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 1호기업
개성공단이란 수렁에서 철수한 기업인의 작심 토로 |
북한정권 눈치 보면서 기업하는 데 질렸다. 철수하니 회사 잘 돼.
“직원 억류사태로 철수 결심,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 [인터뷰] (주)스킨넷 김용구 대표의 개성공단 탈출記
100억대 모피 수출기업인 (주)스킨넷은 지난 2007년 개성공단에 입주 했다가 1년7개월만인 지난해 6월 자진 철수했다. 개성공단 철수기업 1호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스킨넷의 김용구 대표는 오히려 ‘개성공단 철수’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를 만나 개성공단에서 겪은 일과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 개성공단에 입주하게 된 동기는? 높은 모피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졌어요. 무엇보다 관세가 중요했죠. 개성공단을 이용할 경우 국내 거래 적용으로 관세를 연간 5억원 정도 줄일 수 있었어요. 관세가 가장 큰 동기였죠.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어요. 관리위원회의 말대로였죠. 통행에 불편이 있었지만 처음 목표로 여겼던 장점에 비교해 보면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얼마 안 있어 현대아산 직원 문제 등이 터지면서 북측이 통행을 일방적으로 금지시키기 시작했죠. 한 번은 우리 여직원이 개성에서 나오지 못했어요. 그때 결심하게 됐어요. 직원들의 신변문제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떠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성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북한 근로자 급여는 쌉니다. 하지만 임대보증금의 경우, 중국보다 약 8배가 비싸요. 남한에서 공단에 투자한 것이 많기 때문이죠. 임금을 제외하고 관리비, 임대료, 물류비, 통신비 등을 따져 보면 중국보다 싸지 않은 편이에요. 자연스러운 광고 등의 시너지 효과를 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는 커녕 상황들이 악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한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지만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15만원 정도 금액의 초코파이가 근로자에게 성과급으로 제공 됐어요. 모두 이것을 받으려고 정말 대단히 정열적으로 임했습니다. 똑똑이 장사란 밤에 초코파이 장사꾼이 사람들의 집 창문을 ‘똑똑’ 노크해 창문을 열면 초코파이를 파는 방식이에요. 옛날 우리 찹쌀떡 장사같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성과급으로 받은 초코파이를 이 똑똑이 장사들에게 파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자재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아왔었고 이를 개성공단을 통해 공급받게 되니 오히려 장점이었죠. 인터넷이 안 되는 문제가 있기는 했는데 우리 직원이 매일 오갈 수 있었고 전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어느 정도 넘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자유스러운 언어활동을 보장 받지 못하고 가장 중요한 경영권이 행사되지 못했다는 것이죠. 모든 인사권을 북의 지도원만이 행사할 수 있고 생산량 조절 같은 문제도 북측 반장들과 협의해야 했어요. 당연히 눈치 보지 않을 수 없죠. 그쪽에서 좋게 봐줄 리가 없지 않겠어요? 주변의 한 업체는 생산 감소로 직원 규모를 줄이겠다고 이야기했다가 핀잔만 듣고 포기했죠. 한마디로 ‘찍히는’ 거죠. 그들에게 찍히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다른 애로사항 마저 해결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북한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지? 안 되고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근로자들의 불량률이 오를 것이고 소문이 나면 생산과 주문 모두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죠. 철수하려면 북한에 휴업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당연히 휴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게 될 텐데 이 조사과정이 안 끝나면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아예 북한에 폐업통지서를 보내는 강수를 두었어요. 3일만에 철수 승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주)스킨넷 김용구 대표가 최근 특허를 등록한 레이저 가공기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의 철수 결심은 결국 회사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다행히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국과 파주에 생산시설을 분산시킨 것이 도움이 됐어요. 개성에서 철수하면서 주문량을 중국 생산기지 쪽으로 돌리자 오히려 미국 바이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죠. 미국 바이어들은 대개 중국에 자기들의 생산기지와 판매처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거의 오지 않아요. 중국 쪽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바이어들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고 그들로부터 중국 내수용 주문이 늘었어요.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은 원산지 문제로 미국에 팔 수 없었는데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죠. 매출이 60억에서 100억대로 뛰었어요. 신청했었어요. 그런데 우리 바이어들이 충고하기 시작했죠. 가능하면 자기 주문을 개성에서 생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이유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점과 그렇게 되면 내가 주문 기한을 못 맞출 수 있다는 우려를 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파주로 돌릴 생각이었어요. 결국 개성공단 억류사태가 터지면서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수렁으로 얽혀 들어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만일 그때 바이어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나 역시 개성에 올인 했다면 아마 지금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르죠. 전혀 생각지 않았는지? 보니 정말 통일이 곧 올 것만 같았어요. 통일부에서도 낙관 일색이었죠. 정부가 무척 적극적이었고 당시 분위기로 볼 때 경색 우려를 하기 어려웠어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모순이에요. 치안 문제 경우 당연히 개성 공단에는 북한 공안과 남한 경찰이 함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장치가 없다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개성공단 업체들이 먼저 자진 철수를 한 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피해를 보상받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봐요. 왜냐하면 국가가 기업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이죠. 정부가 개성공단의 리스크를 충분히 기업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죠. 남북간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북한은 절대로 먼저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그런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우리가 다 투자하고 돈 들여 놓고 주도권을 빼앗긴 채 눈치 보며 북한에 끌려다녀야 하나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요. 당당하게 나갈 때 북한도 자세가 바뀔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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