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산(淸溪山·618m)은 수도 서울 한강 이남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서울 서초구와 성남시 수정구, 의왕시, 과천시에 둘러싸인 청계산은 예로부터 과천을 경계로 솟아오른 관악산(冠岳山·631m·백호산)과 견주어 청룡산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명산 대접을 받아왔다. 이는 높이에 비해 굵고 기운찬 산줄기를 여러 가닥 뻗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많은 데다 정상인 망경대(望景臺)를 비롯해 매봉(583m), 이수봉(貳壽峰·545m), 국사봉(國思峰·540m) 등 암팡진 봉우리들이 여럿 솟구쳐 올라 큰 산 못지 않은 산세와 조망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청계산은 산이 깊다보니 난세 때 은둔처로도 자주 이용됐다. 망경대는 목은 이색(李穡·1328~1396)과 송산 조견(趙·1351~1425)이 은거 중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를 그리워했고, 일두 정여창(鄭汝昌·1450~1504)과 그의 후학들이 권력의 무상함을 한탄하며 유거했던 터였다 전한다. 이수봉은 정여창이 무오사화의 변고를 예견하고 은거해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고, 국사봉은 이색이 옛 나라 고려를 그리워하던 봉우리여서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예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은거의 산으로 역사에 등장해온 청계산은 1980년대 이후 수도권이 확대되면서 주변 주민들에게 허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짙은 숲에서 맑은 공기가 나올 뿐 아니라 심신수련장 역할을 충실해 해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휴일, 평일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
- ▲ 매봉 북릉상의 조망명소. 동으로 구리시 일원에서 서로 김포에 이르기까지 서울시 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
과천매봉~망경대~서울대공원
청계산 산행 코스는 서초구 원지동 원터골 마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옛골 마을과 금토동,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문원동, 의왕시 포일동과 청계동 등 기점이 워낙 많아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중 전철 기점 산행지로 대표적인 코스를 꼽는다면 전철 4호선 대공원역을 출발해 과천매봉(369.3m)~망경대(618m)~매봉(583m)~옥녀봉(375m)까지 능선을 주파한 다음 옥녀봉 서릉을 타고 서울대공원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들 수 있다.
지하철 노원구 당고개역과 오이도를 연결하는 전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서울대공원과 청계산이 바라보인다. 과천매봉 산행기점은 구 복돌이놀이동산(원숭이학교·현재 폐쇄)이다. 서울대공원을 마주본 상태에서 오른쪽 주차장을 가로질러 과천저수지로 이어지는 널찍한 도로를 따르다 오른쪽 오르막 아스팔트길을 따르면 잇월드(It World)를 지나 구 복돌이놀이동산에 닿는다. 놀이동산 펜스를 끼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곧 능선길로 이어지는데, 놀이동산에서 계속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르다가 배드민턴장 맞은 편 산길로 접어들어도 과천매봉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능선에 접어든 다음 문원동 갈림목(급수시설물 직전)과 안동 권씨 묘를 지나면 갈림목이 나온다. 능선 길은 매봉 정상으로 이어지고, 왼쪽 허리길은 매봉 제1약수와 제2약수를 거쳐 매봉 북릉으로 올라붙는다. 능선길보다 약수 길이 훨씬 유순한 편이며, 약수터마다 식수 합격을 받은 물이 잘 나오고 있다. 제2약수터를 지나 지능선에 올라서면 펜스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
- ▲ 옥녀봉 서릉에서 바라본 청계산 망경대에서 과천매봉(맨 오른쪽 봉)으로 이어지는 산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
약수터길과 주능길은 합쳐지자마자 또다시 두 갈래 길로 나뉜다. 왼쪽 길은 과천매봉 북동사면을 가로질러 과천매봉 동릉 잘룩이로 이어진다. 대개 조망을 즐기기 위해 데크 길을 따라 과천매봉에 올라선다. 정상부 전체를 데크로 덮어놓은 과천매봉은 특히 관악산 조망이 뛰어난 조망포인트다.
과천매봉을 넘어서면 청계산 정상 망경대 일원을 마주보면서 진행된다. ‘청계사 920m, 이수봉 2,120m, 국사봉 3,260m, 과천매봉 1,120m, 이미마을 3,620m’ 안내판이 선 헬기장을 지나 소나무숲이 우거진 완경사 능선길을 따라 15분쯤 가면 청계사 갈림목(청계사 280m, 이미마을 4,60m, 이수봉 1,480m, 국사봉 2,620m)이 나오고 완경사 오르막을 10분쯤 오르면 또다시 청계사 갈림목(430m)이 나온다.
이후 커다란 바위가 많아 사뭇 거친 오르막길을 거쳐 15분쯤 오르면 북쪽이 터진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기암절벽이 곧추 선 망경대와 서울대공원, 관악산 조망이 멋드러진 곳이다. 여기서 완경사 능선을 100m쯤 나아가면 절고개 삼거리(510m)에 올라선다. 곧장 뻗은 능선을 따르면 이수봉을 거쳐 국사봉(하오고개)이나 옛골로 내려설 수 있다.
망경대로 가려면 절고개에서 왼쪽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널찍한 안부로 내려서야 한다. 중식장소로 애용하는 안부에서 계속 능선을 따르면 석기봉 정상으로 올라서고, 왼쪽 길은 마왕굴을 거쳐 혈읍재, 오른쪽 길은 망경대 통신시설을 우회하여 망경대 북릉으로 이어진다. 능선길을 따르다 암봉에 올라서려면 정상 직전 바위 잘룩이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짤막한 바위 턱과 크랙이 애를 먹이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과천과 관악산뿐 아니라 남쪽 광교산 일원을 한눈에 바라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석기봉에서 빤히 보이는 망경대 정상에는 통신·중계시설이 들어서 있어 접근이 불가하므로 왼쪽 사면길을 따라 우회해야 한다. 가파른 북릉을 내려서면 혈읍재. 여기서 오른쪽 길은 옛골, 왼쪽 길은 마왕굴로 이어진다.
혈읍재에서 직진,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10분쯤 가면 또다시 옛골로 빠지는 산길이 나온다. 혈읍재보다 이용빈도가 높은 옛골 하산로다.
-
- ▲ 휴일이면 등산인들로 붐비는 대공원역.
-
이후 짤막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서울시가 통째로 바라보이는 매봉 정상. 데크가 깔린 정상 조망대에 서면 동으로 천마산~철마산 줄기와 불암산과 수락산, 도봉산과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산들과 그 안쪽으로 덕소 일원에서 시작해 김포평야를 감싸안으며 흘러내리는 한강 남북으로 콘크리트 건물이 숲을 이룬 수도권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분당과 수원 일원의 조망 또한 뛰어난 매봉 정상에서 옥녀봉으로 향하는 사이 갈림목이 세 차례 더 나온다. 첫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능선길로 접어들면 청계골이나 원터골로 내려서고, 두 번째(원터고개)나 세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로 30~40분이면 먹거리가 발달된 원터골로 내려설 수 있다.
세 번째 갈림목에서 펜스 철문을 빠져나가면 대공원 동쪽 순환도로로 내려서지만 이보다는 갈림목에서 10분 거리인 옥녀봉에서 왼쪽(서쪽) 능선을 따라 서울대공원으로 하산한다. 능선길은 망경대 조망 포인트이기도 한 바위 지대에서 왼쪽 사면으로 내려선 다음 지능선을 따르다 허릿길로 바뀐다. 도중에 밑으로 빠지는 길은 계곡을 따르다 현대미술관과 예술공연장 사이의 도로로 내려선다.
엉뚱한 데로 빠지는 기분이 들 만큼 길게 이어지는 허릿길은 계곡을 가로지르고 능선 사거리로 올라선 다음 펜스를 끼고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른다. 사거리에서 능선을 넘어서면 과천경마공원으로 내려선다. 이 경우 경마공원역에서 4호선 전철을 탈 수 있다.
사거리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완경사 능선길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서울대공원 외곽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도 서울대공원관리사무소까지 갈 수 있으나, 인도가 없고 노폭이 좁은 데다 커브가 심해 걷기에는 위험하다. 따라서 도로를 횡단하여 건너편 산줄기를 넘어서도록 한다. 능선을 내려서면 공원관리사무소 앞 삼거리다. 여기서 서울대공원역까지는 700m 거리다.
서울대공원역 기점 청계산 종주산행은 산행시간만 5시간은 잡아야 하지만 각자 체력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서도록 한다.(약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