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수필

호남정맥 14구간 (개기재~ 계당산~ 예재~ 곰치)

호젓한오솔길 2018. 10. 26. 11:52

 

남정맥 14구간 (개기재~ 계당산~ 예재~ 곰치)


                                                         솔길 남현태


때이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진난 주 12월 21일 오후 4시 30분경 제천의 8층짜리 건물 스포츠 센터에 불이 나서 29명이 사망했는데.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무려 20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2층 건물 안에서 갇혀 망치로 유리 창을 깨려고 해도 깨지지 않는다며 119와 가족들에게 살려달라고 전화를 하고, 가족들이 소방관에게 2층 여성 사우나에 사람이 있으니 창문 유리를 깨야 한다고 수 없이 이야기 했는데도 강화 유리를 깨지 않아 끝끝내 2층에서는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하고 20명 모두가 질식사 했다고 한다.

 

벌건 대낮에 수십 층도 아닌 바로 손이 닿을 듯한 눈 앞에 있는 2층에서 20명이나 질식하여 죽어가는 몇 시간 동안 소방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한심스럽기가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눈 앞에 2층 유리창문 안에서 동물도 아닌 사람들이 독가스를 마시고 몸부림치며 죽어가고 있다는데, 소방관들은 밖에서 물이나 뿌리고 있었다고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소방차 진입 도로가 자동차들로 막혀 어렵게 접근한 소방서 사다리 차는 사다리가 펴지지 않아 꾸물거리고 있는 동안 민간인 사다리 차가 건물에 접근하여 3명을 구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참사를 정치에 이용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세월호 침몰이 잠수함 충돌이라는 괴담 같은 것이나 만들어 정부를 흔들고, 촛불 민심을 부추겨 정권을 찬탈한 일부 정치인들은 죽은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했다고 한다. 특별조사위원회도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정치 한풀이만 했을 뿐이라 한다.


남한이 햇볕정책에 몰두 하는 동안 몰래 핵 개발을 완성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좌파 정부는 적폐 청산만 외치며 지난 보수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되어 보수 정적들의 씨를 말리고 있으니, 말 그대로 다사다난 한 정유년 한해도 아비규환 속에 저물어가는 허무한 성탄절 연휴를 맞이한다.


일요일에 팀산행으로 진행중인 호남정맥 길을 이어가려고 하였는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여 호남정맥을 하루 미루어 25일 크리스마스 날에 가기로 하고, 일요일은 포항 산마루클럽 산악회를 따라 가까운 구미 금오산으로 우중산행으로 다녀왔어 축축하게 젖은 배낭과 신발을 말리고 있는데, TV 에서 성탄절 이브 라고 떠들어 대고 있으니, 새벽에 떠날 호남정맥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마눌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어제 미루어 두었던 호남정맥 14구간을 산행을 위해 새벽 3시에 포항시 남구 이동사거리에서 만나 출발하기로 하여, 새벽 1시 50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추어두고 밤 10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평소에 늘 늦게 자는 버릇이 있었어 인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잠결에 마눌이 부엌에서 도시락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 산행을 하게 될 호남정맥 14구간은 지난 번에 산행을 마친 전남 화순군 이양면과 복흥군 복내면을 가르는 개기재에서 출발하여 계당산, 예재, 온수산, 시리산, 봉화산, 추동재, 가위재, 고비산, 덕암산, 큰덕골재, 군치산, 뗏재, 숫개봉, 봉미산을 오르내리다가 곰치에 이르는 약 27Km의 거리에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이 예상된다.


포근한 날씨에 비가 내린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다시 한파가 몰려와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라고 하여 옷차림을 단단히 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이동 사거리 상가 앞에 주차를 하고 잠시 기다리다가 약속 장소에 5명이 모여서 산이좋아님 차로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강천산 휴게소에 들려 제육볶음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아침 8시경에 지난 번에 하산을 한 개기재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가 차갑게 느껴진다.


모두 덜덜 떨면서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어설픈 걸음으로 산자락에 접어드니,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듯하다. 작은 산봉우리 하나 넘으니, 금방 예열이 된 몸은 땀이 난다고 바람막이 겉옷을 벗으라 한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어제 비가 내린 후 간밤에 싸락눈을 살짝 뿌렸는지 낙엽 위에 내린 싸락눈이 얼어 약간 미끄럽게 느껴진다.


계당산 헬기장을 알리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조망이 좋은 곳에 넓은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민두룸한 넓은 능선은 이 곳이 계당산 철쭉제가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넓은 데크 전망대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계당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멋진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헬기장처럼 생긴 넓은 공터가 있고, 헬기장 한쪽에는 소나무 그늘에 공연 무대도 설치되어 있다.


계당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낙엽 위에 하얀 싸락눈이 떡고물처럼 골고루 뿌려져 있고, 철쭉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정겨운 오솔길은 가슴처럼 볼록하게 부풀어오른 계당산 정상에 이른다. 사방이 시원스럽게 트인 오늘의 최고봉 계당산(580.2m)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계당산 정상에서 돌아본 넓은 철쭉 군락지 능선과 올망졸망 산줄기들 너머로 멀리 지난 여름에 걸어온 무등산 모습이 어느덧 가마득한 옛 추억처럼 눈 앞에 아른거린다. 계당산 정상에 고운산정과 독수리오형제 리본을 달아놓고, 비 그친 맑은 창공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오르락 내리락 정겨운 발걸음 이어간다.

 

양지바른 낙엽 길에서 배낭을 풀고 과일과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노닥거리던 걸음은 모두가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맨 뒤에 따라 가면서 연방 셔터를 눌러본다. 별로 내 세울 것도 볼 거리도 없이 거기가 거기 같은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나지막한 봉우리와 능선 길은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볼을 스치는 찬바람 소리뿐. 평온한 능선 길에서는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료함을 달래준다.


부드러운 내리막길 내려서면 잠시 숨을 가쁘게 하는 오르막이 앞을 막아서고, 미끄러운 낙엽 길에 바둥거리다 보면 산정에 올라서더니, 아래로 터널이 지나가는 한적한 예재에 구 길에 내려선다. 예재에 설치된 계당산 등산로 안내판과 보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예재의 이정표, 한적한 예재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길 건너 온수산을 향하여 가파른 낙엽길 밀고 올라간다. 


평범한 능선에 온수산(395m)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있는 곳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황금빛 낙엽이 깔린 능선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잠시 솟구치더니, 봉화산(465.3m) 팻말이 걸린 봉우리에 올라선다. 조망이 없는 봉화산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본다.


잠시 이어가던 걸음은 바람 잠잠한 양지쪽 낙엽 위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펼치고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나니, 배낭이 가벼워진 발걸음들은 낙엽 길을 달려 나가다가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무명 봉우리에서 독수리오형제 리본을 달고 간다.


멀리 무등산에서 이어져 온 산봉우리와 능선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무명봉우리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좌측으로 임도가 올라온 가위재를 건너 새파란 하늘빛 바라보며 팻말이 달린 고비산(422m)에 올라선다. 고비산 정상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이어지는 걸음은 앞쪽에 어린 소나무들이 우거진 능선으로 조망이 확 트이는 봉우리를 지나 임도가 가로 지르는 큰덕골재에 내려선다. 여차하면 약 19Km 지점인 이곳 큰덕골재에서 탈출을 하기로 하였으나 오늘은 시간이 여유가 있어 보이고 모두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이어지는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 보다 까탈스럽다. 까칠한 산죽길 지나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군치산(414m)을 알리는 거친 봉우리에 올라서고 잠시 가파른 내리막 길 달려 내려가니 팻말이 달린 잘록한 뗏재를 건넌다. 이어지는 나뭇가지 할퀴는 까칠한 오르막 길은 바위들을 타고 오르는 거칠고 까다로운 능선에 우측에서 불어보는 바람 끝이 차갑게 느껴진다. 


바위능선 전망대에서 돌아 본 풍경은 걸어온 겨울 빛 마루금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발 아래 꼬불꼬불한 임도는 골짜기 솔피 마다 속살 깊숙이 파고든다. 거친 바위 능선길 올라선 무명 봉우리에는 늙은 참나무 가지에 매달린 산님들의 오색 리본이 겨울 찬 바람에 분주하게 나부낀다.


이어지는 낙엽 등산로는 농장으로 올라오는 임도에 내려서서 작은 봉우리 올랐다가 다시 농장으로 내려서는 길은 사나운 개 두 마리 정신 없이 짖어대는 농장을 건너고, 억새 나부끼는 농장 언덕배기 올라 잠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은 벚나무에 산님들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열린 숫개봉(469m)에 올라선다.


오색 리본 달린 숫개봉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마지막 봉미산을 향하여, 재촉하는 발걸음은 지척에 건너다 보이는 봉미산으로 이어지는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오르락 내리락 몇 번을 요동을 치더니, 가파르고 까다로운 이 길을 오르면 바로 봉미산인 줄 알았는데, 올라 보니 조금 더 높은 봉우리가 멀찌감치 보이기를 여러 번 한다.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이 곳이 봉미산인 줄 알고 우리 리본도 달았는데, 근처 바로 옆에 봉미산(505.8m) 팻말과 리본들이 달려있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봉미산에서 기념사진 찍은 후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하고 일몰 시간에 쫓긴 서두른 발걸음은 저물어가는 산길을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고도를 낮추어 사방이 어두워지는 오후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곰치에 내려서니,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아침에 출발한 개기재로 향하는 길에 포항에 또 지진이 났다고 하여 마눌에게 전화를 했더니, 진도 3.7 지진에 건물이 많이 흔들렸다고 한다. 개기재에 도착하니, 택시비가 28,800원이 나와 3만원을 지급하고, 서둘러 포항으로 달려오는 도중에 지리산 휴게소에 들려 얼큰한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은 후 조금 늦은 시간인 밤 10시 40분경에 이동사거리에 도착한다.


상가 앞에 세워두었던 내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요즘 아파트 내에 자동차가 많이 늘어났는지, 오늘처럼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돌아오면 주차를 할 곳이 없어 애를 먹는다.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장 마다 뱅뱅 돌다가 할 수 없이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 도로변에 아무데나 주차를 하고 투덜투덜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 14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 해본다. 

(2017.12.2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