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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우울증, ‘죄책감 때문’ 은 옛말

호젓한오솔길 2010. 9. 29. 08:08

 

불륜 우울증, ‘죄책감 때문’ 은 옛말

 

 

‘불륜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지’, ‘그 사람이 요즘엔 왜 예전 같지 않을까’ 불륜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불륜기간 생기는 우울증의 원인은 주로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불륜 커플들은 다르다. 죄책감 보다는 ‘불륜 상대와의 애정 관계’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불륜기간 생기는 우울증의 원인이 ‘윤리적 죄책감’ 에서 ‘불륜 상대와의 애정 문제’로 옮겨지고 있다”며 “대도시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주로 결혼 10년 차 이상 30대 후반 이후의 여성들이 불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이성과의 성적인 관계보다 마음을 나누는 관계, 즉 인격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남성을 찾는다. 문제는 불륜관계에 있는 남성이 꾸준히 정신적 위안을 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다가왔던 남성이라도 성적 욕구가 해결되고 나면 차갑게 돌변할 때가 많다. 정상적 부부관계보다 더욱 불안하고 지속성이 없는 불륜관계.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정을 느끼기 위해 불륜을 시작했다가 얼마 안 가 상처만 받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든다. 서울 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친밀감을 불륜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애인이 생긴 뒤 처음에는 삶의 의욕을 되찾다가도 결국 애인의 변심에 더 큰 상실감을 느껴 깊은 우울증에 빠져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애인’이 변심하지 않고 꾸준히 잘해준다 하더라도 결국엔 상실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남녀는 관계가 깊어지면 감정을 다스리는 부위인 뇌의 변연계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신경호르몬 조절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레벨이 상승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손과 목소리까지 떨린다. 이 때 사랑에 빠지는 듯한 황홀감을 느끼게 되지만 이성적 판단력은 흐려진다. 불륜 상대와의 만남을 지속하는 동안 배우자와 자녀, 부모는 뒤로 밀린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호르몬 현상이 3개월에서 길어봐야 3년 이내에 끝났다는 것이다. 고려대 안산 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우리 인체는 항상성, 즉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특성이 있어서 이런 특이한 호르몬 작용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많은 불륜 남녀가 관계를 지속하다 호르몬 변화가 끝나면 허탈감과 죄책감, 우울증에 빠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생기는 상실감, 외로움을 운동이나 새로운 공부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불륜 관계를 통해 상실감을 해소하려는 것은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사회적 문제에 빠져들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경희대 의료원 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30대 후반 이후에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받아야 한다”며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병행하면 9개월 이내에 재발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