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전 양반 부부의 미라 첨단기술로 분석해보니… "민물고기 회와 폐질환 약 먹었더라"
- ▲ 학봉장군 미라 X선 사진. 정광호씨는 미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X선 등 영상의학 검사를 벌였다. /정광호씨 제공
600년 전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 부부의 생활을 규명한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됐다. 고려대는 30일 치과의사 정광호(47)씨가 '학봉장군 부부 미라의 고병리학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학봉장군 부부 미라는 2004년 5월 대전시 중구 목달동 조선시대 합장묘에서 발견된 국내 최고(最古)의 부부 미라이고, 이 연구는 최초의 부부 미라 연구다.
학봉장군이란 이름의 '학봉'은 남편 미라가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계룡자연사박물관에 기증됐기 때문에 붙여졌고, '장군'은 남편 미라의 키가 180㎝에 가까울 정도로 크고 이들의 3대 후손 중 '어모장군(禦侮將軍·정3품)' 벼슬을 한 인물이 있어 붙여졌다.
연구에 따르면 학봉장군은 1460년쯤, 학봉부인은 1470년쯤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당시 나이는 각각 42세, 53세 안팎이었다. 정씨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과 족보 분석에 따르면 부부는 비슷한 나이였다"며 "학봉장군이 묻힌 지 10여년 뒤 부인이 같은 무덤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부부는 모두 민물고기를 날로 즐겨 먹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부부의 위장과 식도에서 발견된 '간흡충란'은 붕어나 잉어 같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생기는 기생충 알이다. 학봉장군 위장에서는 고깃덩어리와 곡물 등이 골고루 발견돼 육류와 채소류를 골고루 섭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부의 몸 안에서 소나무·참나무 같은 나무의 꽃가루가 발견됐는데 이는 부부가 살던 곳 주변에 나무가 많았음을 짐작케 한다고 논문은 밝혔다.
학봉장군은 중증 폐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당시 사람들이 폐질환에 특효약이라고 해서 많이 달여 먹었던 포황(애기부들 꽃가루)'이 학봉장군의 장기에서 많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또 뼈와 치아에서 검출한 DNA 분석을 통해 학봉부인이 오한·발열 등 유행성출혈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렙토스피라증을 앓았다는 점도 밝혀졌다.
정씨는 "학봉장군 미라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부검 대신 X선과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의학적 검사와 내시경, 방사성 탄소연대측정법의 현대 과학을 동원해 2년여간의 연구 끝에 600년 전 비밀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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