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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장(腸)증후군, 스트레스 탓만은 아니다

호젓한오솔길 2011. 1. 27. 08:47

과민성장(腸)증후군, 스트레스 탓만은 아니다

최근 발병 원인 속속 드러나고 치료법도 다양
주요 발병 원인
1. 선천적으로 腸이 과민, 2. 뇌에 세로토닌 이상
3. 소화 안 되는 특정 음식, 4 소장에 세균 과다 증식
5. 식중독 후유증
맞춤치료로 대부분 호전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여성 권모(32·서울 광진구)씨는 지난 몇 달간 출퇴근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여름 끝에 식중독을 앓은 뒤 수시로 배에 가스가 차고 복통이 나타났다. 심한 악취를 동반한 방귀가 나오고 식은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변의(便意)마저 나타나 지하철에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감염 후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제제를 처방받아 1달간 복용한 뒤 가스가 크게 줄고 용변이 규칙적으로 돌아와 더 이상 출퇴근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발병 원인 계속 밝혀지고 있어

의료계는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7~10명꼴로 과민성장증후군이 있다고 추산한다. 다른 원인질환이 없이 설사, 변비, 아랫배 더부룩함, 장에 가스가 차는 증상 등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이 질환은 그동안 스트레스 등 이외에는 원인을 정확히 몰라 '신경성 질환'으로 분류했지만, 최근 원인이 하나둘씩 규명되고 있다. 장이 선천적으로 과민한 경우,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너무 적거나 많이 분비되는 경우, 특정한 음식물이 장에서 소화·흡수되지 못한 채 발효되는 경우 등이 원인이다. 이 밖에 소장에 세균이 과다 증식하거나, 식중독 등으로 장에 세균 감염이 생겼다가 사라진 뒤에 '후유증'처럼 생기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특히 식중독에 걸렸던 사람 4명 중 한 명 정도는 나은 뒤에도 소장은 계속 과민해진 상태로 있고 염증세포도 증가한 상태로 남게 돼 과민성장증후군이 생긴다"고 말했다.

원인에 맞춰 치료하면 10명 중 8명은 효과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은 항경련제· 지사제·변완화제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면서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를 병행하면 10명 중 8명은 치료된다"고 말했다.

장이 원래 예민한 사람은 조금만 가스가 차도 복통이 심하고 복부가 팽만해진다. 장이 다른 사람보다 과도하게 움직여도 설사를 동반한 과민성장증후군이 생긴다. 이때는 세로토닌 억제제를 쓰면 효과적이다. 세로토닌을 억제하면 장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감소시켜 장의 민감도와 움직임을 낮출 수 있다. 장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 변비를 동반한 과민성장증후군이 생길 때는 우울증약 중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약품을 처방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생긴 과민성장증후군에도 같은 약을 쓴다.

우유 등 특정 음식이 장에서 흡수되지 않아 생기는 음식 불내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해당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의약품은 장 도달률이 관건

이동호 교수는 "이 밖에 소장 내 세균이 많거나 식중독과 같은 세균 감염 후의 과민성장증후군에는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 제제를 처방한다"고 말했다. 항생제 중에는 리팍사민 성분으로 만든 약품이 장 내 세균을 효과적으로 없애면서 부작용이 적어 많이 처방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인체 내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균류를 총칭하는 용어로, 락토바실러스·비피더스 등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로 만든 과민성장증후군 약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약품마다 유산균 종류가 1~12가지로 다양하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산이나 담즙산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무사히 장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코팅 기술이 중요한데, 듀오락 등 이중 코팅으로 장 도달률을 높인 약품이 출시돼 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