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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마리 면봉산

호젓한오솔길 2009. 12. 1. 19:58

 

 

두마리 면봉산

 

 

                      솔길 남현태

 

 

이번 주말에는 어디 단체 산악회를 따라서 장거리 눈 산행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는데 일주일 내내 하늘은 청이요. 디따 춥기만 하여 눈 산행은 영 재미가 없어 보였다. 하여 어물쩍 거리다가 보니 별로 갈 곳도 없어졌다. 아침 9시가 다 되어서 무작정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서 기계면, 죽장면을 지나 청송군 쪽으로 가다 약속이나 한 듯 좌회전하여 죽장면 두마리로 찾아 들어간다.

 

두마리 입구에 들어서니 어마어마 한 마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전번에 올 때는 없었는데, 작년 11월 20일에 세웠다고 적혀 있다. 표지석 앞면에는 "하늘 아래 첫 동네, 별 만지는 마을"  뒷면에는 "넉넉한 마음"

 

폐교된 두마 분교 주차장에 산 꾼들이 타고온 애마들 즐비하여 맨 가 쪽 구석에 주차하고, 서둘러 보따리 챙겨 들고 차에서 나오니 날씨가 바람이 불며 꽤 차갑다. 아차 오늘은 별생각 없이 옷 차림세를 너무 허술하게 대충하고 나왔다는 생각을 하며 한기를 느끼며, 길가에 세워진 등산 안네 판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곰내재로 오른다.

 

잠시 바람 고요한 속으로 임도를 따라 오른다. 청청 하늘엔 비행기 발자국이 남아 있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버드나무 끝에 피어난 버들강아지로 눈이 자꾸 간다. 잔설이 남이 있는 임도를 따라올라 곰내재에 도착하여 좌측 면봉산 쪽으로 오른다.

 

청송 쪽 풍경은 임도가 훼손되어 차량통행 불가해 보이고, 면봉산 오르는 길은 지난주에 내린 잔설이 뽀드득 소리를 낸다. 면봉산 정상의 모습이 가까워지는데 파란 하늘 한번 쳐다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베틀봉과 곰바위산도 눈 아래 보인다. 면봉산 정상과 뒤쪽 보현산 정상 모습을 바라보며 제법 많은 눈을 밟으며 오른다. 봉산 정상에 도착하니 전에 있던 정상석은 여기가 청송군 땅이라고 포항 쪽 아래로 쫓겨 내려가고 없다. 작은 스텐데스로된 정상 표지만 남아있다.

 

멀리 보현산과 그 뒤쪽 팔공산 모습이 구름 안갯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보현리 쪽 기룡산 정상도 보인다. 인간의 시설물 청송군에서 세운 기상관측소 흉물스러운데 발아래 두마리 모습이 아늑하다. 비알을 약 백 미터 쯤 내려오니 면봉산 정상석이 정상에 세워졌다가 포항 땅으로 쫓겨 내려와 앉아있다. 뒷면에는 "산이 높아 조수가 쉬어가는 곳 이라 하여 면봉산이라 부르며, 능선이 완만하여 민봉산이라 불리워 지기도 하고 옛날에는 문봉산이라고 불렀다는 이 산은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정상에서 한 팀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아저씨가 부탁도 안 했는데 찍어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사람. 옛날의 피난처로 유명했던 두마리 모습 발아래 다정하다. 조수가 쉬어가는 면봉산이라 하더니 까마귀 떼가 많이 날아다닌다. 바위, 억새, 하늘의 조화 속에서 일월 단풍인 떡갈나무 마른 잎이 바람에 바스락 거리며 관심을 쏠리게 한다. 다사로운 햇살에 찬 바람을 맞으며 두마리로 하산한다.

 

밤티재에서 처다본 면봉산 앙상한 가지 속에 검은 솔이 총총 박혀있다. 봄철에 수액을 채취하고 철거를 하지 않고 그냥 버려둔 자작나무가 가슴에 못이 박힌 체 물주머니를 차고 있는 모습 흉물스럽다. 멋진 풍경의 솔숲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그러나 길 아래는 불법 쓰레기 투기지역이다. 세상에 사람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나!

 

뿌리 달린 큰 나무를 거꾸로 세워서 만든 표시판이 눈길을 끈다. "녹유정 : 푸르름이 머무는 곳"  양지쪽의 바위 지붕 아래 토종 벌통 정겹다. 두마 초등학교 추억의 화장실, 앞에 서니 줄 서서 발을 동동 구르던 치마 입은 어린 여학생의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고추검사 하는 남학생 화장실 정겨워 다가서서 옛날 생각으로 볼일을 본다..ㅎ

 

일제 때 개교하여 55년 동안 733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되었다는데, 교정에 세워진 국민교육헌장 비석에 눈길이 가는 것은 초등 4학년 때 밤새워 외워서 지금까지 졸졸 외우건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쌀쌀한 날씨에 무리 없는 가벼운 산행으로 마감한다. 오후 2시 30분에 하산하여 폐교를 한 바퀴 둘러보며, 옛날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몇 장의 사진을 담아본다. 돌아 오는 길에 무학사에 주차하고 한 바퀴 둘러보는데, 개울가엔 아이들이 얼음 위에서 놀고 있다.

 

집에 돌아와 막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장량산악회 등반대장의 전화가 왔다. 내일 산행을 하자고 한다. 산에 가자는데 싫어할 오솔길이 아니지요. 잠시 후 회장님이 전화 와서 이런저런 작전 끝에 내일 또 멋진 한팀이 어우러질 모양이다. 하여 땀도 흘리지 않은 등산복을 먼지 툭툭 털어서 내일 또 입으려고 구석에 걸어두며, 오늘 가벼운 면봉산 산행길을 갈무리한다. 

(2007.01.1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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