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창포지 벚나무

호젓한오솔길 2019. 4. 17. 16:05

 

창포지 벚나무


                    솔길 남현태


코흘리개 처럼 예쁜 명찰 달고

저수지 재방 지키는 늙은 벚나무

사십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산 너머 나루 끝에 사는 친구와

자전거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


일제 때 낡은 터널 두 개 지나

후미진 강촌에 왔을 때

호젓한 못 둑에 홀로 선 거목은

화사한 벚꽃 그늘 드리운

한결같은 마음으로 반겨주었다


시원한 그늘에 자전거 세우고

흘린 땀 식히며 같이 쉬어가던

여기가 고향인 키가 큰 그 친구는

세월 속에 안부 알 수 없건만

같이 늘어가는 처지가 된 벚나무는


못 둑에 뿌리내려 한평생 살다가

포항에서 제일 큰 어른 대접 받으며

해마다 화사한 꽃 피우고

줄을 잇는 시민들 안식처 되어

가마득한 창포지 전설을 들려준다.


(201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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