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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덕골 황금샘, 동대산

호젓한오솔길 2009. 11. 7. 16:22

 

 

내연산 덕골 황금샘, 동대산

 

 

                                          솔길 남현태

 

 

금주에는 일요일 산악회에서 재약산 산행이 있다. 토요일 혼자 산행을 하려고 어제부터 장소를 물색하다가 결국 정하지 못하고, 아침에 7시에 컴퓨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인터넷을 뒤지다 내린 결론이 그래 오늘은 고향으로 가자. 그리고 얼마 전 매스컴을 탄 덕골 황금 샘을 찾아보고 내연산이나 휑하니 다녀 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산행기를 찾아 읽어보고 지도를 챙긴다. 아무리 산불경방기간 이라 하여도 고향에 가면 마음 놓고 산행을 할 수가 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집을 나와 고향인 상옥으로 향한다. 상옥에 도착하여 마을로 들어가는데 초등학교 동기 중영이와 춘희가  말숙히 차려입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기에 옆에 차를 멈추며 빵빵 울린다. 깜짝 놀라며, 오늘 마을에 결혼식이 있어서 대절 버스 타러 가는 길이란다. 춘희 왈 종내기 만날 혼자만 등산 다닌다며, 차 안에 혹시 누가 타고 있는가 싶어 고개 들이밀고 두리 두리 살핀다. 중영이 왈 예쁜 아줌마라도 하나 태워서 오지 왜 혼자 산에 다니느냐고 하며 농을 건다. 어느 바보가 고향에 오면서 애인을 태우고 오겠노, 하며 서로 웃어넘기고 고향집으로 향한다.

 

시골집 뒤 신작로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들어가니 어머님이 친구 분과 방안에 계시다가 놀라신다. 며칠 전까지 포항에 계시다가 이틀 전에 시골에 들어오셨다.방에 들어갈 시간 없으니 산에 먼저 갔다가 올 때 들리겠다고 하면서 선걸음으로 나선다. 마을을 지나가는 길에 아는 분 몇 분을 만나서 차창으로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상옥에서 하옥 가는 길은 넘절 재를 넘으면 바로 비포장도로다. 간밤에 비가 조금 내려 노면이 곱다. 덕골입구 마두교에 09시 40분에 도착하여 마두교 옆에 얌전히 주차를하고,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여 신들린 듯 덕골 입구로 빨려 들어간다. 날씨가 가물어서 개울물이 별로 없다. 계곡으로 올라갈수록 주위의 경관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개울 합수부에서 좌측으로가면 뒷골, 우측 덕골로 올라가니 암벽과 개울물이 어우러진 진풍경이다. 름다운 절경에 그냥 입만 따악 벌리고 협곡을 쳐다보며 연방 셔터만 눌러대건만 바위가 하도 커서 자꾸 귀퉁이만 찍힌다. 뒤돌아 본 전경 기가 막힌다. 여기가 설악산인가 싶다.

 

우측 작은 계곡에서도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나오고, 계곡을 요리조리 따라올라 가다가 물소리와 함께, 가뭄으로 물줄기가 가느다란 비스듬히 드러누운 와폭을 만난다. 와폭이 나오면 상부에  황금샘이 있다고 한다. 폭포 상류에 올라서니 작은 바위 아래 황금샘이 좌측에 보인다. 황금샘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며 주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둔다. 황금샘 위의 바위에 누군가가 돌탑으로 표시를 해 두었다. 바위 밑에서 올라오는 금샘의 온천수는 주위에 물보다 약간 미지근한 온수다.

 

황금샘은 얼마 전 SBS 방송에서 취재하여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겨울에 주위의 새하얀 눈 속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이 올라와 얼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들은 적이 있지만 직접 찾아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철분이 있어서인지 주위의 바위가 붉은색이다. 여자들 미용에도 참 좋다고 방송에서 이야기 했는데..?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얼마쯤 올라가니 계곡이 갑자기 건천으로 변하고 만다. 계곡엔 물이 없고 낙엽만 쌓여 있다. 이런 건천을 호젓하게 주위를 감상하며 오른다. 물구나무 서기를 한 서커스의 여인 모습을 한 괴목이 웃음을 자아낸다. 물은 다 어디로 가고 바짝 말랐을까. 개울 바닥 암반 속으로 흐르는가 봅니다.

 

칭칭 감긴 다래 넝쿨이 눈길을 끈다. 꼬이고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바위에 붙어 장관을 이룬 나무 바위를 보지 말고 나무를 봐 주어야겠다. 바위틈을 파고드는 모습이 참 고달픈 삶 그 자체인듯합니다. 거대한 암벽이 앞을 막은 모습이 잠시 설악산에 온 기분이 든다.

 

어. 드디어 개울에 물이 있다. 개울 바닥 속으로 물이 소리를 내며  빨려들어 가는 기분이다. 여기는 암반이라 물이 많이 있다.

낙엽이 폭포를 메우고 낙엽 국밥인가. 바위에 흘러내리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정겹다. 방울방울 작은 폭포를 이루고 여기가 마지막 폭포다. 폭포 뒤로 바로 올라가야 하는데 위로는 길이 없어 보이고, 우측 비탈에 리본이 주렁주렁 달렸기에 따라올라 갔는데 그 길이 고생길이 될 줄이야.

 

한참을 올라가다 길을 잃어버리고 넝쿨 우거진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계곡길은 낙엽이 무릎까지 차서 도저히 걸어서 올라가기가 힘이 든다. 하여 계곡을 버리고 우거진 비탈길을 오른다. 헉헉대며 30여 분을 올랐을까 나지막한 능선 부에 올라 능선을 따라 오르니 훨씬 수월하다. 고생 끝에 능선 부에 도착하여 따라 오른다. 휴~ 향로봉에서 내연산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

 

드디어 내연산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석이 반긴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삼지봉 표지판 옆 길을 따라 동대산으로 향한다. 동대산 가는 길은 낙엽이 환상적이다.

 

경방골에서 올라오는 많은 산행 행렬을 만났는데, 인사를 하다가 나를 보고 많이 본 사람같이 안면이 있다고 하며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산으로 가는길'에서 산행기를 보고 알게 되었단다. 길게 늘어져 오는 행렬 중에서 오늘따라 인사를 하면 멋쟁이 아저씨가 왜 자 산에 다니세요. 하면서 몇 번이나 아줌마들이 말을 건네온다.  "같이 다닐 사람이 없어서요." "혼자가 편해요." 로 답한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오늘은 걸음이 한층 더 가벼워 진다.

 

한참을 가다 맨 후미에 아저씨와 아줌마가 오길레 "반갑습니다." 인사를 했더니, "이 시간에 혼자 어디로가세요". 또 말을 건네온다. 보경사 식당 이름을 가르쳐 주며 하산할 때 그리로 들어 오라고 하신다. 포스코 델타 산악회에서 왔다며 거기서 뒤풀이 하는데 초청을 했다. 고맙지만 저는 하옥으로 가야 하는데.. 즐거운 산행 하세요. 룰루~ 랄라~~

 

너무 신나게 가다가 사고를 친다. 길에 뻬딱이 누워서 습기를 머금은 매끄러운 나무 위에 낙엽이 쌓인 걸 모르고, 그냥 밟고 지나가다가 쫄딱 미끄러져 나뒹굴고 만다. 그러면서 왼쪽 초대뼈를 나무에 세게 문질러 버렸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지만 무지 아프다. 한참을 절룩거리며 고통스럽게 걸어야 했다.

 

드디어 쟁암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가 나온다. 정상 근처에는 방공호를 만든 돌담들이 많이 있다. 어릴 적에 무장공비가 자주 출몰하여 향토 예비군들이 만들었다. 동대산 정상 헬기장이다. 흐린 날씨의 바다 쪽 조망도 없고, 걸어온 내연산과 향로봉 쪽도 희미하다.

 

뒷골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내연산 쪽으로 왔던 길로 한참을 되돌아 가야 한다. 돌아오는 길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오후 1시가 훨씬 지난 시간에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펴는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서늘한 한기를 느끼며 점심을 먹는데 괜시리 또 마음이 급해진다. 비켜 가는 길을 버리고 붉은 줄로 두 군데나 막아놓은 봉우리 길을 그대로 타고 넘는다.

 

한참을 가다 보니 등산로가 아닌 옛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간간이 보이는 오래된 한가지 리본뿐이다. 그것도 잠시 어대론가 사라지고 길이 없는 숲 속에서 능선 마다 헤매면서 조금씩 알바를 해가며 하산길을 찾아본다. 낙엽이 덮힌 돌밭 길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다리에 무리가 오는듯하여 무릎 보호대를 꺼내어 양쪽 무릎에 감으니 한결 든든하다.

 

옆으로 금이 쪽쪽 난 바위 시루떡 갔다. 옛날에는 쪼개서 온돌방 구들장을 만들던 바위다. 알바를 해가며 길을 잃고 헤매는데 봉송 위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난 묵 묘가 보인다. 후유 이제는 됐다. 분명히 옛날에 산소에 다니던 묵은 길이라도 있을 테니까.

 

나무에 달라붙은 벌레집 두 개가 구멍이 난 것이 마치 눈알 대록대록 무엇인가 열심히 살피고 있는 듯 신기하다. 이제 옛 사람들이 산소에 다니던 반가운 희미한 길을 만난다. 늙고 병든 노송 그래도 혼자서 독야청청하리라. 루돌프 사슴나무..괴목이 마치 사슴처럼 참 이상하게도 생겼다.

 

이제 본격적인 뒷터 하산길인가 보다. 철없는 진달래야 어이하여 벌써 피었는고, 바위에 박힌 소나무 길을 따라 멀리 덕골과 갈라지는 골짜기가 보인다. 드디어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는 뒷골 골짜기에 낙엽이 동동 아름답다. 계곡을 따라 두리 두리 살피며 빠져나온다. 이런 걸 두고 명경지수라고 했던가 졸졸졸 폭포 위에서 낙엽이 따라 흐른다. 적막을 깨는 아름다운 폭포소리에 서늘함을 느낀다.

 

아늑한 골짜기의 아담한 폭포를 뒤로하는 길 뿌리를 엉크렇게 드러낸 괴목은 그래도 살아봐야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안쓰럽다. 왼쪽 뒷골, 오른쪽 덕골 갈림길이다. 덕골 초입의 넓은 개울을 만나니 가슴이 확 트인다. 드디어 마두교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오늘은 고향에 있으면서도 그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최고의 비경인 덕골의 황금샘과 뒷골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산행을 마치고 차에 돌아오니 오후 4시 3분이다. 산행에 걸린 시간이 6시간 20분이나 소요된 숲 속을 헤매고 다닌 조금은 힘든 산행을 한 셈이다. 서둘러 비포장도로를 달려 시골집에 당도하니 어머님께서 여러 보따리의 짐을 싸놓고 기다리고 계신다.  어머님께서 해주신 저녁을 먹고 포항으로 돌아와 또 내일의 재약산 산행을 준비한다.  (2006.11.2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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