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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삿갓의 팔도기행] 천수만-겨울에 더욱 그리워지는 '철새들의 낙원'

호젓한오솔길 2010. 12. 29. 18:19

 

[민삿갓의 팔도기행]
 천수만-겨울에 더욱 그리워지는 '철새들의 낙원'
 
| 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 | 개심사 | 해미읍성 | 서산 ‘아라메길’ | 안면도 | 간월도&철새탐조 | 한용운생가&김좌진생가 |
 
어느덧 찬바람 부는 계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여행은 어디가 좋을까.
가슴 시린 겨울 바다, 아름다운 일몰, 철새들의 날갯짓, 입맛 돋우는 별미,
거기에 유서 깊은 문화유산 답사까지 겸할 수 있는 곳, 바로 서해안의 천수만이다.

서해의 천수만은 그 범위가 제법 넓다. 충청도 내포지방의 유서 깊은 고을인 서산, 태안, 홍성을 비롯해 보령도 살짝 천수만을 껴안고 있다. 그래서 무작정 천수만으로 간다면 길을 헤맬 염려도 있다. 천수만 여정에 들르면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문화유산과 여러 명소, 그리고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일정을 살펴보자.

천수만 주변은 1박2일 정도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첫날 오전에 도착했을 경우 추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어느 지방에서 오든지 천수만 접근이 수월한 고속도로는 서해안고속도로다.

▲ 천수만을 수놓은 가창오리의 군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시작된다.<서산시청 제공>

 

수도권과 강원권 등 천수만 북쪽에서 접근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으로 나온다. 그리고 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647번지방도~개심사~해미읍성~29번국도~서산시내~649번 지방도~부석사~649번지방도~안면도(1박)로 동선을 잡으면 된다.

이튿날 안면도 드라이브~서산B지구방조제~간월도~서산A지구방조제~홍성조류탐사과학관~남당항~한용운생가~김좌진생가~귀가. 해질 무렵 펼쳐지는 가창오리 군무를 구경하려면 다시 서산A지구방조제의 탐조대로 돌아와 가창오리가 날아오르길 기다린다.

즉 두 번의 저녁 중에 첫날 일몰은 꽃지해수욕장에서 감상하고, 이튿날 일몰은 천수만 일대에서 즐긴 뒤 가창오리와 기러기의 날갯짓을 감상하면 된다.


▲ 천수만의 일출. 해가 뜨자 밤새 먹이활동을 했던 가창오리떼가 돌아오고 있다.
 
당일치기일 경우 서산 나들목~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647번지방도~개심사~해미읍성~간월암~안면도 꽃지해수욕장~홍성 나들목 코스가 괜찮다. 꽃지해수욕장에서 천수만 철새탐조대까지는 40여 분 걸리므로 도착했을 땐 이미 깜깜해진 상태다. 가창오리 군무는 이미 끝났다. 그렇지만 천수만 탐조대 주변에선 저녁 늦게라도 기러기떼가 날아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꼭 들러보자.

영호남 등 천수만 남쪽 지방이라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동선 잡는 데 편리하다. 김좌진생가~한용운생가~조류탐사과학관~간월암~안면도(1박)~부석사~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개심사~해미읍성~탐조대~귀가 코스로 일정을 잡는다.

 
충남 서해안에 위치한 천수만(淺水灣)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만이다. 북쪽은 태안반도, 서쪽은 안면도, 동쪽은 서산·홍성·보령에 둘러싸여 있다. ‘수심이 얕은 만’이란 뜻의 한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면서도 수심이 10m 이내로 얕고 작은 섬들과 암초가 많아 대형 선박은 출입하지 못한다. 대신 갯벌이 매우 넓어 바지락·김·굴 양식 등이 이뤄진다. 해안선 길이는 약 200km.

천수만은 특히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인기 있는 여행지다. 서해안에 있어 어디서나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천수만 서쪽을 길게 막고 있는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낙조의 하나에 꼽힐 정도로 빼어나다. 또 천수만 일부를 메워 만든 간척지는 추수가 끝나고 나면 철새의 낙원이 된다. 추수 이삭을 먹으러 전 세계 철새들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또 천수만 가는 길엔 빼어난 미학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특히 가야산 기슭에서 ‘백제의 미소’를 만나지 않으면 정말 허전하다.

서산마애삼존불&보원사지

겨울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으로 나온 다음 618번 지방도를 타고 10여 분 달리면 곧 금북정맥 가야산(678m) 기슭으로 들어서게 된다. 가야산 둘레의 열 고을을 일컫는 내포지방은 예로부터 살기 좋고 인심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그중 내포지방 서쪽에 자리한 서산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불교문화가 천수만을 둘러싼 태안반도를 거쳐 내륙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그 길목이었던 가야산 용현계곡엔 부드럽고 여유로운 ‘백제의 미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이 중생을 맞이하고 있다. 이 마애불은 1959년에야 발견되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계곡 안쪽에 자리 잡은 탓이다.

어죽으로 유명한 식당인 용현집 앞에 주차를 하고, 다리를 건너면 돌계단 길이 이어진다. 5분도 채 안 걸리는 짧은 거리. 이 정도 발품으로 저 유명한 ‘백제의 미소’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죄송하다.

▲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 몇 년 전 보호각을 철거한 덕에 자연스런 미소를 만날 수 있다(왼쪽). 용현계곡의 보원사지. 이곳엔 현재 당간지주, 5층석탑 등 다섯 개의 석조물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오른쪽).

 

서산마애삼존불을 조각한 솜씨는 비전문가가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둥글둥글 복스런 얼굴에 은행알 같은 눈, 둥글고 긴 눈썹, 얕고 넓은 코에 얼굴 가득 퍼지는 은근한 미소는 부드럽고 푸근하다. 어찌 보면 장난스럽게 웃는 것 같기도 하다.
불상 중에 가운데 자리한 여래입상의 오른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시무외인(施無畏印), 왼손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여원인(與願印)이다. 마애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으니 너무 두려워 말라!”
이 불상은 예전엔 보호각 안에 모셔져 있었다. 1965년 불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각을 설치했던 것인데, 오히려 훼손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많아 결국 2008년 보호각을 철거했다. 무려 43년 만에 백제의 미소가 다시 자연스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백제의 미소’를 뒤로하고 산길을 내려온 뒤 승용차로 용현계곡을 1.5km 정도 더 오르면 펑퍼짐한 들녘이 나온다. 보원사(普願寺) 터다. 이 터엔 한때 1,000명이나 되는 승려가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의 세를 과시라도 하듯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세워져 있는 당간지주 너머로는 5층석탑이 보인다. 고려 때 작품이면서도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을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잡초 우거진 황량한 터에 덩그마니 서있는 석탑과 당간지주 등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현재 이곳은 몇 년 전부터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큰 제약 없이 절터를 살펴볼 수 있다. 당간지주, 5층석탑 등 이곳에 있는 5개의 석조물은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618번 지방도(덕산·예산 방면)→고풍저수지 앞 삼거리(우회전)→서산마애삼존불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숙박>>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용현계곡을 따라 용현집민박(041-663-4090), 강댕이집(041-663-3543), 용천골민박(041-669-3819), 가든마애(041-663-1313), 향토마당(041-664-8893), 송산가든(041-669-7803), 계곡끝집(041-663-2865) 등이 몰려 있다. 대부분 식당과 민박을 겸한다.

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8, www.huyang.go.kr)은 용현계곡 상류에 위치한 휴양시설이다. 숙박료는 4인실(23㎡) 평일·비수기 3만2,000원/주말·성수기 5만5,000원, 5인실(29㎡) 4만 원/7만 원, 6인실(39㎡) 5만 원/8만5,000원, 8인실(49㎡) 6만 원/9만8,000원, 10인실(59㎡) 7만 원/11만 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주차료 3,000원.

별미>> 마애삼존불 입구엔 30년 가까이 어죽과 매운탕을 차리는 용현집(041-663-4090)이 있다. 어죽 1인분 5,000원(2인분 이상 주문 가능). 매운탕 2만5,000~3만5,000원. 인근의 산수가든(041-663-4567)에서도 어죽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