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황사에서 만난 꽃
우리 동네에서 동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화장품 가게 앞 1m 정도
높이로 만들어진 시멘트 화단에 어성초라고도 불리는 약모밀 꽃이 피었다. 작년에 처음 발견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에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잘
찍으려고 하다가 다 뽑아버려 마음먹은 대로 찍지 못했다. 반 평도 안된 그 화단엔 영산홍이 심어져 있어 그 꽃 사이에 있는 것을 잡초로 알고
뽑아버린 것이다.
봄이 되어 그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새싹이 나오는지 살폈지만 쉬 발견되지 않았다. 체념하고 있다가 며칠 전 차를 타고 넘어가는데, 영산홍 잎 사이에 뭔가 하얀 것이 눈에 비친다. 얼른 차를 세우고 살핀 즉, 막 피어나려는 약모밀 꽃 송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뿌리가 다 뽑히지 않았는지 여기저기서 꽃봉오리가 솟아오른다. 그러다 지난 일요일 해남에 있는 미황사(美黃寺)에 갔는데, 대웅전 앞 화단에 저렇게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 매혹적인 꽃, 그 이면엔
'염불보다는 젯밥'이라고 보물 제947호 미황사 대웅전보다 꽃이
반가워 열심히 찍고 있으려니까 한 젊은 아줌마가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어성초 또는 약모밀이라고 한다 했더니,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쌍떡잎식물 후추목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이 약모밀은 일본, 중국, 히말라야, 자바 섬에서 자생하며 응달진 숲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귀화한 식물인데 한 때 울릉도, 안면도, 거제도 등에도 서식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던 것이 뛰어난 약효가 있다고 여기저기 재배하다 보니, 여유가 있는 분들이 종자를 나누어다 심으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하얗게 꽃잎처럼 보이는 네 잎은 꽃잎이 아니라 총포(總苞)다. 산딸나무도 그렇지만 이 꽃은 꽃잎이 없어 저것으로 곤충을 유인하고 꽃은 짧은 꽃줄기 끝에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3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이루어진다.
♧ 그 이름에 대하여
'약모밀'이라고 한 것은 메밀의 잎과 비슷하고 약용으로 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고구마 잎과도 비슷한데 불그스름한 기운이 돌기 때문에 메밀 줄기를 떠올린 건 아닐까? 같은 과에
속하는 삼백초의 이름도 그 모양에서 연유한다. 뿌리와 꽃과 꽃에 가까운 잎이 흰색으로 변한다. 어제 시청 가는 길에 작년 찍었던 골목에서 막
피기 시작한삼백초를 보았다. 얼마 없어 이 곳에 등장할 것이다.
'어성초(魚腥草)'란 이름은 그 잎을 건드리면 물고기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건드려 보았더니, 그렇게 싫은 냄새만은 아니고 박하향 같은 상큼함도 섞이었다. 생선 비린내에 절은 사람은 그
냄새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것이고, 워낙 그 쪽을 싫어하는 사람은 역겨워 구토가 날 것이다. 무릇 인간에게서 풍기는 체취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사람이 좋으면 역한 체취도 좋아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코를 잡고 물러서는….
♧ 항균력이 뛰어난 약모밀
약모밀은 지구상에 있는 식물 중 항균작용이 가장 강력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인 '썰파민'을 능가하며, 대장균, 적리균, 파라티푸스균, 임균, 포도알균, 사상균, 백선균, 무좀균 등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래서 갖가지 염증성 질병에 치료 효과가 놀랍다. 꽃이 피기 전 전초를 이뇨제와 구충제로 사용하고, 잎을 짓찧어 종기에
붙이거나 독충에 물렸을 때 바른다.
민간에서는 부스럼, 화농, 치질에 사용하고, 한방에서는 임질,
장염, 요로감염증, 폐렴, 기관지염 약에 쓴다. 농약을 마셨을 때도 3∼4일 이내에 약모밀 생즙을 먹이면 후유증 없이 치료된다고 하며, 근래에는
정력증강 및 항암작용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옻이 몸에 올랐을 때나 여드름에도 효과가 있다 한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건강보조식품에 피부 미용, 체중 감량, 체내 독소 제거, 염증 완화 등의 목적으로 첨가되고 있다.
♧ 원자 폭탄을 이긴 식물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폭발된 직후에는 그 땅에서 살아남을
생명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쑥과 어성초가 돋아났다 한다. 그러기에 어성초는 체내 독소를 배설하게 하고
피부 미용에 좋은 생약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해독초' 또는 '미용초'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요즘 미용비누나 화장품, 화장수
등에도 첨가되고 있다.
그리고 약모밀은 해독 능력이 뛰어나 환경오염과 일상생활에서 각종 독에 절어있는 현대인을 독성물질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배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어성초의 강한 해독 및 살균능력 때문인지 재배지 30m 이내에는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왕성하게 자란다고 한다. 집 뜰이나 화단이 여유가 있다면 몇 포기 심어보면 어떨는지?
♬ Silver Lake Garden/New Age Tetaekyo
'♥ 오솔길 자료실 ♥ > 산야초,약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둥굴레꽃 (0) | 2006.01.28 |
---|---|
[스크랩] 녹차밭 & 녹차꽃 (0) | 2006.01.28 |
[스크랩] 인동초 (0) | 2006.01.28 |
[스크랩] 호박씨 (0) | 2006.01.27 |
[스크랩] 변비에 고구마.감기에 배추국 (0) | 200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