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지 벚나무
솔길 남현태
코흘리개 처럼 예쁜 명찰 달고
저수지 재방 지키는 늙은 벚나무
사십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산 너머 나루 끝에 사는 친구와
자전거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
일제 때 낡은 터널 두 개 지나
후미진 강촌에 왔을 때
호젓한 못 둑에 홀로 선 거목은
화사한 벚꽃 그늘 드리운
한결같은 마음으로 반겨주었다
시원한 그늘에 자전거 세우고
흘린 땀 식히며 같이 쉬어가던
여기가 고향인 키가 큰 그 친구는
세월 속에 안부 알 수 없건만
같이 늘어가는 처지가 된 벚나무는
못 둑에 뿌리내려 한평생 살다가
포항에서 제일 큰 어른 대접 받으며
해마다 화사한 꽃 피우고
줄을 잇는 시민들 안식처 되어
가마득한 창포지 전설을 들려준다.
(201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