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건강 이야기

가장 좋은 약을 쓰지 못하는 이유

호젓한오솔길 2010. 11. 24. 09:41

 

가장 좋은 약을 쓰지 못하는 이유

매디컬 포커스

 

 

송영욱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류머티즘관절염(류마티스관절염)은 일단 시작되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발병 2년 이내에 대부분의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이 시작된다. 발병 초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지만, 아직 류머티즘관절염에 대한 인식이 낮아 조기 진단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3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의심 증상이 시작되고 나서 류머티즘관절염으로 진단받을 때까지 평균 1.8년 이상 걸렸다. 진단 받았을 때 이미 관절 손상까지 진행된 환자가 55%였다.

그러나 조기 진단과 치료를 뒷받침해주는 정책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류머티즘관절염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는 TNF-α 억제제로, 현재 세 가지 약품을 처방한다. 평생 써야 하는 이 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과거에는 51개월로 묶여 있어서 환자 부담이 컸지만, 최근 정부가 한 가지에 대해 보험 적용 기간의 한계를 풀어줬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약간 숨통이 트였지만, 다른 두 가지 약물은 환자가 약값의 40%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보험 적용이 되는 약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환자마다 세 가지 약에 반응하는 효과가 달라서 자유롭게 처방할 수 없다. 본인 부담금이 부가되는 치료제에만 효과가 나타는 환자는 매달 40만~50만원씩의 약값을 감당해야 한다. 국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의 월 평균 소득은 200만원 정도이다. 전체 수입의 20%에 해당되는 비용을 거의 평생 약값으로 써야 하는 셈이다. 결국 경제적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속출할 것이다.

조기 진단을 위한 지원에도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엑스레이 촬영만으로는 관절 내부의 변형까지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관절 안쪽의 결절까지 발견해야 조기에 정확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MRI 촬영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당장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줄 알지만, 만성질환인 류머티즘관절염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장기적인 건강보험 재정 및 사회 전체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장애 등급까지 받는 환자가 늘어나면 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국가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