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금남수필

고운산정 금강정맥 2구간 (말골재~말목재~누황재~문드러미재)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49

 

 

고운산정 금강정맥 2구간 (말골재~말목재~누황재~문드러미재)



                                                                  솔길 남현태



올해는 추석 연휴가 주말로 이어져 5일간의 황금 연휴를 맞이한다. 추석 대목에(9월 12일 저녁) 경주 부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대지진이 전국을 흔들어 포항에서도 아파트가 흔들흔들 무너질 것만 같아 벌벌 떨며 대피를 하는 동안 휴대폰 마저 불통이 되니, 서로의 안부를 몰라 모두가 안절부절 한다.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는 자연의 재앙 앞에 인간의 미약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고향으로 가서 3일간의 추석 명절을 보내고 포항으로 돌아와 연휴의 마지막 날인 10월 셋째 주 일요일은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 진행 중인 금강정맥 산행을 가는 날이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금강정맥 4구간은, 지난 달 무더위 속에서 산행을 마친 전북 완주군의 말골재에서 남당산, 작봉산, 까치봉, 말목재, 옥녀봉, 함박봉, 소룡고개, 고내곡재, 누황재, 천호산을 거처 전북 익산시의 문드러미재까지 약 25Km 거리에 해발 500m 이하의 작은 산봉우리들을 빨래판처럼 수 없이 오르내리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이 예상된다.


여름 내내 가뭄으로 속을 태우던 날씨가 입추를 지나면서 주말 마다 쓸데 없는 가을비가 내리더니, 이번 주에도 일본 열도를 지나가는 15호 태풍 '라이'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여, 행여 산행이 취소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일요일 새벽부터 산행 예정지에는 비가 개인다고 하여 안심하고 출발을 하게 된다.


토요일 밤 12시에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북구 회원들은 연하재에서 탑승하기 위해 밤 11시 50분에 집 근처에서 재무이사님 차로 같이 가기로 하였는데, 금요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토요일 하루 종일 내리고 동해안 지방은 일요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산행 출발 시간이 다가와도 비는 그칠 줄을 모르니 마눌은 또 비가 오는데 꼭 산행을 가야 되느냐고 한다. 우중 산행 준비를 하여 11시 40분에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니 다행히 내리던 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비가 다 왔나 하면서 잠시 기다려 도착하는 재무이사님 차로 출발하여, 연하재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비가 내려서 인지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지난 달과 같은 15명이라고 한다. 모두 잠을 청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잠시 들린 후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나 싶을 때 잠결에 버스가 멈추더니 목적지 말골재에 도착했다고 한다. 


모두 잠에 취해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슬금슬금 일어나 아침 요기를 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차에서 내리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설픈 날씨다. 오늘 비가 그친다고 하였고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 것 같아 거추장스러운 우의는 차에 두고 배낭 커버만 씌우고 그냥 비를 맞으면서 새벽 4시 20분경에 이슬 성실겁은 수풀 길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잠시 가쁜 숨을 토해내면서 장재봉 갈림봉에 올라서니, 후미 대원들과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잠시 기다리며 쉬어간다. 급한 내리막 길 내려섰다가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어두운 밤길은 날이 밝아 올 쯤에 산봉우리를 알리는 GPS 신호음이 울리더니, 남당산(376m)이라는 팻말이 달린 봉우리에 올라선다.


남당산 위에서 선두 대원들 단체 사진을 찍어보고 이어지는 발걸음은 바로 앞쪽에 더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옛 성터인 듯 반공호인 듯한 돌무더기 널브러진 산봉우리 위에도 산님들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남당산(444m)이라는 비닐코팅 된 표식이 달려있다. 조금 전에 남당산 보다 지형으로 보나 높이로 보나 이 곳이 남당산이 맞는 듯해 보인다.


쌍계사(2.27Km) 삼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작봉산으로 향하는 길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여, 무덤이 있는 고개에서 다시 배낭 커버를 쉬우며 후미 대원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 작은 봉우리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수풀 우거진 임도를 만나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비바람 시원하게 불어주는 길 발걸음은 작봉산(419.6m)에 올라선다.


작봉산 정상의 이정표에는 쌍계사(2.9Km)로 향하는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비 내리는 작봉산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쉬어가는데, 빗줄기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기가 부담이 가지만, 얼마 전에 배터리 폭발로 전량 리콜 중인 새로 나온 삼성폰(겔럭시 노트7)으로 바꾼 사람은 폰이 방수가 되니, 빗속에서 부담 없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이어지는 고만고만 한 빗속의 능선 길이 급하게 솟구치더니, 깃대봉(395.0m)이라는 표식이 붙은 봉우리에 올라 선다. 가파르게 올라와 펑퍼짐한 봉우리 깃대봉 정상에서 배가 고프다는 사람이 있어 일부는 도시락을 펼치고, 아직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 간단하게 과일을 나누어 먹고 다시 출발을 한다.


작봉산에서 급하게 내려서는 걸음은 작은 봉우리와 푹 꺼진 고개를 넘나드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걸음을 서두르며, 잠시 달려온 걸음은 까치봉(456m)에 올라 호흡을 가다듬는다. 까치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잠시 전열을 가다듬은 후 까치봉에서 내려놓았던 배낭을 다시 매고 한참을 걸어도 배낭 속에서 산행 거리를 알리는 GPS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똑 죽었구나 하면서 배낭을 풀고 확인을 하니 멈추어 있다.


다시 트랭글을 켜고 이어 쓰기를 누리고 출발하는데 영 찜찜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 GPS가 지면과 가까워지면 에러가 발생한다고 하여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번 운주산 왕바위에서도 그렇고 대부분 배낭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출발한 후에 꺼져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동감이 간다. 다음부터는 쉬었다가 출발할 때 반드시 트랭글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오늘도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는 듯하다.


작은 무명 봉우리 몇 개 넘어 비탈에 여기저기 알밤이 떨어져 있는 밤나무 농장 사이로 급하게 내려서더니, 2차선 포장 도로가 가로 지르는 말목재에 도착한다. 석천리 마을 앞 버스 승강장에서 비를 피하여 점심을 먹고 갈까 했는데, 승강장 의자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있고 주위에 소를 먹이는 우사가 있어 냄새가 진동하여 도저히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석천교회가 있는 마을 안쪽으로 올라 가보자고 한다.


아침 9시 10분경 석천교회 문 앞에서 비를 피해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아침 10시부터 일요 예배가 있어 조금 있으면 신도들이 몰려온다고 하여, 서둘러 교회 문 앞에 배낭을 풀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훤하게 벌목을 한 뒷산을 오르면서 돌아본 석천리 마을과 점심을 먹던 교회 모습이 가랑비 속에 점점 멀어지고, 몇 년 전에 벌목을 한 능선은 가시덩굴과 잡풀이 우거져 오르기가 상그럽기만 하다.


다시 돌아본 석천리 풍경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이어지는 가시덩굴 우거진 벌목 구간은 여기저기 가시가 할퀴고 하여, 이슬비 속에 걷기가 까다롭기만 하다. 까다로운 구간을 지나고 나니 최근에 벌목을 한 구간이 시원하게 앞을 틔우고, 좌측 전북 완주군 쪽으로는 대부분 벌목을 하여, 나뭇가지가 길을 막아 더러는 통과하기가 불편한 곳이 나타난다.


운산리 쪽 풍경은 옅은 안개에 운치가 있어 보이고, 450 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좌측은 벌목을 하여 확 트인 능선 마루금을 그냥 따라 가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내려갔다 오르니 옥녀봉(411.7m)을 알리는 봉우리에 올라서고, 세상에 옥녀봉이 많기도 하다 하면서, 옥녀봉 앞에 깔끔하게 벌초를 한 무덤을 통과한다.


무덤 앞을 지나 그냥 벌목 구간을 따라 별 생각 없이 그냥 진행을 하다 보니, 뒤에서 길을 확인 하라는 소리가 들려 트랙을 확인 해보고, 약 200 미터 정도 지나온 알바를 하였다며 돌아선다. 조금 전 옥녀봉 무덤 앞을 을 내려선 지점에서 우측으로 틀어 범허리재를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 길 치고 오른 걸음은 우측으로 박격포 사격장이 있어 박격포 불발탄을 조심하라는 경고문과 철조망이 처진 능선 길 따라 오르내리다가 함박봉(403m)에 올라선다.


함박봉 빗줄기 속에서 함박 웃음으로 기념사진 찍어보고 이어지는 걸음은 함박재를 건너, 옛날 밤나무 농장이었는지 밤나무가 많아 알밤이 떨어져 있는 길을 따라 소룡고개로 내려서는데, 소룡고개 절개지 위에 칡덩굴이 장난이 아니다. 거미줄이 정신 없이 얼굴에 감기는 칡덩굴 속으로 로프가 매어진 가파른 비탈을 내려서니, 도로 가에 철조망이 앞을 막아 좌측으로 칡덩굴 속으로 살금살금 기어 나온다.


촉촉한 2차선 도로가 가로 놓인 소룡고개에 내려서고, 우측 칡덩굴은 대원들이 속으로 내려오느라 울렁거린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 소룡고개에 맨 먼저 내려와 돌아보니, 당산님이 따라 나오고 이어 민트님이 따라 나오는 모습이   모두 칡덩굴 뱃속에서 기어 나오는 듯하다.


칡덩굴 속으로 빠져 나와 소룡고개를 건너고 선두팀 대원들이 모두 내려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오르막 길 올라서니, 작은 봉우리 이 곳에도 옛 날에 성터였는지 석축이 쌓여있고, 등산 지도상으로는 성태봉(371.3m)으로 기록되어 있다. 낡은 대피소 같은 정자를 지나고 허물어진 성벽을 지나 내려선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고개를 숙이더니, 도로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고내곡재로 내려선다. 확장 공사 중인 고내곡재 절개지를 건너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 거미줄과 수풀이 우거진 능선에 누렇게 익은 돌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누군가 비닐봉지를 꺼내 몇 개 따 담는다.


이어지는 걸음은 임도가 가로 놓인 누황재에 내려서고, 누황재를 건너 천호산으로 향하는 길 우측에 채석장의 가마득한 절벽이 마치 설악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우측 채석장 절벽이 오금이 저리는 길을 지나 칡넝쿨 우거진 터널을 지나고, 가시나무와 거미줄 엉키는 길을 지나니,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돌무더기 흩어진 천호산성을 지난다.


넓은 성터처럼 펑퍼짐 한 천호산 정상에는 칡덩굴과 잡초만 무성하여, 내리는 비바람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잘 안되고 주위가 어수선하기만 하다. 속이 텅 빈 천호산 오늘의 최고봉 천호산(500m) 정상목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산행 대장님과 자리 바꿔 나도 한 장 찍혀본다.

천호산 정상에서 무전으로 후미를 확인하니, 약 2시간 거리에 있다고 하여 조금 기다릴까 하였으나 걸음을 멈추면 젖은 몸이 금방 한기가 몰려들 것 같아 서둘러 하산을 하여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리기로 한다. 가을 운치가 나는 벤치가 여러 개 놓여진 길을 지나 비바람이 분산하게 불어대는 능선 길은 이제 가을 냄새를 맞으면서 걸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일기 예보에 오늘 비가 멈추고 개어서 영상 25도가지 올라간다고 하여 약간 더울 것이라 예상 했는데, 태풍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종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잠시 그쳤다 하는 어수선한 날씨가 이어진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갈매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호남고속도로와 다음에 가야 할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오늘의 종점 741도로가 있는 문드러미재에 내려선다.


새벽 4시 20분경 짙은 어둠 속에 이슬비 내리는 말골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약 25.3Km 거리에 10시간 20여분이나 소요된 우중 산행을 마치고, 오후 2시 40분경에 버스가 기다리는 문드러미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산행 길 내내 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선선하여 물이 많이 먹히지 않아 하루 종일 배낭에 지고 다니다 남은 물로 머리 감고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뽀송하다.


버스 옆에 자리를 펴고 치킨 안주에 소맥 폭탄을 마시면서 후미 대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니, 약 2시간쯤 후에 대원들이 하산을 완료하고, 모두 버스로 이동하여 향토 음식으로 알려진 삼백집 이라는 콩나물 국밥집에 들려 저녁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저녁 8시경에 포항으로 돌아와 연하재에서 재무이사님 차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한 금강정맥 4구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9.18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