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생활정보,지혜

계기판은 120㎞라는데 내비게이션엔 시속 114㎞… 車 속도, 뭐가 맞는 거야?

호젓한오솔길 2010. 9. 19. 09:07

 

[Why] 계기판은 120㎞라는데 내비게이션엔 시속 114㎞… 車 속도, 뭐가 맞는 거야?

 

 

차 계기판은 실제 속도보다 더 나온다?

 

15일 오전 11시 30분 경기도에 있는 자유로에서 차는 제한속도가 시속 100㎞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과속감시카메라가 300m 앞에 나타나자 내비게이션에서는 '삐'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빨간색 표시가 깜빡였다. 차가 시속 115㎞로 달리고 있다는 표시였다. 그런데 계기판에 있는 속도계는 시속 122㎞를 가리켰다. 준비해 간 서로 다른 회사(아이나비·애니콜)의 내비게이션 두 개를 갈아 끼워봤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제한속도 시속 90㎞인 구간에서 내비게이션이 시속 95㎞를 나타낼 때 계기판 속도계는 시속 100㎞를 가리켰다.

운전을 하다 보면 계기판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내비게이션에 나타나는 속도와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유는 뭘까.


자동차 속도가 높아질수록 계기판 속도계와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속도 차이가 점점 벌어졌다. 사진 속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시속이 114㎞라고 나타낸 반면, 자동차 속도계는 120㎞를 가리키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측정 방식이 다르다 vs 원래 그렇게 만들었다

자동차 속도계에 나오는 속도를 계산하는 방식은 (타이어 둘레 길이)×(타이어 분당회전수)×60으로 계산한다. 한 시간에 자동차가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한 속도는 실제 속도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주자동차대학 내비게이션학과 이원호 교수는 "차를 오래 쓰다 보면 성능이 떨어져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부정확해 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내비게이션이 나타내는 속도는 속도계에 비해 정확하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내비게이션은 위성에서 신호를 쏘면 내비게이션 안에 있는 GPS 모듈이 신호를 받아 다시 위성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속도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이동한 거리를 신호가 오고 간 시간으로 나눠 한 시간으로 환산하면 자동차 속도가 나온다.

내비게이션 업체인 마이스터 관계자는 "속도 측정 방식의 차이가 속도계와 내비게이션의 속도 차이를 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 측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서 처음에 차를 만들 때부터 속도가 어느 정도 더 나오도록 설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선우명호 교수는 "운전자가 높은 속도를 보고 (긴장해서) 안전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속도보다 차 계기판에는 속도가 조금 더 높게 나오도록 한다"고 했다.

속도차이, 알고 보니 정해진 규칙에 의한 것

의견은 분분하지만 속도차이가 나는 정확한 이유가 뭘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자동차 회사는 차를 만들 때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를 실제보다 더 나오게 설정할 수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는 '평탄한 노면에서 시속 25㎞ 이상에서는 계기판의 속도계가 (실제속도의 10%를 더한 속도)+시속 6㎞까지의 속도를 나타낼 수 있다'는 내용의 110조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100㎞라 할지라도 실제속도의 10%를 더한 속도인 110㎞에 시속 6㎞를 더해 속도계가 시속 116㎞까지 나타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속도계 속도 규정은 하나 더 있다. '시속 40㎞ 이상인 차에서는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실제속도의 25%까지 더 높아도 괜찮다는 내용'의 54조 1항이다. 자동차의 속도가 시속 100㎞일 경우 속도계에서는 시속 125㎞까지 나타낼 수 있는데, 차가 노화되면 속도계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54조보다 오차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110조는 차를 만드는 업체가 지켜야 할 기준이고 54조는 운전자들이 유념해야 할 기준인 셈이다. 이런 규칙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의 김현중 사무관은 "실제속도보다 속도계에서 보는 속도가 높으면 운전자들이 운전을 더 조심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속단속카메라를 마주하는 운전자들은 계기판에 있는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속도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운전해야 할까. 경찰청 교통운영계 관계자는 "단속카메라는 주로 '루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 것을 기준으로 운전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프 방식'이란 도로에 감지선 두 개를 매설해 놓고 차가 그 사이를 지나는 속도를 재는 것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굳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계기판의 속도계가 더 높게 나타내기 때문에 운전자가 안전운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기판 속도계를 기준으로 운전하라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