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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배우자

호젓한오솔길 2006. 1. 11. 20:42
 

           산을 배우자             이당 안 병욱

                       

산과 물은 자연의 정다운 두 형제자매(兄弟姉妹)다.

산이 있는 곳에는 물이 있어야 하고, 물이 있는 곳에는 산이 있어야 한다.

산은 물을 그리워하고 물은 산을 사랑한다.

산과 물은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친밀한 호응적 존재다.

산과 물이 서로 조화(調和)를 이룰 때 자연미(自然美)는 극치를 이룬다..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 산의 품속에 안겨라.

깊은 영감(靈感)을 원하거든 산을 찾아가라.

신의 창조물 중에서 산은 으뜸가는 작품이다.

산은 높다. 천지만물 중에서 산처럼 높은 것이 없다.


만고의 침묵 속에 하늘을 향하여 우뚝 솟은 고산준령은 우리를 숙연케

하고 우리에게 경건(敬虔)과 엄숙과 침묵의 위대한 덕을 가르친다.

시성(詩聖) 괴테는 알프스의 설산(雪山)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도

깊은 감동을 받아 부지불식간에 모자를 벗고 "알프스여 안녕하십니까"

하고 정중하게 절을 하였다.


산을 권위를 상징한다.

높은 산은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기쁘고 흐뭇하다.

우리는 침묵을 배워야 한다.

산은 크다. 산처럼 큰 존재가 없다.

높은 봉우리가 중중첩첩(重重疊疊),큰 맥을 이루며 줄기줄기

병풍처럼 뻗어나간 광경은 천하의 일대장관(一大壯觀)이다.

그것은 자연의 장엄무비(莊嚴無比)한 미와 힘의 파노라마다.


나는 비행기에서 히말라야의 높은 설봉(雪峰)과 알프스의

큰 준령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 속에는 벅찬 감격의 진동이 일어났다.

흰 구름이 머무는 푸른 산, 울울창창한 숲으로 덮인 커다란 산,

흰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높은 산,

산이 없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산은 친구처럼 다정하고 스승처럼 준엄하다.

물이 동(動)과 변화의 천재라면 산은 정(靜)과 부동(不動)의 천재다.

산은 요지부동이요, 견인불발(堅5忍不拔)이요, 태연자약(泰然自若)이다.

산은 늠름한 대장부의 영용한 기상을 상징한다.


왜적과의 대 해전을 앞에 둔 충무공(忠武公)은 진중서한에서

그의 심정을 간결하게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정중여산(靜重如山)"

조용하고 무겁기가 산과 같다.

우리는 산처럼 정중한 마음으로 큰일을 처리해야 한다.


산의 장엄을 배워라. 산은 깊다.

산 속에는 신선이 살고 신령이 깃들인다고 우리의 선인들은 믿었다.

그래서 선봉(仙峰)이라고 하고 영산이라고 일컬었다.

선(仙)과 속(俗)자는 뜻이 깊다.

산 속에 사는 사람은 신선이요,

골짜기(谷)에 사는 사람은 속이(俗人)이다.

좁고 낮은 골짜기에 살면 속물이 되기 쉽다.

깊은 산에는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있고,

영기(英氣)가 넘치고, 정기(精氣)가 충만하다.


산은 깊숙하기 때문에 유수(幽邃)한 계곡이 있고 기기괴괴한 바위가 있고,

맑은 샘이 있고, 울창한 숲이 있고, 아름다운 화초가 있고,

푸른 잔디밭이 있고, 정정한 나무가 있고, 온갖 새와 뭇짐승이 있다.

산은 유현(幽玄)하다.

그래서 도를 닦는 사람은 심산유곡을 찾아간다.

산은 명상의 장소요, 묵상의 학교요, 수덕의 도장이요,

영감의 산실이요, 입신(入神)의 성역이다.


깊은 산의 맑고 싱싱한 공기는 우리의 심신을 강화 시키고,

우리의 영혼을 정화(淨化)시킨다.

산의 태연을 배워라.

그래서 지혜의 큰 스승이었던 공자는 이렇게 갈파했다.

"지자요수(知者樂水),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동(知者動),

인자정(仁者靜), 지자락(知者樂), 인자수(仁者壽).<논어 옹야편>


지자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안심입명의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만고부동의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조용하다.

지자는 생을 즐기고, 인자는 수분지족(守分知足)하므로 장수한다.


산은 높고, 크고, 깊다.

산의 침묵을 배우자, 산의 장엄을 배워라.

산의 태연을 배우자.

자연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