈차 혹은 훈음차 표기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지지자료(산내면)에 순한글 지명으로 대응되어 있어 유추할 수 있다. 같은 문헌에 "무수령은 속리면 북암리 서쪽에 있다,"라고 기록이 등장한다. 종곡리에서 고개 너머에 있는 속리산면 북암리에서는 수철령을 '무수령'이라 표기하고 우리말로도 종곡리 쪽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무슈목'라 불렀다. 이때 '무수' '무슈'의 음차 표기이며 '선인무수형'의 풍수형국을 연상케 한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수철령의 다른 명칭으로 '무수목'이 기록되어 있으며, 현재 수철령 동사면에는 북암리 무수목이라는 촌락이 존재한다.

 

* 다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고개를 낮추더니


* 좌측에 벌목을 하여 시원하게 트인
 

* 능선길 밟아 올라서니,


* 벌목을 하고 남겨놓은 늙은 노송들의 삶이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네처럼 바람 앞에 고달프게 보인다.

 

* 광대수산 삼거리 봉에서

   좌측으로 급하게 내려서는 걸음은


* 빼곡한 참나무 숲 길을 잠시 내려서니,
 

* 우측에 벌목을 하고

   어린 소나무를 심어놓은 곳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 벌목을 한 나뭇가지들이 걸그치는

   가파른 길 내려서면서,


* 백석리 마을 풍경 살짝 당겨본다.


* 걸음은 백석리 마을

   농로에 내려서고,
 

* 좌측에 우사가 있는 길을 따라


 * 백석고개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건넌다.


* 백석고개 풍경,
 

* 백석고개에 세워진 거울 앞에서


* 볼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담아 본 것이

   오늘 산행 길의 유일한 자화상인 듯하다.

 

백석고개를 건너

조망이 트인 양지 바른 무덤 앞에 앉아서

알파이님과 둘이 도시락을 펼치고 점심을 먹은 후

과일을 먹으면서 백석고개 건너에 대원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니,

잠시 후 대원들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 점심을 먹은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따라 온 대원들과 잠시 이야기 나누고
 

* 이어지는 오르막 길


* 선두팀 대열을 이루며


* 잠시 가파른 길 올라 산봉우리 넘는다.


* 아늑한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에 내려서서


* 무덤가 잔디에 앉아

   모두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 점심을 먹은 알파인님과 나는

   걸음을 이어가기로 하고 먼저 출발하여


* 나지막한 능선길 잠시 걸어서


* 통신탑 봉우리를 지나니, 

 

 * 구티재

    2차선 도로에 내려선다.


* 구티재 도로변에 세워진

   구티재 유래비,


구티재(280m)

충청북도 보은군의 산외면 구치리 거북티에서 탁주리 못골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구치는 해동지도와 대동여지도에 '구치'로 표기자 변화 없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1872년지방지도에는 구치와 함께 '소구치'  '대구치' 함께 표기되어 있어 지명이 분화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구치는 현재 거북티에서 길탕리 길골로 넘어가는 작은거북티[작은재,작은고개]를 말한다. 조선지지자료에 '구치' '거북티'로 순한글 지명이 대응되어 있고"산외면 구치리에 있다."라는 기록을 통해 마을 주민들은 구치라는 한자 표기보다는 '거북티'를 주로 불렀음을 알 수 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거북티라는 마을과 함께 '구티고개'의 다른 명칭으로 '거북티','구티재','큰거북티재'가 기록되어 있다.


* 구티재 도로를 건너니,

 

* 좌측 철망에는

   입산금지 현수막이 붙어있고,


* 도로 우측에 산불감시원 자동차가 세워져 있으나

   인기척이 없어 보인다.


* 구티재를 건너서 이어지는 길은


* 낙엽 미끄럽고

   가파르기가 이를 데 없이 까다롭게 이어진다.


정맥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탁주봉으로 가기 위해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접어들어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가파른 길 올라서더니,
 

*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탁주봉에 올라선다.

 

탁주봉(550m)

충청북도 보은군의 산외면 구치리, 길탕리, 탁주리경계에 있는 산이다. 한국지명총람에는 탁주봉의 다른 이름으로 '탑자봉'이 기록되어 있다. 두 지명은 원래 같은 이름인데 한자 표기를 달리 한 것을 여겨진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한발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산 동쪽에 있는 산외면 탁주리도 '탑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 조망이 트인 탁주봉에서 내려다 본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풍경 정겹게 보여, 

 

* 살짝 당겨보고,


* 또 당겨보니,

   슬레이트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


* 3월 봄볕 아래 고향 내음 한가롭다.


* 멀리 광대수산과 걸어온 정맥 마루금이

   백석고개, 구티재를 건너며 어렵게 이어지고,

 

* 삼거리봉에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은 솔향기 부드럽게 이어진다.


* 조망 시원한 탁주봉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로 잠시 돌아 내려와 삼거리 봉에서 

* 이어지는 낙엽 능선길, 


* 낡은 리본들이 여기저기 달린 


* 삼각점 봉우리를 지난다. 


* 이어지던 능선 길이

   건너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가파르게 내려서더니, 


* 절개지를 우측으로 돌아내려와 


 * 2차선 도로가 가로지르는

    작은구티재를 건넌다.


* 작은 구티재를 건너니

   날씨가 포근하여 여름 산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

   과일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 가파른 길 걸어 올라

   무명 봉우리들을 오르내린다.  


* 잘록한 목쟁이 건너

   잠시 올라가던 걸음은 


* 왼쪽에 임도를 낀

   낮은 목쟁이에 내려서더니,


* 다시 낙엽 미끄러운

   가파른 길 밀고 올랐다가, 


* 다시 임도가 있는 고개에 내려선다. 


* 임도를 건너 오르면

   다시 임도에 내려서고, 


* 아래로 가파르게 내려선 걸음은 


* 봉계터널 위에 고개를 건너


* 길다란 무덤가를 지나고 


 * 봉계터널을 빠져 나온 고속도로를 바라보면서

 

* 다시 가파른 낙엽 길을

   일진일퇴하면서 오르다. 


* 낙엽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우측으로 휘어지던 능선 길이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 중티재(중티리갈림길)

   옛길 위에서 걸음을 멈춘다.


* 깊이 패인 중티재 옛길


* 낙엽 위에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 중티마을을 향해 옛길 따라 내려선다.


* 농로를 내려서면서 바라보니 멀리 버스가 보이고,


*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 길가 논들에는


* 봄나물을 캐는 사람들 정겹고,


* 중티리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여, 


* 회관 앞에 세워진,
 

* 중티마을 유래비 사진을 찍으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중티리는

충청북도 보은군 산외면의 서쪽에 있는 리[]이다. 서남쪽에 시루산이 있고 달천이 흐르며 밭작물을 주로 재배하는 농촌 마을이다. 자연마을로는 양짓말, 웃말[궉말,번말], 아랫말 등이 있다. 양짓말은 양지 바른 곳에 있어서, 웃말과 아랫말은 각각 마을 위와 아래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티라는 마을 뒤에 높이가 중간쯤 되는 고개가 있어 중티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또 조선 개국공신 남재의 7대손인 남충년이 낙향하던 중, 이곳 산수가 수려하고 토질이 양호하며 물이 풍부하므로 정착해 살면서 중터라 부른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마을 서남쪽 시루산 중턱에 큰 지네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지네를 마을 수호신으로 믿어 성황당을 세워 놓고 정월 대보름과 칠석 날에 제사를 지냈다.


* 오늘 걸은 한남금북정맥 2구간 트렉,

 

* 오늘 걸은 한남금북정맥 2구간 고도표,

아침 8시 15분경에 공사 중인 말티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뚜렷이 내세울 것 없는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이 엎드려 있는 솔밭 길과 참나무 낙엽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약 20Km 거리의 마루금 길에 그 흔한 꽃 한 송이 보이지 않아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 6시간 39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알파인님과 둘이 오후 2시 54분에 중치리 마을회관 앞에 주차된 버스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오늘 예상외로 포근하고 건조한 날씨가 여름 등산복을 입고 걸었는데도 여름 산행 때 처럼 땀을 많이 흘린 듯하다. 마을 회관 앞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고 발을 씻으니, 아직은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손끝이 시려온다. 버스에 들어가 조금 두꺼운 여벌 옷으로 갈아입고 하산주를 마시며 대원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선두팀 대원들이 하나 둘 내려오고, 버스 옆에 둘러앉아 하산 주를 나누며 후미를 기다리는 조금은 지루해진 시간 산행 준비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가 말다툼으로 이어지더니 언성을 높이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평소에 친한 사이에 서스럼 없이 농담 삼아 우스개 소리로 던지는 말과 글이 듣는 상대방의 폐부에 미세한 먼지처럼 박혀 있다가 술이 한 잔 들어가면 감정의 응어리로 뭉쳐져 한꺼번에 토해내는 듯하니 가까운 사이일수록 언행을 조심하며 예절을 지킬 줄 아는 진정한 산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겠다고 하면서 약 3시간 정도 기다린 오후 6시쯤에 후미 대원들이 모두 하산을 완료하니, 오늘도 예정 시간 오후 4시 보다 2시간 정도 늦어진 샘이다. 먼저 내려온 선두팀은 너무 오래 동안 기다리느라 지루하다는 불평들도 있었지만 죽을둥살둥 후미에 붙어서 따라 오는 대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원거리 출정 산행에서는 생업에 종사하는 대원들의 귀가 시간이 중요하므로, 시간 개념 없이 완주를 목적으로 하는 동네 마라톤처럼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대부분의 동료들을 생각하여, 이왕에 정맥을 종주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출전을 하였다면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민폐를 줄이기 위해 평소 체력 관리를 하여, 산행대장이 정한 하산 예정 시간을 맞추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 서둘러 버스로 이동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기사님이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 들러 버섯 찌개로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 주를 나눈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의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면서 대원들을 내리고, 두산위브 앞에 내려서 밤 10시경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한 한남금북정맥 2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3.19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