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1구간 (영취산~ 장안산~ 밀목치~ 사두봉~ 수분재)
솔길 남현태
호국보훈의 달 유월로 접어든 첫 주말은 현충일이 월요일로 이어진 3일간의 황금 연휴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토요일은 출근을 하게 되고, 일요일은 오랜만에 마눌과 같이 집에 다니러 온 작은 아들을 데리고 보경사가 있는 내연산 청하골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와서, 현충일인 월요일에 약속된 호남정맥 첫 구간 산행을 위해 배낭을 꾸린다.
작년에 우연히 백두대간 완주를 마치고, 올해부터 시작한 정맥 산행길이 매달 둘째 주 낙동정맥, 셋째 주 금남정맥, 넷째 주 낙남정맥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또 첫째 주에는 호남정맥을 팀 산행으로 시작을 하자고 하여, 이번 달부터 '금남호남정맥'을 시작으로 '호남정맥'까지 이어서 가기로 한다.
정맥 산행을 하나씩 순서대로 시작하여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긴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9정맥을 종주하기 위해 산악회들의 일정과 팀산행 여건을 맞추다 보니, 한꺼번에 네 개의 정맥을 시작하여 동서남북으로 번갈아 가며 두서없이 산행을 진행하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새벽 2시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마눌이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냉동실에서 물 주머니를 꺼내서 얼음 식수를 여유 있게 준비하여 배낭을 챙긴 후 약속 장소로 나가 잠시 기다리니, 네 명이 탄 산이좋아님 차가 도착을 한다. 호남정맥 팀은 낙동정맥 팀에서 알파인님이 합세하여 5명이 환상의 팀을 이룬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함양휴게소에 들러서 아침을 먹고,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영취산 허리에 있는 무령고개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선득하니 한기를 느끼게 하여 얼른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각자 산행준비를 하고 주위에 대기중인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다섯 명이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백두대간과 금남호남 정맥의 분기점인 영취산을 향하여 가파른 길 오르기 시작한다.
영취산(1,076m)은 경상남도 함양군의 서산면 옥산리, 대곡리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지리지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산세가 신령스럽고 빼어난 산이라는 뜻이다. 불교의 성지인 고대 인도의 마가다국 수도의 사와성에 있는 영취산과 산 모양이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연유되었다고 한다.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자 섬진강, 금강, 낙동강의 분수령 이다. 그래서 '대동여지도'에서는 백운산 보다 영취산을 더 뚜렷하고 중요하게 나타나며, '신종동국여지승람'에도 영취산을 장수의 진산으로 표기되고 있다.
무령고개에 설치된 백두대간과 영취산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잠시 가파른 길 할딱거리고 오르니, 재작년 가을 백두대간 길에서 만나 눈에 익은 금남호남정맥의 출발점인 영취산에 올라선다. 재회한 영취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추억의 대간길 한 번 돌아보고, 올라온 길 따라 다시 걸어 내려와서 무령고개를 건넌다.
무령고개 건너서 장안산 오르는 계단길 입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장안산 등산 안내도를 살펴보고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는 시원한 능선 길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안개 구름 넘나드는 시원한 봉우리에 설치된 전망데크에 올라 잠시 배낭을 풀고 사방을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구름 위에 뜬 기분이고, 걸어온 부드러운 산봉우리와 가야 할 억새 능선에도 하얀 안개가 분주하게 넘나든다.
억새 능선을 따라 장안산으로 가는 길 잠시 포즈를 취해보고 흐린 날씨에 바람 시원하게 불어주는 부드러운 능선을 걷는 발걸음들이 가볍기만 하다.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백당나무 꽃 잠시 몇 장 접사를 해보고, 안개 자욱한 억새 길 지나 숲 속으로 난 나무 데크를 건너고 쪽동백 피어 있는 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은 이어진다.
안개바람 불어주는 시원한 능선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오늘의 최고봉 장안산 오르는 길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보이지 않는 정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름 모를 야생화 피어 있는 길 빗방울 피해가며 접사를 해보고, 넓은 헬기장으로 된 장안산 정상에 올라서니, 무령재에 주차 중이던 버스 4대로 단체 산행을 온 학생들이 빗방울이 제법 거칠게 떨어지는 날씨에 통제가 잘 안 되는지 흐트러진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보인다.
장안산(1,237m)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계남면·번암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소백산맥의 서쪽 비탈면을 이루며, 동쪽에 백운산(1,279m), 서쪽에 팔공산(1,151m)이 솟아 있다. 동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섬진강의 상류인 백운천으로 흘러들고, 북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계남면의 벽남제로 흘러든다. 1986년 부근 일대와 함께 장안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궂은비 내리는 오늘의 최고봉인 장안산 정상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자욱한 안개 속에 비가 내리는 장안산 정상을 내려서는 나무 계단길이 미끄럽게 느껴지더니, 정상을 내려선 능선 길에서는 비가 그치고 안개도 차츰 옅어지기 시작한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한 것이라 일천 고지 이상의 기후와 이하를 확연하게 구분 짓는 듯하다. 다시 여유로워진 발걸음은 금호남정맥 945.8m를 알리는 봉우리에 올라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포즈를 취해본다. 정상에 올라서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촬영 모드로 들어가니 이제 죽이 척척 맞아간다는 느낌이다. 사방이 녹음으로 막힌 이어지는 능선길 잠시 걸으니, 우측으로 트인 조망이 나오고 우측 나무 사이로 장수읍이 모습을 드러낸다.
묵은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능선 길 미역줄나무 꽃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올라서니, 금호남정맥 980.0m 봉우리를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걸려있고, 밀목재가 820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밀목재로 내려가는 도중에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점심 먹을 곳을 찾으며 걷다가 날씨는 흐리지만 나무 그늘에 있는 두 개의 벤치에 스틱을 걸치고 식탁을 만들어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밀목재를 향하여 떨어지는 급경사 길 무덤가에 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잠시 몇 장 접사를 해보고, 고도를 팍 낮춘 길은 2차선 포장도로가 있는 밀목재에 내려서니, 금남호남정맥을 상세하게 설명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으니, 아담한 '수몰민 이주마을'이 나오고 마을 입구에 신덕산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마을 앞에 설치된 금남호남정맥을 알리는 이정표에는 사두봉이 2.64Km 남았다고 한다. 담장밖에 야생화들을 많이 심어놓은 골목 길을 걸으며 사진에 담아본다. 섬초롱꽃, 자주달개비, 하늘채송화는 날씨가 흐려서 움츠려 있고, 패랭이꽃 사진을 찍는 동안에 앞서 간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열심히 따라가니 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논개활공장으로 오르는 길에도 미역줄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덩그런 봉우리 논개활공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활공장에서 바라본 조망은 날씨가 흐려 희미하다. 활공장에 설치된 장수군 관광 안내판과 금남호남정맥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걸음은 960.9m 팻말이 붙은 봉우리를 넘어 오늘에 종점 수분재가 5.49Km 남았다는 사두봉(1014.8m)에 올라선다.
사두봉(1,017m)은 전라북도 장수군의 번암면 사암리와 장수읍 개정리 · 덕산리 · 두산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사두봉과 건너편의 장안산 사이에 방화동 골짜기가 상류의 덕산제부터 남쪽으로 감투봉과 동화호 사이의 국포리까지 연속되다가 남원시의 요천으로 이어진다. 조선지형도(함양)에 사두봉과 방화동 계곡을 흐르는 용림천이 기재되어 있다.
산 지명은 뱀의 머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향토지에 기록된 전설에 의하면, 뱀에게 쫓기는 두꺼비를 구해준 신선이 있었다. 그는 도술로 두꺼비를 쫓아오는 뱀을 그 자리에서 산이 되게 하였다. 그런데 두꺼비는 가지 않고 그 신선을 우러러보며 그 은혜에 고마워하다 화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동산치의 건너편에 있는 산을 사두봉이라 하고, 물 가운데 있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를 섬암이라 부른다고 한다.
사두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과일과 정상주를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이어진 걸음은 878.9m 팻말이 달린 봉우리를 지나 조금은 지루하게 녹음 속으로 오르내리는 길 수분재 3.2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 우측으로 휘어지는 길에서, 잠시 트랙을 확인하고 좌우측으로 벌목을 한 마루금을 지난다.
벌목을 한 산비탈에 매실나무를 심어놓았는데, 묘목이 너무 어려서 인지 대부분 말라 죽은 듯하다. 벌목으로 조망 시원하게 트인 길 '산 꼬라지가 왜 이 모양이고' 털 뽑힌 B형 강아지 등처럼 징그러운 능선 길 엉크런 갈비뼈처럼 양쪽으로 드러낸 허연 비탈이 물길 가르는 마루금을 확실하게 나타낸다.
돌아보니 걸어온 사두봉이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다시 녹음 속으로 이어진 걸음은 임도가 가로지르는 당재에 내려선다. 임도를 건너 수분재로 향하는 길 수분재가 약 1.16 Km 남았음을 알리는데, 앞을 막아서는 봉우리는 왠지 높아만 보인다. 마지막 봉우리 넘어 수분재로 내려서는 농로 길 개망초 하얗게 피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개망초 사진을 찍으면서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도로 옆에 세워진 이정표를 지나 수분재 사거리로 향하는 길가에 늘어선 꽃 사진을 담으며, 오후 1시 27분에 금강 발원지 뜬봉샘을 알리는 수분재 표지석 앞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아침 6시 5분에 무령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1시 27분에 수분재에 도착하였으니, 오늘 산행에 7시간 22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수분재는 전라북도 장수군의 장수읍 수분리에 소재한 고개이다. 소백산맥에서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있으며 그 옆에 수분 마을이 있다. 마을의 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은 금강과 섬진강의 최상수원이 된다. 여지도서(장수)에 "수분원은 관아의 남쪽 20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해동지도 등의 대부분의 고지도에서는 모두 수분원만 기재되어 있다
수분 마을의 뒷산(신무산) 산록에는 금강의 발원천이 되는 뜬봉샘이 있다. 향토지에 의하면,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산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곳에서 보았던 봉이 하늘로 올라간 곳에 옹달샘이 있었다. 그는 하늘의 계시를 들은 이 샘의 옆에 제단과 상이암을 세우고, 옹달샘 물로 제수를 만들어 천제를 모셨다고 전한다. 이후에 옹달샘에서 봉이 떴다고 해서 샘 이름을 '뜬봉샘'이라고 했다고 하며,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된다,
택시를 타고 논개 생가터 앞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배낭을 내리고 산이좋아님이 차를 회수하러 무령고개로 다녀오는 동안 모두 식당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은 후 쇠고기 등심과 갈비살을 구워놓고 우리들만의 금남호남정맥 발대식을 성대하게 치른다. 오늘 포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민트님이 운전을 하기로 하고 남자들은 모두 마음을 풀어헤치고 하산주를 나눈다. 하산주 겸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옆에 있는 논개생가를 둘러보기로 한다.
논개 생가지 안내판에서 그간 잘 모르고 있었던 의암 주논개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논개의 성은 주씨이고, 기생이 아닌 반가의 부인으로 남편 최경희 현감을 따라 진주성 싸움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남편과 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기생으로 가장하고, 왜군 승전연에 참석하여 왜장 모곤촌육조를 진주남강으로 유인하여 함께 투신 순국한 겨레의 여인 주논개 생가가 있는 곳이란다.
논개생가의 관문인 의랑루 안으로 들어서고, 의암 주논개 상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가 생가 쪽으로 걸음을 옮겨 생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생가를 나선다. 의암 논개 상 앞으로 돌아 나와 어릴 적 논개가 놀던 단아정 앞으로 다가가서 연못에 핀 수련을 줌으로 사진에 담아보고, 의랑루 앞으로 걸어 나온다.
밖에 있던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모두 생가 안으로 구경하러 들어가는 동안 혼자 관문 의랑루 위에 올라가서 의암 주논개 상이 있는 곳을 살짝 당겨보니, 대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호남정맥 발대식은 푸짐하고 성대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막을 내리고, 주논개 생가지를 돌아 나와 슬리퍼 발을 모아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자동차로 돌아와 포항으로 향한다.
새벽 2시에 포항에서 달려와 일찌감치 금남호남정맥 1구간 산행을 끝내고, 택시기사의 소개로 유일한 장수의 명소라고 하는 의암 주논개 생가지 앞 식당에서 장수 한우 고기로 느긋하게 하산주를 나누며 저녁을 먹은 후 옆에 있는 논개 생가지에 들렸다가, 술을 마시지 않은 민트님이 운전을 하여 포항으로 향한다.
포항으로 오는 도중 느긋하게 휴게소에 들려가며, 원거리 산행치고는 조금은 이른 시간인 저녁 8시경에 포항에 도착한다. 모두가 남구 대이동 쪽에 살고 있으면서 북구에 살고 있는 나를 배려하여, 고속도로에서 바로 장성동으로 둘러서 내가 제일 먼저 내려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 금남호남정맥 첫 구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6.0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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