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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담장 위에 엄나물 이야기

호젓한오솔길 2010. 5. 9. 20:44

 

 

 

고향집 담장 위에 엄나물

 

시골 고향집 담장 둘레에 심어놓은 엉개나물이 자라서 먹을 때가 되었으니 일요일 즘에 와서 따 가라는 어머님의 연락을 받고 오늘 시골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어제는 어버이날이라 그저께 아침에 마눌이 꽃바구니 들고 다녀온 터라, 느지막이 출발하여 집에 온 큰놈을 터미널까지 태워주고 시골로 다녀오기 위하여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 문을 여니 차 안에 풀냄새가 그윽하니 아들이 차 안에 냄새가 참 좋단다. 어제 봉좌산에서 해온 다래 순을 시골에 가지고 가서 가마솥에 삶아서 말리기 위하여, 뜨지 않도록 자동차 트렁크에 널어두었기 때문에 밤새 풀냄새를 차 안 가득 뿜어낸 모양이다.

 

오지 말라고 햇것만, 먼 길 꽃바구니 들고 달려와 준 아들에게 마눌은 여비 톡톡히 주어서 터미널에 내려주고 못내 아쉬운 듯 흐뭇한 표정이다. 선걸음에 시골로 향하여 11시경에 고향집에 도착하니 어머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오후에 이웃집에 바쁜 일이 있어 도와주기로 약속하셨다 하시면서 몹시 바쁜 기색이다. 시골에 계시면서 이웃에 농사일이 바쁘다고 놉하러오면 거절을 못 하시는 것이 늘 병을 키우시곤 하지만 어쩔 수 없으신 모양이다. 

 

  

 * 어제 봉좌산에서 따온 다래 순.. 밤새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고들어진 놈을 시골집 마루에 올려놓고 가마솥에 목욕 준비를 하고 있다.

 

 * 고향집 뜰에도 더덕싹이랑 작약이 푸르러 오른다.

 

 * 담장 아래 심어놓은 대파에서는 벌써 꽃이 피어.

 

 * 고향 정취를 풍긴다.

 

 * 일 년에 한 번 이발을 한 엄나무.

 

 * 깨끗이 이발을 하고 또 일 년을 기약한다.

 

 

엄나무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두릅나무과의 낙엽교목.

학명

Kalopanax pictus

분류

두릅나무과
분포지역 한국·일본·만주·중국

크기

높이 25m

 

엄나무 또는 엄목()이라고 한다. 높이 25m에 달하며, 가지는 굵으며 크고 밑이 퍼진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둥글며 가장자리가 5∼9개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조각에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는 잎보다 길다. 꽃은 7∼8월에 피고 황록색이며 복산형꽃차례[]에 달린다. 꽃잎과 수술은 5개씩이고 씨방은 하위()이며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며 10월에 검게 익는다.
나무껍질은 약용하며 뿌리와 어린잎은 식용한다. 농촌에서는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음나무의 가지를 대문 위에 꽂아 둔다. 지방에 따라서는 개두릅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잎 뒷면에 털이 밀생한 것을 털음나무(var. magnificus)라고 하며, 잎이 깊게 갈라지고 뒷면에 흰털이 다소 있는 것을 가는잎음나무(var. maximowiczii)라고 한다. 한국·일본·만주·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 집 앞 담장에 엄나무.

 

 * 삽지껄에 엄나무.

 

  

 

 

음나무 이야기

 

 

                  솔길 남현태

 

 

날카로운 가시 날 세워 제 몸 지키고

집안에 찾아드는

액운과 귀신을 쫓아준다 시며

아버님 생전

깊은 산 속 어린뿌리 캐어 다

담장 둘레에 심어놓은 엉크런 음나무

 

가지 끝에 나풀거리며 윤기 흐르는

보드라운 새순은

봄 입맛 돋우는 엉개나물

해마다 오월 초순

오가는 입 안에 침고일 때

생가지 도려내는 아픈 성형을 한 다

  

생김새 오동을 닮아 해동목

껍질은 해동피

관절염 신경통 간 기능 회복 종기 피부병

좋다는 곳 하도 많아

장수하는 만병통치 개두릅나무

세상 동정 살피는 파란 입술이 떨린다.

 

 

 

 * 삽지껄에서 바라본 동쪽 풍경.

 

 * 엄나물.

 

 * 고향의 봄 풍경.

 

 * 삽지껄에서 바라본 서쪽산.. 큰골과 그 넘어 한바위 풍경.

 

 * 고향에 봄.

 

 * 아버님 산소에 가는 길에.. 산소 앞에 핀 조팝나무꽃.

 

 * 고향의 보릿고개를 알린다.

 

 * 조팝나무 꽃이 피면 보릿고개 라고 한숨지으시던 할머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보릿고개

 

 

         솔길 남현태

 

 

가는귀 어두운 할머니 

조팝나무 꽃이 피면

보릿고개라시며

석양에 넘실대는 하얀

꽃 물결 언덕에서

어렵게 살아버린 긴 세월

돌아보고

땅이 꺼지라 한 숨지신다

 

움츠린 삼 동 넘어

봄 왔건만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들판에 청보리 설익은 빛 도는데

산천에 나물도 없는 

난감한 춘궁기

 

마을마다 배 곯아

푸석한 얼굴

굶어 죽는 사람 늘어나는

한 맺힌 보릿고개

봄바람에

조팝나무 꽃 하얗게 

이밥처럼 누리에 피웠다 하네.

 

 

 

 

 

 * 정골에서 바라본 큰골.

 

 * 초록이 물들어가는 곳에 분홍 꽃들이 밀려 올라가는 큰골 풍경.

 

 * 아버님 산소가 있는 정골 밭에서 바라본 고향 풍경.

 

 

  

 

봄날은 간다

 

 

             솔길 남현태

 

  

두메산골 봄 향기 들어

뒷동산 언 솔가지 파릇파릇

물오를 때

동내 개구쟁이

진달래 피길 손꼽아 

꽃 따 먹고

송기 벗겨 씹으며

주린 배 채우는

작은 행복에 봄날은 간다

 

진달래 하나 둘 질 때

안타까운 마음 

개울가 몰려

하얀 꽃 먹으며 아싹아싹 

풋내나는 찔레 꺾고

푸성귀 채독에

천둥소리 아랫배 끌어안고

데굴데굴

모진 고통에 봄날은 간다

 

 

 * 대지에 봄풀이 푸르러 오른다.

 

 

 

 * 조팝나무 꽃이핀 길을 내려와..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엉개나물 고향길을 마무리한다.

 

2010.05.09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